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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소개된 책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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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 인터뷰

 

배우는 삶 배우의 삶
배종욱 저 | 마음산책

『배우는 삶 배우의 삶』은 배종옥의 인생 분투기이자 배우 고민기라고 할 수 있다. 신인 시절 연기를 못해 항의 편지를 받고, 매일 연기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궁리하던 그녀가 자신만의 길을 찾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으며 하나의 세계를 갖게 되기까지의 여정이자, 끝까지 ‘배우는 배우이기를’ 원하는 한 강단 있는 배우의 진솔한 고백이다.





최민석의 절도일기

 

뜨거운 피
김언수 저 | 문학동네

1993년 봄과 여름의 이야기다.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 인생에도 사계가 있다면 마흔 살은 여름에 해당될 터, 그 뜨겁고 강렬한 날들의 기록이 부산 앞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한국형 누아르의 쌉싸름하면서도 찐득한 맛이 살아 있으며, 두려울 것 없던 마흔 살 건달이 겪게 되는 정서적 절망감이 사실적이면서도 흡인력 있게 담긴 작품이다.





김연수의 문음친교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저/김상훈 역 | 엘리

통찰력 있는 주제를 우아하고 적격한 문체로 풀어나가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SF 소재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의 서가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하는 작품이다. 아이디어를 압축해 중?단편으로 내놓은 결과물은 그 밀도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기막힌 상상력을 품고 있으면서도 읽고 나면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은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



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앤서니 울프 저/곽윤정,김호현 공역 | 걷는나무

문제 많은 두 명의 10대 아이를 키운 아빠이자 30년 넘게 수십만 명의 아이들과 그 부모를 상담해온 청소년 심리 전문가 앤서니 울프 박사가 알려주는 부모와 아이를 위한 힐링 대화법. 딱딱한 교육학 이론과 양육실태조사 결과를 나열하는 대신 자녀와 부모가 나누는 실제 대화를 통해 부모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까지 자유를 허락해야 하는지, 언제 말하고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마포 김사장의 야매책방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캐롤 스클레니카 저/고영범 역 | 강

카버의 재능에 대한 메리앤의 믿음은 흔들림이 없는 것이었고, 본인이 기꺼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자신의 삶이 카버의 소설에 투영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의지 또한 확고했다. 저자는 이 두 사람의 격정적이고 몹시 불안정했던 결혼생활과 카버의 작가 이력이 뒤얽혀가며 만들어간 역사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윤용인의 노비문장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저/이재원 역 | 이후

스펙타클이 아닌 실제의 고통이 무엇인지, "숭고하거나 장엄하며, 그도 아니면 비극적인 형태로 아름다움을 담고 있으니 유혈 낭자한 전투 장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되물으며,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발하는 책.





황인찬의 시로 말하다



신부 수첩
조혜은 저 | 중앙북스(books)

이번 시집은 2012년에 나온 첫 시집 『구두코』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사랑의 폭력성’을 테마로 하여 불행을 응시하는 눈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이 사랑을 모독하고 질식시키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장면의 배우이자 관객인 시인의 조각난 내면의 음악들은 전곡 반복으로 설정된 플레이어에 걸려 재생되듯 독자의 귀를 떠나지 않는다.



김서령의 우주서재



첫사랑
성석제 저 | 문학동네 | 부키

이 책은 성석제의 첫번째 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두번째 소설집 『조동관 약전』에 담긴 초기작 가운데서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독자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걸작을 엮은 소설선집이다. 그의 소설 속에는 삶의 진한 페이소스를 품은 다양한 인물들이 어려운 은유나 대사 한마디 없이도 생생한 입말로 자신의 생을 토로한다. 홀린 듯 취한 듯 그의 이야기들을 빨아들이다보면 어느새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 속 동네



애인은 토막난 순대처럼 운다
권다현 저 | 캘처그라퍼

준비 없이 떠나는 서울여행 가이드북 『서울여행 코스 101』. 고색창연한 옛 궁궐과 감각적인 핫 플레이스가 공존하고, 골목길을 돌아서면 또 다른 동네가 숨어 있는 곳, 서울. 여행을 핑계 삼아 서울을 떠나려는 이들을 위한 이 책은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도 좋을 코스와 미처 몰랐던 서울의 다양한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추억팔이 레시피



파스타 꼬레
목진희 저 | 다독다독

더 이상 파스타는 그다지 고급스럽지도, 기념일에만 먹어야 하는 특별한 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파는 파스타는 비싼 가격 때문에 자주 즐기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들어가는 재료도 특별할 게 없는데 비싸기만한 레스토랑 파스타는 잠시 잊고, 우리 식탁으로 눈을 돌려 건강하고 신선한 우리 재료로 한식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보자.






낮책밤책



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저/김성숙 역 | 동서문화사

『율리시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무대로 1904년 6월 16일 아침 8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그린다. 저자는 『오디세이아』의 구성을 교묘하게 비틀어낸 이 작품에서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각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소시민 레오폴드 블룸과 그의 바람난 아내 몰리 블룸, 예술가를 꿈꾸는 스티븐 디댈러스라는 세 인물을 통해 인간 내면의 문제들과 현대문명의 총체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국식 룰렛
은희경 저 | 창비

막막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밤하늘의 길잡이별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작가 은희경의 여섯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이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여섯편의 소설 역시 각기 다른 성광과 매력을 뽐내며 일상의 우연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는 날들이 얼마나 공교롭게 우리를 이끄는지를 은희경 특유의 섬세하고 정련된 필치로 펼쳐 보인다.





권혁재 인터뷰



권혁재의 비하인드
권혁재 저 | 동아시아

저자는 멋진 사진을 찍고자 하는 고민, 화려한 기교를 넣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고민을 넘어 인물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순수한 한 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에 담긴 인물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짓기도 하고 더해서 자신의 꿈을 약속하면서 그렇게 인생을, 살아냄을, 행복을 고백한다.





방현희 인터뷰



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저 | 답

2016년 정릉, 엄마의 병구완 때문에 직장도 잡지 않고, 5년 동안 온갖 요리를 만들어야 했던 형진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집밥 먹는 셰어 하우스]를 연다. 현대 한국 사회의 평범한 젊은이들의 대표 격인 사람들이 형진의 셰어하우스 입주 공고를 통해 정릉의 사과나무집에 모이게 된다.





노홍철 인터뷰



철든책방
방노홍철 저 | 벤치워머스

이 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뼈대는 철든책방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바뀌어서 탄생했는지를 다룬 인테리어 ‘비포&애프터’다. 30여년 된 낡은 구옥이 새 생명을 얻기까지 6개월여의 시간을 카메라로 담아 355장의 사진으로 기록했다. 비교적 작은 공간이지만 곳곳의 변화 과정을 세세하게 정리해 같은 공간이 어떻게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테리어 관련 실용적인 정보와 함께 노홍철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광규 인터뷰



맑은 슬픔
공광규 저 | 교유서가

당대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고향과 가족에 대한 서정적 시편들로 사랑받아온 공광규 시인의 등단 30년을 정리하는 첫 산문집이다.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과 도회지에서의 삶을 자신의 대표적인 시와 함께 마흔한 편의 산문으로 담백하고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금주의 책 읽기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저/이종인 역 | 흐름출판

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다가 자신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게 된 서른여섯 젊은 의사 폴 칼라니티의 마지막 2년의 기록.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저자 아툴 가완디는 “삶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감동적이고 슬프고 너무 아름다운 책”이라고 평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고뇌와 결단, 삶과 죽음, 의미에 대한 성찰, 숨이 다한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과 가치에 대한 감동적인 실화.









바이올렛 아워
케이티 로이프 저/강주헌 역 | 갤리온

이 책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뉴욕대 교수 케이티 로이프가 전 세계 위대한 작가들의 삶의 마지막 순간을 추적함으로써 죽음의 의미를 돌이켜 본다. 그들은 왜 그런 죽음을 선택했을까? 나는 과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가장 현명한 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저/최세희 역 | 다산책방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인 줄리언 반스와 영국 문학의 제왕으로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죽음을 면밀히 파헤친 줄리언 반스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해낸 에세이다.줄리언 반스는 사생활을 공개하기를 극도로 꺼리는 작가이지만, 이 책에서만은 다르다. 줄리언 반스의 가족은 멀리서 봤을 때 평범하고, 누군가의 눈에는 훌륭해 보이기까지 하다. 교장을 지낸 할아버지, 프랑스성애적(?) 고상한 품격을 갖춘 할머니, 온화하고 관대한 아버지, 노동당 출신의 어머니, 철학과 교수 형까지.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봤을 때 반스의 가족은 괴팍하며 쩨쩨하고 뒤틀린 면 또한 있다. 우리의 가족이 그러하듯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저/김희정 역 | 부키

현대 의학은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노환 및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성취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인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deca의 미스터리 탐구



아리아드네의 탄환
가이도 다케루 저/권일영 역 | 예담

가이도 다케루는 전직 외과 의사에서 현재는 병리의로 전환, 작가 활동과 병행중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특히 이번에 출간한 소설 『아리아드네의 탄환』은 ‘사인 불명 사회’라는 일본의 불명예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더불어 사후 검시 체계인 Ai센터 설립을 위한 사법 기관과 병원 측의 대결이 긴장감 속에 펼쳐진다.





A 케어
구사카베 요 저/현정수 역 | 민음사

구사카베 요는 의료 과실, 특이 증상 등 이색적이고 시의적인 의료 문제를 생생한 르포 형식으로 묘사하는 대표적인 ‘메디컬 전문 작가’다. 그가 『A 케어』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폐용신(廢用身)’, 즉 마비 증세로 손상을 입어 영구적으로 불구가 된 신체다. 기관이 노쇠한 노인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인 ‘폐용신’ 환자들을 위해 한 평범한 노인 의료 전문 클리닉에서 혁신적인 시술 ‘A 케어’를 고안하면서 사건의 톱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위험한 저녁식사
조너선 에드로 저/이유정 역/성문우 감수 | 모요사

각종 질병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과 흥미로운 의학 상식을 함께 버무려 소개하고 있는 교양서로, 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범인을 찾는 수사과정과 같은 스릴을 담고 있다. 희귀한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처럼 의학과 추리를 연결시켜 재미와 긴장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실제 사례를 토대로 하여 기이한 사건의 미스터리한 원인과 결과의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외과의사
테스 게리첸 저/박아람 역

『외과의사』는 의학 지식과 기술을 갖춘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범죄자) 범인이 저지르는 전대미문의 흉악한 범죄를 다룬다. ‘외과의사’는 자신의 사냥감인 희생자를 주시하고 그녀들의 냄새를 맡으며 살인의 전희를 음미한다. 또한 그는 산 제물의 심장을 신에게 바치는 아즈텍 문명의 희생제의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을 앞두고 친딸 이피게네이아를 직접 제물로 바쳤던 아가멤논의 유혈극에 대해 우아하게 논한다. 피의 원시성에 열광하며, 육체의 절개에 일종의 변태 성욕을 느끼는 그의 독백은 무시무시하다.





현사연



안티 오이디푸스
쥘르 들뢰즈,펠릭스 과타리 공저/김재인 역 | 민음사

20세기 철학의 위대한 성취, 철학자 질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펠릭스 과타리가 68혁명 이후의 현재적 상황을 반성적으로 사유한 끝에 내놓은 정치철학서 『안티 오이디푸스』를 새로운 번역으로 만난다. 들뢰즈 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해 온 철학자 김재인이 10년 넘게 『안티 오이디푸스』 번역에 몰두하며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최근 재번역된 일본어 판본까지 두루 섭렵해 집대성하였다. 이 책에 나오는 ‘자본주의와 분열증’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회 철학적인 문제 제기를 현재적으로 읽어 내는 것, 그 자체가 현대의 우리들에게 거대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MD리뷰대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저/김춘미 역 | 비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강렬한 묘사, 다자이 오사무의 깊은 사색, 거기에 마루야마 겐지의 선 굵은 뚝심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타일리시한 여백까지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일본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등장했다. 오랜 편집자 생활을 뒤로하고 늦깎이 작가로 데뷔한 거물 신인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그 주인공이다. 인간을 격려하고 삶을 위하는 건축을 추구하는 노건축가와 그를 경외하며 뒤따르는 주인공 청년의 아름다운 여름날을 담은 소설이다.





빈방의 빛
마크 스트랜드 저/박상미 역 | 한길사

《빈방의 빛: 시인이 말하는 호퍼》는 계관시인 마크 스트랜드(Mark Strand)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 30점에 대해 쓴 글이다. 때론 에세이처럼 때론 미학 비평처럼 써내려간 이 글들은 모두 ‘시인의 글’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케이시 윅스 저/제현주 역 | 동녘

한국사회에서 역시 조건 없는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늘 이런 주장에 비판적인 논자들은 “현실적이지 않다”라는 말로 응대를 하곤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새로운 방식의 일하기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옮긴이의 말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누군가에게 이런 요구들은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그래서 낭만적인 유토피아주의로 폄훼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한 장을 통틀어 주장한다. 유토피아는, 제대로 쓰일 때, 한계를 짓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고. (…) 다른 세상을 가능할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다른 세상이 가능한 듯이 요구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존재할 때만, 비로소 다른 세상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나는 이 책을 옮기면서 그렇게 믿게 되었다.”(363쪽)





북쪽으로 가는 길
신혜림 저 | 상상출판

Shinhyerim Photoessay 두번째 책. 독특한 사진 색감과 구도, 필름 카메라 특유의 따뜻함과 아날로그한 감성,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려 자신만의 색깔을 사진에 담아내는 신혜림. 이번에는 전혀 다른 느낌의 노르웨이 여행기를 공개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부 노르웨이 여행 사진이 공개될 때마다 팬들의 사진집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을 정도로 신혜림 작가 특유의 색깔과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노르웨이 여행 사진. 그 여행기를 묶은 『북쪽으로 가는 길(The way to the North)』에서는 『핑크 블라썸 아일랜드』와는 또 다른 매력과 색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룻밤
이금이 글/이고은 그림 | 사계절

『하룻밤』은 사계절 저학년문고 시리즈 예순네 번째 책.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등을 펴낸 아동청소년문학 베스트셀러 작가 이금이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저학년 창작동화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어린 시절 추억과 조부모에 대한 사랑, 더 나아가 죽음과 영원함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허먼과 로지
거스 고든 글그림/김서정 역 | 그림책공작소

어느 복잡한 도시, 아주 복잡한 길 위, 조그만 아파트에 허먼과 로지가 살았습니다. 허먼은 오보에 연주하기, 겨울날 핫도그 냄새, 바다에 관한 영화 보기를 좋아했습니다. 로지는 팬케이크, 오래된 재즈 음악 듣기, 그리고 바다에 관한 영화 보기를 좋아했지요. 두 사람은 도시의 멋진 리듬을 사랑했지만 가끔 외로웠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허먼과 로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이 책은 허먼과 로지의 모습을 통해, 복잡한 도시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맨처음 독자



꼼짝도 못 하고 서 있기
데이비드 세다리스 저/조동섭 역 | 학고재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에세이집 『꼼짝도 못 하고 서 있기』가 학고재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2001년 미국에서 유머 작가에게 주는 ‘터버 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유머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이 책에서 세다리스는 셔츠에 팬티 바람이었던 아버지의 저녁식사 차림(「장하다 토미」), 첫 대장 내시경 검사(「행복한 장소」), 피그미 해골을 살까 생각했던 때를 떠올린다(「올빼미 이해하기를 이해하기」). 이 다양한 이야기들의 공통점이라면? 세다리스는 각각의 이야기들을 뛰어난 사랑 이야기로 바꾸어 버린다.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관계를 유지하면 어떤 기분인지, 가족과 연인, 친구의 의미는 무엇인지, 인생의 온갖 부조리 속에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이야기한다.






이달의 독자



필 잭슨의 일레븐 링즈
필 잭슨,휴 델레한티 공저/엄성수 역/최연길 감수 | 한스미디어

노스다코타 출신의 한 목사 아들이 성장해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리더 중 한 사람이 된 이야기를 담았다. 스스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프로 스포츠 역사상 그 어떤 감독보다 많은 우승을 차지했던 필 잭슨은 인본주의 심리학과 아메리카 원주민 철학에서 선불교 명상에 이르는 모든 것들을 탐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자유와 진실성, 사심 없는 팀워크에 토대를 둔 새로운 리더십 방식을 개발해냈고, 그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끝없는 경쟁이 지배하는 프로 스포츠 세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어놓았다.






뚜루



심야 이동도서관
오드리 니페네거 글,그림/권예리 역 | 이숲

『심야 이동도서관』은 베스트셀러 『시간 여행자의 아내』 저자가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알렉산드라는 심야 이동도서관에서 그때까지 읽었던 모든 책을 다시 만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과거였고, 소중한 추억이었으며, 자신의 인생 자체였다. 심야 이동도서관의 비밀을 알고 난 알렉산드라는 삶에 활력을 얻는다. 이제 전과는 다른 눈으로 책을 읽게 되었고, 사서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겼으며, 그 목표를 훌륭히 이루어냈다. 독자들에게 ‘책’이라는 사물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내 인생은 무엇인가’라는 아주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하는 작품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1월의 독자] 딱 봤을 때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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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웅(34세)

대학원생, 『긋플레이어』저자

 

 

 

자기 소개


작고 따뜻한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이며, 우리가 사랑했던 스포츠 선수들의 삶을 담아보고 싶은 ‘자칭' 스포츠 작가다.   스포츠 경기를 보며 선수들이 보여주는 순간의 느낌 같은 것들을 글로 적거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긴다. 최근 딸바보 아빠가 됐다.

 

평소 어떤 장르의 책을 즐겨 읽나?


스포츠 선수 자서전을 자주 읽는 편이다. 매일 스포츠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선수들의 그 날 하루 활약에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편적이거나 때론 폭력적이다. 그러한 아쉬움을 스포츠 자서전이 채워준다.  게다가 스포츠 선수는 이미 언론 기사나 경기 중계를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책이 순수해서 좋다.

 

『긋플레이어』는 어떻게 쓰게 된 책인가?


'언제까지 딴 사람이 쓴 이야기를 읽고 감동만 하고 있을 것인가’, 내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평소 스포츠 선수들을 나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틈틈이 써놓은 글도 꽤 있었다. 출판 기획을 잘 아는 지인을 통해 ‘내가 사랑한 선수들'이란 부제로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고,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modoo'라는 툴을 통해 책의 콘텐츠와 가치를 지인들을 중심으로 알렸다.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채웠다. 다행히 책의 콘텐츠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꽤 있어서 출간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책을 고를 때 기준이 있나?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책', '내가 지금껏 주로 읽었던 책들'을 머릿속으로 쫙 그려본다. 좀 비어있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면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을 고른다. '읽어야만 한다'는 식으로 제목을 통해 책의 가치를 주장하는 책은 웬만하면 안 고르는 편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딱 봤을 때 읽고 싶은 책 아닐까. 가령 어떤 작가의 경우는 수백 만권을 팔아왔지만, 여전히 그 작가의 책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 펴본 기억도 거의 없다.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호불호인듯 싶다.


책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지금까지의 삶에 큰 굴곡이 비교적 없는 편이라, 세상을 깊고 넓게 알 수 있는 계기가 적었다. 20대 중반, 인턴기자 생활 6개월을 경험하고 나니 내가 참 무식하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나 깊이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생겨났다. 그 때부터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한 독서가 시작됐다. 소비의 최우선순위에 책이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독서의 80은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독서이고, 즐기는 독서는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책이란, 내게 편안한 친구보다는 세상 어딘가로 이끌어주는 좋은 선생님 같은 느낌이다.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책이 아니어도 세상을 알아가고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넘쳐난다.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식의 의견에는 100% 반대한다. 책을 거의 안 읽지만 정말 멋지게 살아가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 더욱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책의 재미에 한 번쯤 빠져보는 일도 참 괜찮다. 그 어떤 통로보다도 책은 삶의 다양한 면들을 풍성하고 재미나게 담아내고 있으니까. 

 

『월간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첫째는『필 잭슨의 일레븐 링즈』이다. '농구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의 최고 전성기를 함께했던 필 잭슨 감독이 쓴 자서전이다. 그는 지극히 육체적으로 보이는 농구라는 스포츠를 구도자적인 자세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농구 경기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선수들의 움직임 가운데 느껴지는 숨결 같은 걸 볼 수 있게 됐다고나 할까. 두 번째는 『나의 사랑, 백남준』이다. 난 그전까지 '백남준'이라는 인물을 '희대의 기인' 정도로 가볍게 소비하곤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그려낸 백남준의 세계를 보며 '아, 백남준이라는 예술가가 바라보는 세계는 이랬구나'라는 걸 좀 느꼈다. 그 뒤로는 그를 '희대의 기인'이 아니라, '희대의 천재적 귀염둥이'로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가장 좋았던 건 '구보타 시게코'가 '백남준'을 향해 품었던 아름다운 순애보였다. 


 

 

긋플레이어 소재웅 저 | 디노마드
『긋 플레이어』는 ‘느리게 흘러가는 읽기’가 알맞은 책이다. 이 책은 목차를 열고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그 플레이어를 찾아 가만히 읊조리는 즐거움이 있는 자유로운 읽기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순간동작들을 포착해두고서 마치 정지화면이나 슬로우비디오처럼 풀어서 재생시켜주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당신은 최고, 최악의 저자였어! (편집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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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가장 감사하고 또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편집자’입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고에 숨을 불어주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정직하게 피드백을 주는 상대이니까요. 최근 문단이 ‘성폭력’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무척 속상하다”는 편집자도, “이제야 터지는구나”하고 속 시원해하는 편집자도 있습니다. 반응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각자 경험한 저자와의 사연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편집자 여덟 분께 익명을 전제로, “당신이 기억하는 최고의 저자, 최악의 저자”를 물었습니다. 할 말이 많았다며 선뜻 답장을 보내온 편집자도, “좋은 저자도 많은데, 지금 출판계 상황이 서글프다”는 편집자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책을 내고 있는 저자들도, 앞으로 저자가 될 분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 <채널예스> 편집자 주

 


1.jpg리엘(15년차)
전사적으로 관리하는 베스트셀러 남성 저자였다. 개정판 작업을 맡게 되어 인사차 지방에 있는 저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내 얼굴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내란다. 대충 전화를 끊었다. 퇴근하는 길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저자였고 왜 사진을 안 보내냐고 한다. 내 입에서 “싫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몸서리쳐지도록 싫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일을 하냐고 소리를 높였고 나는 내일이라도 편집장님과 계신 곳으로 출장 가겠다고 응대했다. 저자는 이번 주는 자기가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 후 주말에도 평일에도 같은 내용으로 휴대전화를 몇 차례 더 받았다. 가슴이 졸아들었지만 끝까지 사진은 보내지 않았다. 마침내(?) 이루어진 첫 만남에서 나는 그가 옆 사람 허벅지를 움켜쥐며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임을 알았다. 첫 만남에서는 그 옆 사람이 내가 되었지만 이후에는 그의 옆에 앉지 않았다. 식당이나 카페에 갈 때마다 그는 내게 웃으며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지만, 그 저자와는 몇 권의 책을 더 출간했다.

 

2.jpgRKO(5년차)
선생님, 제가 불면증에 시달렸던 건 원고 편집을 더 잘해야겠다는 강박증 때문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내 불면증은 망할 당신 전화 때문이었어요. 댁이 교수로 있는 LA가 점심시간이면 여기는 새벽 4시거든요. 한 달 내내 새벽 4시에 깨서 한 시간 전화기를 붙잡고 있으면 삶이 피폐해져요. 그리고 출간기념회를 출판사에서 열어줬으면, 우리 인간적으로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합시다. 50년 전 ‘국민학교’ 동창까지 연단에 세워 소개하면서, 나는 고기 굽고 마케터는 상추 씻어야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제발이지 망할 영국 동요를 예문으로 쓰는 건 그만둡시다. 당신 책은 ‘순우리말 글쓰기’였다고!

 

3.jpg한때 춤 좀 췄던 여성 편집자(15년차)
한 번은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술 안주감을 출판사로 배달시킨 필자가 있었다. 그날은 결국 필자를 모시고 예기치 않은 음주 야근을 해야 했다. 술이 불쾌해진 그는 말했다. “어떤 출판사 송년회에 갔는데 XXX는 나랑 블루스도 안 춰주더라. 지가 뭐라고.” 여직원들의 얼굴이 굳어지는 게 보였지만, 한 남자 편집자는 그 말에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 못해 피식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저라도 안 추겠어요. 춤도 사람 봐가면서 춰야죠.”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올 것이다. 김영란법도 시행된 김에 선물도 이제 그만, ‘접대’ 송년회도 이제 그만! 편집자도 연말연시는 제발 살가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자!

 

4.jpg펭귄(4년차)
언론인 상을 받은 기자인 A작가. 초등학생 딸 자랑에 여념이 없던 그가 회식 자리가 끝날 즈음 좌식 테이블 밑으로 실수인 척 손을 겹쳐 잡았을 때의 뜨악함을 잊을 수 없다. 이후 “좋은 사람 같다”는 둥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새벽 4시에 특별한 용무도 없이 ‘자니?’ 같은 메시지를 보내던 B작가. 학창 시절부터, 날카로운 사회 비평으로 이름 높던 그의 팬이었던 지라 실망이 더 컸다. 여성 편집자가 남성 저자와 작업할 때 겪는 최악의 상황(중 하나). 단호한 대처를 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어디선가 조용히 괴로운 상황을 겪고 있을 동료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

 

5.jpg신포도(9년차)
첫 대면부터 출판사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겨주신 한 작가님. 시상식에 자리한 많은 출판 관계자를 보며 작가님의 인품을 짐작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책 만드는 과정 자체가 이렇게 스무스해도 되나 할 정도로 화기애애. 훈훈함 덕분인지 책은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이유를 그림작가와 출판사 덕분이라고 주장, 떡 파티를 열어주셨는데 종국에는 그마저 성에 안 찬다며 그림작가와 출판사 전 직원을 초대해 멋진 중식당 풀 코스 요리를 선물해주실 정도. 맛있는 음식이 문제가 아니고(!) 작가님의 출판사에 대한 무한 신뢰와 배려를 보자면 늘 응원할 수밖에.

 

6.jpg프로 마감러 (4년차)
그는 소위 '엘리트' 저자다. 동시에 사회를 향해 '이로운 이야기'를 발신한다. 그런 그가 우리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됐다. 설렘과 흥분도 잠시, 나는 금세 저자 P 씨로부터 흥미를 잃고 만다. 그가 도통 원고를 건네지 않았던 까닭이다. 안다. 원고 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그래서 넉넉히 드렸지만, 연락도 없이 번번이 약속은 어겨졌다. 억울한 것은, 막상 연락이 닿으면 엄청난 자기비판이 이어졌다는 것. 그럼 제가 아무 말도 못 하잖아요. 해가 두 번 바뀌었다. 우리도 먹고살아야 했다. 장문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오후에 그의 페이스북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메일에 '하여간'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단다. 어떻게 그런 말을 쓸 수 있냐며 분노하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네. 제가 바로 메일에 '하여간'이라는 단어를 적은 사람입니다! '하여간'의 사전적 의미는 '어찌하든지 간에'이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어찌하든지 간에' 당신의 책을 끝까지 출간하고 싶다는 의미의 메일이었다. 도대체 이 문장의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셨던 건지. 끄응. 결국 나는 그 책의 담당자에서 물러났다.

 

7.jpg동등하게 일하고 싶었(7년차)
간혹 편집자가 자신의 비서, 또는 매니저인 줄 착각하는 저자들이 있다. 마감 날짜는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고 맞춤법은 무조건 편집자가 확인해야 하는 일로 착각한다. 이렇게 맞춤법을 모르면서 어떻게 책을 낼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책은 읽고 신문을 읽고 사시는 거죠? 분량이 너무 많아 좀 줄여달라고 하니, 자신의 원고가 너무 소중한 나머지 어렵다 하신다. 웬열! 당신보다 더 잘나가는 훌륭한 저자도 수정해주시거든요? 웬열! 아마 자신이 굉장히 매너 좋은 저자라고 생각할 텐데, 제발 현실을 좀 아시길. 가끔 “선생님,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편하게 불러달라는 초보 작가 분들이 있다. 잘해주고 싶다. 제발 마음속에서 “나는 위대한 작가”라는 자의식이 샘솟아도 조금은 겸손하시길. 당신의 진짜 모습, 나만 알아서 아깝다 정말.

 

8.jpgS출판사 P(16년차)
그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 초보 편집자 시절, 인생의 멘토와 같은 분이었다. 그는 기업을 그만두고 1인 기업연구소를 창업했다. 그곳은 수익이 없지만 젊은이들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우리 출판사에서 그의 책을 만들 때의 이야기다. “○○야, 이제 곧 60세인데, 향후 10년 동안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아니 선생님. 책을 한창 쓰셔야 할 때 아닌가요?” “70세가 되면 홀로 여행 다니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 몸에 힘이 있을 때 낯선 곳에 더 머물고 싶어.” 안타깝게도 그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책이 나올 때만 해도 건강했던 그가,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별세하셨기 때문. 마지막 책에서 그는 독자들에게 ‘모험을 선동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모험은 일상의 균열을 일으키고, 그 틈 사이로 끊임없는 자극을 남긴다. 결국 나를 변화시키는 첫 문(門)이다. 40대인 내가 ‘10년 후의 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려 하는 것은 순전히 그의 선동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재미도 의미도 놓치지 않은 물리학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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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고는 뉴턴이 먼저 생각났다. 그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류인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맘먹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 시절에는 어렴풋하게 그게 몹시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물론 물리학에 발 좀 담그고 나서는 그러한 ‘동심’이 철저히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뉴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위대한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부풀려진 유명한 일화들을 한두 개쯤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그 중에는 뉴턴처럼 과장된 것들도 있고 또 ‘물리학 이외의 학문은 우표 수집’이라고 과감히 말했던 러더퍼드처럼 어떤 것들은 그 인물을 이해하게 되는 힌트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전기를 읽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통해 그를 이해하게 된다. 그가 어떻게 위대한 이론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내 동심은 이처럼 이 책의 행간에서 답을 얻었다.

 

그 많은 물리학자들 중에서 열 명을 고르는 것부터 아주 힘들었다고 시작부터 저자들은 너스레를 떤다. 그리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뽑은 한 명 한 명을 꽤 정성스레 소개 하는 것으로 그 선정 이유를 대신한다. 첫 번째 인물인 갈릴레오부터 차근차근 읽어 가다 보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일화들이 쏟아진다. 그래서인지 물리학 책을 읽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읽는 재미가 있고 몰입이 잘된다. 전기는 주로 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시콜콜한 사연들을 담아내기 때문에 흐름이 길고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짧고 간결하게 독자를 한 사람의 인생으로 이끈다. 마리 퀴리의 인생이 이렇게 기구했었나 싶기도 하고, 패러데이의 실험에 대한 열정에 새삼스레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아인슈타인은 또 어떤가? 그의 전기를 몇 권 읽은 나로서도 생소한 일화들을 마주하고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아인슈타인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전기는 어떤 사람이 기술하는가에 따라 그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물리학자들의 사고과정에 집중했다. 어쩌면 이 책의 일화들은 그들의 혁명적 사고를 있게 한 복선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설처럼 술술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문맥에 긴장감이 돌고 중요한 사고의 발전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흐름이 느려진다. 그러다가 사고의 도약이 있는 장면에서는 의미 있는 대화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거나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처럼 부연설명을 하곤 한다. 조금 힘겹지만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어떻게 생각의 발전을 이루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물리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행간의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데, 특히 뒤로 갈수록 자주 등장하는 양자역학의 추상적인 개념들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려면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있어야 주인공들의 고뇌를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물리를 처음 접하는 고등학교 학생들보다는 양자역학까지 이미 맛 본 물리학에 발 좀 담근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듯싶다.

 

‘정말 좋은 목록이다’라고 시작하는 와인버그의 추천사에서도 그가 말했듯이 10명을 선택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편중된 경향이 없지 않다. 이 책의 열 명은 모두 영국에서 연구했거나 영어권 물리학자들을 꼽았다. 뉴턴을 필두로, 맥스웰, 패러데이, 디랙 등 영국 사람만 4명이고 뒤로 갈수록 양자역학에 기여한 부분을 강조하느라고 통계물리학이나 고체물리학 등 다른 분야의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물론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을 빼고 10명을 골랐다면 그건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디랙 대신 독일의 하이젠베르크나 오스트리아의 슈뢰딩거가 들어가는 것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이건 책의 뒷부분에 저자들이 이런저런 변명을 하고 있지만 그리 설득력이 있진 않다. 또한 근대 유럽이 물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유럽 사람만 뽑아놓은 것도 한 가지 흠이다. 미국인 리처드 파인만을 어렵사리 열 명에 뽑아 놓고도 물리학적인 기여보다는 기이한 행동으로 유명세를 탔다며 깎아내리기 바쁘다. 그마저도 책의 뒷부분에선 빼야 된다면서 가차 없이 명단에서 잘라낸다.

 

노벨상도 매번 수상자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책이 약간의 편협한 베스트 10일 지도 모르지만 책에 담은 내용과 구성은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두께에 비해 아주 재미있게 술술 읽히며 의미 있는 부분에서는 적절한 호흡조절로 지루하지 않게 엮어낸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제 물리학 이외의 학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러더퍼드 같은 물리덕후*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 하나 더 생겼다.

 

*물리덕후 : 물리 이외의 학문은 공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물리학 마니아들


 

 

세상을 보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10명의 물리학자 로드리 에번스, 브라이언 클레그 공저 /김소정 역 /유민기 감수 | 푸른지식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10명의 물리학자들이 해낸 발견과 업적을 한 권에 명료하게 담아낸 책이다. 이 물리학자들은 냉철한 이성과 논리를 무기로 수백 년간 내려온 전통과 편견에 과감히 맞선 혁명가들이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당신은 최고, 최악의 저자였어! (마케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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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신문광고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과연 신문광고의 효과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책이 중앙일간지에 등장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요? 신문광고 몇 회, 강연회 몇 회, 인터뷰 몇 회 등을 계약서를 쓰면서 요구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런데 저자 분들은 아시나요? 출판사에서는 한 달에 한 권만 출간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요. 출판 마케터는 책을 파는 서점, MD, 독자와 가장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기보다는 그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독자와 정말 소통하고 싶다면 말이죠.  -<채널예스> 편집자 주

 


1.jpg마대(10년차)

 

10년이 넘게 마케팅을 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건만 최악의 저자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녀! 엄청난 말발로 치면 타의주종을 불허하며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지만 그녀의 본모습을 알면 독자들은 경악할 것이다. 편집자와 마케터에게 상스러운 반말은 기본, 저서와는 상반된 도덕적 해이를 지켜보자면 나까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 그녀의 책을 마케팅 하는 동안 팀에서는 4명이 퇴사한 것은 비밀 아닌 비밀. 하지만 책이 저자요, 저자가 책인 경우가 더 많다.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한결같은 최고의 저자. 마케팅을 하는 동안 존경의 마음이 한 가득 솟아오름은 물론, 급기야 그 분의 강연을 들을 때마다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저자의 책을 마케팅 한다는 것은 마케터의 크나큰 기쁨이자, 행운이 아닐는지.

 

2.jpg맥주감튀(8년차)


행사가 끝난 쌀쌀한 가을 저녁, 메뉴판 펼치자마자 랍스터 시켜주신 저자님. 회로 먹고 구워서도 잘 먹었습니다. 한 마리가 통으로 나오는 메뉴인지는 몰랐어요. 그 후 랍스터 구경을 못하고 있지만, 3년 전 랍스터 맛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랍스터에 집중된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도 잊지 않고 있어요. 그 날 회식 분위기는 여느 때 보다 즐겁고 밝았거든요. 비용 절감 때문에 밤 늦게까지 일하고 간단히 끼니만 때우는 일이 많지만 최고의 저자님 덕분에 호강했습니다. 일하는 동안 앞으로 그런 기회가 또 있을까요? 즐거운 작품으로 다시 만나요.

 

3.jpg해적(15년차)

 

우선 최고의 저자는 모 변호사다. 금수저의 선입관으로 처음 대했으나 어쩌면 이리 순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케터를 존중했다. 소박하게 맥주집에서 한잔을 하는데, 요구하는 것 모두를 승낙했다. 출간 강연회를 하면서 채널별 3가지 콘셉트의 강의안을 요청했는데 역시 흔쾌히 모두 준비해줬다. 최악의 저자는 나를 ‘죄송맨’으로 만든 사람. 외부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생기면, 상대방을 심하게 몰아쳤다. 얼마나 많이 죄송하다는 말을 드려야 하는지, 만나고 나면 내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4.jpg책읽는뱀(8년차)
 
우선 최악의 저자를 먼저 말해볼까? 휴일에도 전화를 걸어 자기 책이 왜 이렇게 안 팔리는지 모르겠다며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출판사가 마케팅에 신경 안 써서 그렇다고 따지는 것으로 끝내는 그 인간. 출간한지 3년 지난 책인데, 안 팔리는 책이 아니었다. 단지 초반보다 줄었을 뿐. 출간 후로도 기획전도 하고 SNS에도 이것저것 올렸는데 전혀 만족을 못 하더라. 몇 번 시달린 끝에 알게 되었다. 그분이 원하는 건 ‘신문광고’였다는 걸. 책 팔아 좀 남는 거 광고비로 다 쓰면 출판사는 뭐 먹고 살아야 하나? 그렇게 2년 동안 날 괴롭히더니 결국 다른 출판사로 가더라. 거기서는 그러지 않기를! (그래도 뭔가 아쉬우니, 최고의 저자도 살짝 말해보겠다) 중견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다 퇴사 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A 선생님. 이분이 일했던 회사는 매출 규모가 크다 보니 마케팅 비용 책정도 엄청나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에도 그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첫 책이다 보니 기대하는 것도 많을 것이고, 출판사에서 지출하는 마케팅비는 우습게 볼 것 같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내가 보내준 마케팅 기획안에 토를 달지 않고 동의해주고, 필요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지금도 우리는 종종 차를 함께 마시고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고 있다.

 

5.jpg갱스터P(7년차)


최고의 저자라, 쉽게 떠오른다. 독설로 유명한 방송인. 이 분의 책이 출간을 앞두고 마케팅 관련 미팅을 가졌다. '역시나 방송에서처럼 까칠하고 냉소적이구나~ 방송이랑 똑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책이 출간 되고, 출간 기념으로 강연회를 수 차례 진행하면서 몇 번 더 만나게 되었는데, 단 한번도 늦거나 직전에 오시는 법이 없었다. 항상 30분 전에 오셔서 함께 준비하시고 강연을 진행하셨다. 그래서 한 번은 "항상 일찍 오세요"라고 하니 "독자 분들이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오는데 늦으면 되나요? 와서 미리 준비하면 좋죠!"라고 대답을 듣는 순간, 그 간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확 바뀌었을 뿐 아니라, 내가 "일하면서 최고의 저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은?"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생각나는 저자가 됐다.

 

최악의 저자에겐 “내 시간만 (金)”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다. 강연과 컨설턴트를 주로 하시던 저자였는데, 강연에 장점이 있다 보니 저자와 협의 후 다른 저자들보다 더 많은 강연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많은 강연 일정을 치르면서 단 한번도 시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핑계도 단 한번도 대지 않았다. 그냥 "늦을 것 같습니다"가 전부였다 적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매번 강연 때마다 모인 사람들 앞에서 양해를 구하고 발을 동동거리며 어디시냐고 전화를 하면 본인만 천하태평이던 그 분, 다음에 책을 내시거나 강연을 하실 때는 꼭 시간 약속을 지키셨으면 한다.

 

6.jpg클레어(10년차)


처음 그녀의 책을 맡게 되었을 때, 두려움 반 걱정 반이었다. 당시 굉장히 핫한 방송에서 핫한 여자로 모두에게 각인되었던 그녀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 저자였다. 책이 출간되기 전 편집부에서 원고를 받아 별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여러 가지 일로 많이 지쳐있던 내가 두 시간 동안 무릎을 탁탁 치고 형광펜으로 공감 가는 문장들을 수없이 표시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같이 지쳐있던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이 글을 읽으며 조금은 위로 받고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들에서 힘을 얻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책을 많이 알리고 많이 팔아야 했다.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지만, 다행히도 그 책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과정 속에서 나 역시 최선을 다했지만, 저자인 그녀 역시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도와주었다. 저자와 한마음 한 뜻으로 모든 것을 열심히, 그리고 웃으면서 즐겁게 한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일에서 슬럼프를 느끼던 시절, 그때의 경험으로 다시 보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언제나 그녀의 글을 기대하고, 응원할 것이다.

 

7.jpg몽돌 (마케터 7년차)


한 권의 책을 만들고, 함께 알리는 '파트너'로서 출판사 스텝들을 존중하는 분들이 최고의 저자로 기억에 남는다. 저자 분의 일정상 작업실로 방문하여 진행된 인터뷰, 점심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 사진기자님, 보조기자님 등 참석한 스텝들 전원의 샌드위치와 음료를 미리 준비해주신 마음이 참 감사했다. 그리고 저자와의 만남 행사 끝에 참여한 스태프 한 명, 한 명에게 다가와 '고맙다', '애썼다' 인사하시던 작가님의 모습,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반면, 직접 전화해 '책이 나오면 그 서점 광고는 꼭 했다.'라는 말과 함께 서점 광고 집행 여부를 체크하던 분, 그 분은 밤낮,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불쑥 연락하시기도 해서 늘 긴장 속에 지냈던 기억이 난다. 함께 일하는 사람 간의 예의와 배려, 그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다.


8.jpg성성성(12년차)


우선 최고의 저자부터 말씀 드리겠다. 유명한 가정문제 전문가였던 그 분. 처음 뵈었을 때 "책을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독자들이 읽었을 때 행복한 책이 나옵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나의 많은 고민들을 친절하게 들어주셨고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드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성성성 팀장 결혼 때, 결혼 선물로 주례를 해도 될까요?" 라고 먼저 연락과 제안을 주셨고, 결혼 전 우리 부부에게 저녁을 사주시며 예비부부에게 꼭 필요한 가족과의 관계, 부부간의 마음가짐 등을 이야기 해주셨다.출판사에 근무하며 많은 소중한 인연을 만났지만, 이 분은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 중의 한 분이 아닌가 싶다.

 

최악의 저자는 딱 떠오른다. 글만 봐서는 매사에 진지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분 같지만 숨겨진 개그 욕망이 항상 꿈틀대는 모 경제학자. 몇 번의 술자리를 통해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해졌을 때 그분께서 내게 물으셨다. "성성성 팀장! 여자친구 없죠?" "네..." (이때까지만 해도 여자 친구를 소개해주시려나 하고 기대했다.) "그건 성성성 팀장이 유머감각이 없어서 그래요.." "그런가요?" "혹시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네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은 있습니다." "아! 그럼 그 분한테 이렇게 고백해보세요! 저기 **씨 혹시 가장 아름다운 신이 누군지 아세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아닌가요?" "틀렸어요. (이때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바로 당신이요." 나도 모르게 저절로 온 몸이 오그라지면서 공옥진 여사님의 병신춤을 추며 물었다. "아.. 박사님 정말 해도 될까요?" "날 믿어 봐요. 성성성 팀장도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어필해야 해요." 며칠 후, 난 그 개그를 하자마자 즉시 차였다. 내 소식을 듣고 위로의 술을 사주시던 그날 박사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리고 박사님께서 “이래서 결혼을 늦게 하셨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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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 불치병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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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는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마음 졸이며 읽는 소설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폴 칼라니티는 아버지와 형제들이 모두 의사로 일하는 인도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서른여섯이 된 2015년 3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극히 열심히 살았다. 영문학과 철학, 역사와 의학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가는 분야는 모두 가장 유명한 대학들에서 공부했다.

 

그는 한 주 100시간 이상 병원에서 근무하며 레지던트 기간을 끝내려는 마지막 해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수련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모교 교수 부임을 앞둔 젊은 의사의 죽음이 통속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만약 신이 문득 죽음을 앞둔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면 다른 사람이 아니고 폴 칼라니티는 죽음을 증언하기에 가장 적당한 사람이었다. 서른여섯 살에 폐암에 걸릴 확률은 0.0012퍼센트라고 한다.

 

“나는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 더 끌리는 편이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삶의 의미를 온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인간관계나 도덕적 가치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의사와 환자를 오가다

 

그가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은 신경외과 의사야말로 인간을 생리적, 영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어떤 면에서는 맞고 다른 면에서는 틀렸다. 해부부터 실습, 수술까지 그가 선택한 직업은 늘 삶과 죽음을 10분 안에 가르곤 하는 것이었다. 예정일보다 석 달이나 일찍 태어나서 죽음을 맞은 신생아, 오토바이 사고로 뇌가 뒤죽박죽이 된 젊은이, 뇌졸중으로 뇌기능이 마비된 노인들은 신경외과 레지던트가 매일 만나는 고객들이다.

 

그렇게 많은 죽음을 목도했지만 자신의 암 진단서를 앞에 두고 이 유능한 의사도 고백할 수밖에 없다.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 그는 지팡이, 좌변기, 폼블록, 안 무더기의 진통제를 받아 들고 환자로서 자신이 일하던 병원을 드나들면서 죽음의 새로운 얼굴을 생생하게 맞닥뜨린다. 정맥 주사를 꽂고 있으면 소금 맛이 느껴진다는 걸 병원에서 일한 지 11년 만에 알게 된다.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14세기 철학에서 환자라는 단어는 그저 ‘행동의 대상’을 의미했고, 나는 딱 그런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의사였을 땐 행위 주체이자 원인이었으나, 환자인 나는 그저 어떤 일을 당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의사 시절 나는 중병에 걸린 환자들이 마주친 문제들을 어느 정도 이해했었고, 바로 이런 순간을 그들과 함께 깊이 파고들기를 원했었다. 그렇다면,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에게 불치병은 완벽한 선물이 아닌가? 죽음을 실제로 겪는 것보다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레지던트 기간을 1년 남겨두고 암 진단을 받은 후, 폴 칼라니티가 병원에 다시 의사로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 스스로도 처음엔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희망을 갖는다. 재활 치료를 거쳐 수술실로 복귀하고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갖기로 한다. 결국 암은 뇌까지 전이되고 그는 레지던트 기간을 마치는 것이 의사 경력의 끝이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삶과 죽음, 의사와 환자, 희망과 절망, 문학과 의학, 이 책은 많은 반대말 사이를 오간다. 책 속에는 폴 칼라니티의 동료들이 몇 명 등장한다. 그 가운데 레지던트 동기인 제프는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폴 칼라니티는 ‘죽고 싶지 않다’고 절박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동료는 죽음을 선택한다. 서로 반대되는 단어들을 모두 일컫는 말은 아이러니 밖에 없다. 폴 칼라니티는 죽음을 앞두고 이 아이러니를 이렇게 쓴다.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그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

 

독자들은 이 젊은이의 노력, 겸손, 관용과 유머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그는 남을 탓하거나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한두 대목에서 불만을 표시하거나 의기양양해 했다. 퇴근을 서두르느라 투약해야 할 약을 빠뜨린 실수를 고치지 않은 레지던트에 대해서 한 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얘기할 때 늘 자랑스러워 했다. 그건 폴 칼라니티가 죽음을 맞이한 후 그의 아내 루시 칼라니티가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이 출판되고 나면 가족과 친구들은 폴의 레지던트 기간이 끝나갈 즈음 우리 결혼 생활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폴이 그 일을 글로 남겨서 기쁘다. 그것은 우리 진실의 일부이고, 우리가 관계를 재정힙하게 된 계기이며, 폴과 나 우리 둘 인생의 고난과 구원, 의미를 보여주는 한 조각이기 때문이다. 암 진단이라는 충격적인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예전의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폴의 육체적인 생존과 우리의 감정적인 생존을 위해 우리는 서로를 꼭 붙잡았고, 그러면서 우리의 깊은 사랑이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읽는다면….

 

바이올렛 아워 시간
케이티 로이프 저 | 갤리온

케이티 로이프는 자신의 경험으로 책을 시작한다. 폐렴 때문에 사경을 헤매다가 폐의 절반을 떼어내고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멀리 있거나 상관 없는 일처럼 느껴지던 죽음이 문득 현실로 다가왔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장담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바이올렛 아워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수전 손택, 존 업다이크, 딜런 토머스, 모리스 센닥의 죽음을 저서와 증언, 서한 등을 통해 세밀하게 복원했다. 예를 들어,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진통제를 거부하고 모르핀의 도움을 받아 의식을 잃는 순간을 스스로 선택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명료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다섯 명의 죽음을 늘어놓은 후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의 순간 누구와 함께 있을 것인가?'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언 반스 저 | 다산책방

줄리언 반스와 그의 형은 모두 옥스포드를 졸업했다. 줄리언 반스는 언어학, 그의 형은 철학을 전공했다. 그들의 노동당원 어머니는 이 둘을 '읽을 수 없는 책을 쓰는 아들과 읽을 수는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쓰는 아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집에선 부커상을 받은 동생이 신에 대해서 얘기 할라치면 철학 교수 형이 알 수 없는 건 말하지 말라며 비웃는 모양이다. 유년의 기억, 주변의 죽음을 파스칼, 몽테뉴, 플로베르와 섞어서 읽다 보면 마지막 페이지가 금방이다. 때로 지독하기까지 한 영국식 농담을 통해 보는 죽음의 풍경이,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쾌하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저 | 부키

아툴 가완디는 현대의학을 가장 아프게 비판하는 저자이다. 이미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고 보는' 공격적인 현대의학을 비판한 그가 이번에 삶의 죽음의 경계에서 의학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문제를 제기한다. 세계는 늙어가고 있으며 의학은 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평생을 살던 자기 집에서 임종을 맡는 일은 없어지고 거의 모두 병원에서 인공 호흡기에 마지막 순간을 의지한다. 요양병원, 양로원, 요양원, 어시스티드 홈 등 죽음을 맞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속속 생겨나지만, 노인들을 계속 살아있도록 만드는 것 외에 어떻게 죽을 수 있도록 배려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하다. 집에 데려다 달라는 환자의 소망, 치료를 중단할 수 없느냐는 가족의 바람을 무시하는 현장을 여러 사례를 들어 고발한다. 현대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보고서이며, 죽음을 준비하는 데에 꼭 필요한 참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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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려운 책에 대한 어려운 리뷰] 『안티 오이디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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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들뢰즈의 세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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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1977년 질 들뢰즈와 펠릭스 과타리의 공저 『안티 오이디푸스』의 영역판에 「비-파시스트적 삶의 입문서」라는 매우 호의적인 서문을 붙여주었다. 그는 1970년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과 『의미와 논리』에 대해 논평한 「철학 극장」이라는 글에서 “언젠가 금세기는 들뢰즈의 세기였다고 말해질 것”이라고 극찬을 한 바도 있다. 이미 영미 학계에서도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던 푸코의 이런 찬사들은 들뢰즈가 영미 지식인 사회에 파급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1960년대 들뢰즈는 스피노자, 니체, 칸트, 베르그송 등,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독창적인 주석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68년 혁명 이후 좌파 활동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펠릭스 과타리와 만남은 들뢰즈 사상에 새로운 전기가 되었는데,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1972년 『안티 오이디푸스』를 필두로 1979년까지 지속되었다. 특히 『안티 오이디푸스』『천 개의 고원』이라는 두 대작은 “자본주의와 분열증”이라는 더 큰 명목의 1편과 2편을 구성한다.

 

 

안티-라캉

 

『안티 오이디푸스』의 중요한 비판 대상은 정신분석학이다. 프로이트의 주된 관심은 원래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경증(히스테리)의 치료였다. 초기만 해도 그는 신경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신경증의 원인은 성의 억압이며 성충동을 의미하는 ‘리비도’의 해방을 통해 신경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후기로 가면서 점차 문명을 위해 충동을 제어가 필요하다는 보수적인 입장으로 이동하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남성주체의 사회화 모델을 자기 이론의 근원으로 제시했다. 정신분석학 자체가 여성의 신경증 연구에서 비롯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은 여성에 대해서는 남성의 주체형성 과정에서 거세 공포를 상기시키는 부차적 존재로서 역할을 부여했을 뿐이었다.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은 그 제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알프레드 아들러와 카를 융 같은 대표적인 제자들은 프로이트의 리비도 이론에 거리를 두며 보다 보수적인 독자적인 학파를 세웠다. 반면 또 다른 프로이트의 제자 빌헬름 라이히는 이들의 ‘탈성화’ 경향을 비판하며 초기 프로이트의 리비도 이론을 더욱 급진화 시키고 마르크스주의와 결합을 시도했다. 그는 성적 억압이 자본주의 체제의 억압적 성격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으며 성해방이 혁명의 주요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1960년대 프랑스에서 자크 라캉이 “프로이트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큰 호응을 얻었다. 라캉은 소쉬르의 언어학을 정신분석학에 도입하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새롭게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버지의 법이라는 상징적ㆍ언어적 질서로 편입과정이며, 욕망은 그 속에서 생겨나는 원초적인 결핍이다. 즉, 언어질서 속에 기표로 표현된 ‘나’와 실재 인간인 ‘나’의 괴리는 근원적인 결핍과 상실로 나타나고 그 결과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욕망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들뢰즈와 과타리는 이러한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이 사회적 문제인 정신적 병리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같은 가족 내부의 개인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근본적으로 보수적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에 따르면 욕망은 결핍이 아니라 생성적인 흐름이며, 정신적 병리현상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화폐자본의 이익이 되는 욕망의 흐름은 열어놓는 반면 그렇지 않은 흐름은 강력하게 억압하는 본질적으로 분열증적인 사회이며, 체제의 당연한 산물인 분열증 환자를 “정상화”시키려는 주류 정신분석학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들뢰즈와 과타리는 분열증 현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벗어나는 흐름으로 나아가게 하는 “분열-분석”이라는 급진적 대안을 제기한다.

 

 

욕망은 초역사적인가

 

이러한 비판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들뢰즈와 과타리 역시 욕망을 초역사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이트-라캉과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개별적이고 구체적 대상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무한에 대한 결코 충족될 수없는 지향인 욕망이 전면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주요 특징인 세계시장의 등장과 과잉생산물의 범람과 과연 무관한 것일까? 예컨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산의 과잉은 그 시스템의 무한 순환운동을 위해 끝없이 욕망을 자극해야 한다. 따라서 욕망 자체가 자본주의의 역사적 산물이 아닐까?

 

프로이트주의에 대한 들뢰즈ㆍ과타리의 태도는 라이히와 유사한데, 라이히도 그들처럼 오이디푸스 모델에 비판적이었으며 그들 역시 라이히처럼 욕망과 무의식의 발견자로서의 프로이트는 높이 평가한다. 실제로 『안티 오이디푸스』에는 라이히에 대해 긍정적 언급이 많으며, 들뢰즈와 과타리의 관점으로 볼 때 라이히의 문제는 자신의 전제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욕망이란 것이 자본주의적이기도 한 것이라면, 욕망을 해방의 동력으로 보는 라이히 유의 이론들은 자유주의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다.

 

『안티 오이디푸스』가 큰 호응을 얻은 1970년대는 유럽과 북미에서 성정치와 성해방의 물결이 넘실거리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는 혁명이나 해방적 측면보다는 소비 자본주의와 성 상품화로 귀결된 측면이 컸다. 1960~70년대의 페미니스트들 역시 여성의 성해방을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지만 성적 자유주의는 많은 경우 여성에게 폭력적인 경험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후 페미니즘 운동은 성적 자유주의와 점차 다른 길을 걸어갔다.

 

이는 욕망에도 결국 역사와 성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이트주의가 19세기 유럽 백인 중산층 남성의 욕망을 반영한 것이라면 라이히 유의 욕망 해방론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욕망의 해방을 논할 때 그 욕망은 여전히 주류 남성의 욕망일 가능성이 높으며, 뤼스 이리가라이 등 많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은 들뢰즈ㆍ과타리의 이론이 성차를 무시함으로써 은연중에 여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요컨대 이들의 이론 역시 여성을 타자화하는 남성 중심적인 욕망이론이라는 것이다.

 

 

포스트구조주의의 형이상학

 

『안티 오이디푸스』는 극히 읽기 힘든 책이다. 논리적인 서술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자신이 사용하는 개념들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의외로 상당히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욕망기계”는 일반적인 존재론이라고 할 수 있다. 2장 “정신분석과 가족주의”에서는 이에 기초하여 오이디푸스 이론을 비판하고 있으며, 3장 “미개, 야만, 문명”은 일종의 역사이론을 제시한다. 4장 “분열-분석 입문”은 실천적 대안으로서 분열- 분석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파리 8대학에서 들뢰즈에게 직접 사사한 일본학자 우노 구니이치는 자신이 쓴 들뢰즈 개론서에 『들뢰즈 유동의 철학 (ドゥル-ズ 流動の哲學)』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들뢰즈에게 세계의 기본적인 존재방식은 유동이다. 욕망은 이러한 유동하는 흐름 중 가장 원천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의 인위적 질서는 그러한 흐름을 가로막는 영토화, 코드화와 같은 고착을 만들어낸다. 들뢰즈ㆍ과타리에 따르면 원초적 흐름인 욕망과 그것을 막는 인간 사회의 역사적 특징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고유한 정신적 병리가 나타나는데, 미개 시대에는 도착증, 전제군주가 지배하는 야만 시대에는 편집증, 자본이 지배하는 문명 시대에는 분열증이 중심적인 병리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가장 일반적인 존재론으로부터 인간의 역사와 사회를 포괄하는 커다란 이론체계를 구축해가는 들뢰즈와 과타리의 방식은 자신의 이론들이 새로운 형이상학이 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 데리다와 푸코에 비해 전통적인 형이상학에 가깝다. 들뢰즈는 자신의 존재론을 유물론적 존재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이 과연 유물론적인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예컨대 속류화된 마르크스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은 양질전화, 부정의 부정 같은 몇 가지 추상적인 법칙으로 세계를 재단하는 사이비 유물론, 혹은 유물론으로 위장한 관념론적 존재론이라는 비판을 흔히 받곤 하는데, 들뢰즈의 존재론 역시 유사한 문제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자본주의 분석은 유물론적인 현실 분석이라기보다 여전히 철학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들뢰즈의 시대

 

들뢰즈와 과타리는『안티 오이디푸스』의 속편으로 1979년 『천 개의 고원』을 출간했지만 전작만큼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이후 들뢰즈는 과타리와 공동 작업을 중단하고 80년대에는 자본주의나 혁명 같은 주제보다는 주로 미술과 영화 같은 예술에 대한 분석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는 아마 1970년대가 아직 혁명의 열기가 식지 않은 자유주의적 시대였던 데 비해 80년대가 보수적이고 암울한 시대였음을 스스로 반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푸코의 예언처럼 20세기는 들뢰즈의 세기로 기억될 것인가? 세기가 바뀐 지금 되돌아 볼 때 별로 그럴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한국의 90년대는 들뢰즈의 시대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80년대의 마르크스주의자 상당수는 90년대 소련과 동구권 몰락 이후 알튀세르, 푸코를 거쳐 들뢰즈에서 최종적인 대안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

 

사실 더욱 자유주의적인 푸코에 비하여 보다 들뢰즈의 정치적 입장은 언제나 보다 전통적 좌파와 가까웠다. 들뢰즈의 사상은 당대에도 68혁명 당시 나타난 자주관리 운동과 연관성을 가진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고, 이탈리아 공장평의회 운동의 대표적 이론가였던 안토니오 네그리는 들뢰즈의 철학을 기초로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미국 학자 그렉 렘버트는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라』라는 책에서 들뢰즈의 사상이 미국 지식인 사회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프레데릭 제임슨 같은 미국 학계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학자가 드러낸 커다란 경계심에 대해 썼다. 애초부터 문학이론으로 수용된 데리다에 비해 들뢰즈는 확실히 마르크스주의의 경쟁이론으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푸코나 데리다와 달리 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이론 체계를 가진 들뢰즈는 그런 두려움대로 저항담론이 반드시 마르크스주의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 한국에서 90년대 들뢰즈 수용은 분명 마르크스주의의 대체물로 기능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들뢰즈ㆍ과타리의 이론이 68혁명의 새로움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 한계까지 극복하고 있는 것인지는 자못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안티 오이디푸스쥘르 들뢰즈,펠릭스 과타리 공저/김재인 역 | 민음사
20세기 철학의 위대한 성취, 철학자 질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펠릭스 과타리가 68혁명 이후의 현재적 상황을 반성적으로 사유한 끝에 내놓은 정치철학서 『안티 오이디푸스』를 새로운 번역으로 만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decca의 미스터리 탐구] 의사 출신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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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은 미스터리 소설과 줄곧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물론 죽음에 익숙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이유 때문이긴 하다. 미스터리 소설의 주된 사건이라면 역시 살인인데, 그 죽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미스터리 소설 속 의사들의 활약은 실로 눈부실 정도이다. 그들은 대저택 하녀 못지않은 출연 빈도를 자랑하는 등장인물이자, 오랜 전통이 쌓인 작가 집단이며, 엄청난 상업적 가능성을 지닌 의학 스릴러의 잠재적 소유주들이기도 하다. 사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셜록 홈스’의 창조주인 코난 도일의 병원이 불황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970년대 후반쯤 되면, 의사 출신 작가들은 아예 전 세계 스릴러 시장을 장악해버린다. 로빈 쿡의 『코마』를 시작으로 메디컬 스릴러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그 흐름은 마이클 크라이튼, 마이클 파머, 테스 게리첸 등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스릴러 분야로 뛰어들었고, 모두 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의학 미스터리’는 전문적으로 의학을 공부한 이들만이 집필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기에 그만큼 익숙한 영역이기도 하다. 테스 게리챈의 말처럼 누구나 한두 번 이상 병실 침대에 몸을 뉘기 마련이고, 이후 인생 최악 또는 최고의 순간과 직면하게 된다. 환자의 삶과 타인의 생사를 책임지는 의료진의 사연이 서로 얽히면서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방식만 있는 건 아니다. 명석한 두뇌와 고매한 인품을 가진 초창기 미스터리 속 의사들이 ‘한니발’ 같은 탁월한(?) 변태 살인마로 거듭났듯, 의학 미스터리도 다양한 범죄의 양상과 사회적 문제 등과 결합하며 그 폭을 넓혀 왔다. 미스터리의 갈래가 지나치게 세분화된 일본에서는 정형화된 틀 안에 둘 수 없는 작품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데, 2005년 의학 미스터리 분야에서도 그러한 작품이 쑥 불거져 나왔다.

 

1961년생, 전前 외과의사, 현現 병리전문의이자 중입자의과학센터병원 AI(Autopsy Imaging, 사망 시 화상 진단) 정보연구추진실 실장. 가이도 다케루는 2005년 제4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으로 데뷔했다. 작품은 최고 난이도 수술을 연속해서 성공시킨 대학병원 수술 팀이 알 수 없는 실패를 거듭하자 만년 신경내과 강사인 다구치와 후생노동성의 공무원 시라토리가 함께 사건을 파헤친다는 내용인데, 전문 지식에 기반한 섬세한 상황 전개와 독특한 캐릭터,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하는 과감함 등으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연히 두 콤비가 등장하는 후속 작품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고, 업계 최고의 속필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가이도 다케루답게, 연이어 세 권이 신속하게 발표됐다.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는 현재 단편과 외전 등을 포함해 아홉 권에 달하며, 시즌제 드라마와 영화, 만화와 게임으로까지 이어져 거대한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다구치는 피가 싫어서 신경내과를 선택한 인물로 별다른 증상 없이 불평하는 환자들의 불만을 전문적으로 들어주는 ‘부정수호외래’ 일명 ‘하소연 외래’의 책임자이다. 별명은 구찌. 후생노동성 공무원 시라토리는 어떤 상황에서 주눅들지 않는 뻔뻔함 그리고 응용 심리학을 기반으로 논리적인 결론에 다다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캐릭터이다. 별명은 로지컬 몬스터 또는 화식조. 이 둘 외에도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휘황한 별명을 가진 다양한 등장인물이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의 세계관을 떠받치고 있다.

 

『아리아드네의 탄환』은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 도조대학병원의 AI 센터 신설을 둘러싸고 발생한 의문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여러 정치적인 이유와 어처구니없는 상황 전개로 AI 센터 센터장에 덜컥 임명된 다구치. 하지만 그 이면에 부검 제도의 칼자루를 놓지 않으려는 사법 기관의 치밀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의문의 총소리와 함께 병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에서 기절한 채 발견된 병원장이 체포돼 실려나간다. 남은 시간은 단 72시간, 다구치와 시라토리는 제한된 시간 안에 교묘한 트릭을 깨뜨려야 한다.

 

가이도 다케루는 작가가 아니라 메디컬 엔터테이너로 불리기를 원한다. 그는 읽기를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독자가 내일 시험임을 깨닫고 좌절케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최대 목표라고 장난스럽게 밝힌 바 있는데, 그만큼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작가이다. 전문성에 기반한 현실적인 세계관 아래 이리저리 치고 받는 만화 같은 캐릭터들은 확실히 전통 미스터리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한 즐거움이다.

 

작품보다 더 흥미로운 건 가이도 다케루의 선명한 목적 의식이다. 그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의료계의 이슈를 재미있게 풀어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AI 제도 도입을 앞당기기 위함이다. 제도 도입에 거치적거리는 사회 구조를 작품 속에 몰아넣고 시리즈 내내 씹고(?) 있는 상황인데, 속이 뻔히 보이는 작가의 바람이 언제 현실이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A케어
구사카베 요 저 | 민음사

'쓸모 없는 사지를 절단한다.' 노인병원 원장 우루시하라는 'A케어'라는 획기적인 시술을 개발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 환자들을 설득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그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실제 외과와 마취과에서 근무한 의사 출신인 구사카베 요는 충격적인 설정을 통해 초 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노인 의료 문제를 고발한다.

위험한 저녁 식사
조너선 에드로 저 | 모요사

이 작품은 소설은 아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저자 조너선 에드로는 다양한 질병 사례를 소개하고 그 원인을 추리 기법을 적용해 분석한다. 세균과 박테리아, 기타 여러 환경 요인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할 만큼 충격적이다. 사례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증상을 분석해 원인을 찾아야 하는 의사는 결국 가장 탐정에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외과의사
테스 게리첸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혼자 사는 여인을 폭행하고 배를 갈라 자궁을 꺼내가는 살인마. 캐서린 코델을 희생양으로 선택한 범인은 코델의 총에 맞아 죽고 사건은 마침내 종결된다. 하지만 3년 뒤 과거와 똑같은 연쇄 살인이 일어나고, 강력반의 토머스 무어와 리졸리는 생존자 코델 박사를 중심으로 '외과의사'라 불리는 살인마를 쫓기 시작한다. 섬세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테스 게리챈의 묘사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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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폭로, 피해자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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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문단 내 성폭력 논란이 트위터를 통해 시작됐다. 익명의 트위터라인이 ‘#문단_내_성폭력’을 해시태그로 걸고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했고 제보가 끝없이 이어졌다.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배용제 시인은 2011년 예고 재학생을 문예창작실을 열었고, 수강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 성폭행했다. 문하생 5명이 트위터에 피해 사실을 폭로했고, 배용제 시인은 이를 인정하고 절필 선언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2011년 현대시로 등단한 박진성 시인 역시, 수년간 시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를 시인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10월 21일에는 소설가 박범신의 성희롱 목격담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에 박범신은 짧은 사과문을 트위터에 올렸고, 사과문 역시 논란이 되자 트위터 계정을 폐쇄했다. 박범신의 신작 소설을 출간할 예정이었던 은행나무 출판사는 “박범신 작가의 뜻에 따라 소설 출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6일, 문학과지성사 기획위원회는 “문학적 권위를 수단으로 타인을 권력 관계 속에 옭아매고 반인간적, 범죄적 행위의 대상으로 삼은 시인들의 경우, 사안을 가려 출판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학과지성사는 법적 논란이 있는 박진성, 배용제 시인의 기 출간 시집을 절판에 앞서 출고 정지 조치를 취했다.

 

한편 50대 윤 모 시인이 후배 시인 A 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지난 11월 7일, <머니투데이>에 보도됐다. 윤 모 시인은 범행을 부인했지만 고소를 당하기 전 A씨에게 SNS를 통해 사과한 바 있다. A씨는 성추행의 공소 시효가 10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뒤, 윤 모 시인을 고소했다. A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강제 추행을 당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A씨는 “윤 모 시인은 (내가) 경찰에 고소한다니, 말을 바꾸고 사설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사를 받았다. 나와 친하다고 거짓말을 해놓고 거짓말탐지기는 왜 거부하냐?”고 썼다.

 

SNS를 통한 문단 및 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성폭력에 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SNS 폭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성에 기반한 SNS 폭로가 과연 피해자에게 유리한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여지가 없는지, 『예민해도 괜찮아』, 『삼성을 살다』등을 펴낸 이은의 변호사에게 ‘성폭력 피해자가 알아둬야 할 것’에 관해 물었다. 이은의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 대기업 삼성을 상대로 싸워 이긴 최초의 여성이다.

 

 

성폭력 사건으로 고소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증거물이 필요한가?


성폭력이 일어나는 순간의 녹취나 녹화가 있으면 제일 좋다.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진술서, 강간이나 준강간 사건이라면 상대방의 체액이 묻은 이불, 수건, 휴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가해자에게 피해사실을 항의하는 문자, 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중요한 증거들이 된다.  최근까지 피해자들이 가해자들로부터 사실 확인을 하고 사과를 받는 대화 녹취록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해당 대화가 가해자 스스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닌 경우 가해자가 나중에 수사기관에서 당황해서 일단 수긍해준 것뿐이라고 부인하게 되면 증거 사실로써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잦다. 증거확보를 위해 녹취를 하는 것이라면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가해자가 가해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트위터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가해자가 먼저 변호사를 선임하고 “정확한 증거물을 제시하라”고 협박한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가?


변호사 입장에서 트위터에 폭로는 권장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 보다 훨씬 위중하게 다뤄진다. 피해자 입장에서 당장의 해소감은 클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미 입은 피해가 있는 상황에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고, 신상이 털리기도 하고,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가급적 고소나 신고를 먼저 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라면 언론이 취재하는 방식 등 우회하여 발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고려대에서 성폭행 피해 여학생이 피켓시 위를 해서 이에 대한 취재기사가 나가고 이것이 SNS에서 회자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모범 사례다.

 

성폭력을 당했을 당시에는 이것이 성희롱,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서 거부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하고 난 후, 깨달았다. 현장에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가해자를 고소하기가 어려운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갑자기 누군가 만지고 가거나 음담패설을 던지고 갔다고 가정해보자. 항의할 틈도, 뭐라고 항의를 해야 하나 생각할 틈도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 순간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관계를 오해하고 계속할 만한 행위들도 있다. 즉 피해 내용이나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포털 사이트의 지식 검색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변호사나 경찰서, 전문 상담기관 등에 문의해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조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고소하기 전에 트위터에 가해자의 이름을 명시하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재판 시 불리한가?


가해자 이름 명시해서 트위터에 피해사실 폭로하는 것은 공익의 목적이 있거나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거나 하는 등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한 별개의 범죄 행위다. 성폭행과 명예훼손 행위가 각기 다른 사람들의 별개의 범죄행위 또는 불법 행위니 내가 당한 성폭행을 판단받는데 유리하고 불리하고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규명함에 있어서 판사에게 자칫 예단을 줄 수도 있고, 양형 등을 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의 폭로로 이미 입은 피해도 감안될 가능성이 높다. 가급적 피해자가 폭로전을 하기 보다는 법적 구제 절차를 밟으면서 우회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길 권한다.

 

한 문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고소할 생각은 없으나, 진정한 사과를 바라고, 문인의 이름을 밝히면서 SNS 상에 사과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며, 연락이 왔다. 이것은 명예훼손인가?


당연히 명예훼손이다. SNS에 올리는 행위는 사과를 바라는데 본질이 있지 않고 망신을 주겠다는데 본질이 있지 않나. 오로지 진정한 사과를 바라는 것이면 고소해서 수사기관을 매개로 사과 받으면 될 일이다. 모든 범죄가 그러하듯 성폭행 사건에서 역시 무고도 있고 오해도 존재한다. 온라인 상에서의 폭로는 수사와 재판을 생략하고 상대를 단죄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사법기관은 이러한 접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보면 된다.

 

SNS 폭로 이후, 가해자가 연락을 해와 사과했다. 그러면서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겠다고 유도했다. 피해자는 보상을 받을 생각이 없고 공개적인 사과를 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렵다고 한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가해자의 공개사과 자체는 법이 보장해줄 수 있는 처벌이 아니다. 고소해서 기소돼서 가해자가 형사재판을 받아 유죄가 확정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공개된 자리에서의 사실이 공개도서 확정 받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급적 폭로성 SNS 활동을 자제하실 것을 권하지만 이미 한 경우라면, 나중에 이러한 형사법적 절차 결과부분을 올리는 것으로 해소하시면 된다. 이것은 과거 올렸던 사실에 대한 형사결과다 라고 하면서 가해자를 특정하진 말고. 어차피 과거에 올린 것에 링크가 돼서 누군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호감을 느껴 잠깐 사귀었다. 그런데 상대의 행동이 수상해서, 헤어지자고 하자 곧바로 머리를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데이트 폭력으로 고소하려면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


일단 즉시 현장에서 신고하면 좋다. 주변에 CCTV가 있는지, 주차된 차량이 있어서 블랙박스 등 영상 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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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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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 투표에서 트럼프가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절반이 넘는 270명을 확보하며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을 확정했다.


미국에서는 선거권자가 직접 대통령에 투표하지 않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서약한 선거인단에 투표한다. 대부분 주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에게 해당 주 선거인단 전체가 표를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로 운영한다. 따라서 전체 투표율로는 앞지를 수 있어도,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패배할 경우 총 득표 수와 관계없이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대통령의 자리가 바뀔 수 있다.


선거 하루 전 사전투표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우위를 가져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전세는 역전됐다. 투표한 백인 남성의 63%가 트럼프를 택했고, 클린턴을 지지한 백인 남성은 31%였다. 40대 미만에서는 클린턴의 손을 들어 줬지만, 40대 이상으로는 과반이 트럼프를 택해 세대 간에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감세 정책, 복지정책(오바마케어) 폐지, 미국 고립주의로 주한미군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선언, 멕시코 장벽 설치 및 해외 입국자에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말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연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각 후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미국을 진단하는 책을 소개한다.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거래의 기술
도널드 트럼프 저/이재호 역 | 살림출판사

트럼프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 <뉴욕 타임스>도 트럼프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 책에 나오는 교훈이 그의 운동 전략을 가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준다고 평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부동산 투자자이자 기업인, 방송인, 정치인인 트럼프가 어떻게 자신의 반대자들과 싸우고 뉴욕 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꿨는지 적나라하게 담았다. 독불장군 같은 그의 행보 뒤에는 그만의 숨은 원칙이 있다. 이 책에는 성공을 위한 지침을 11가지로 만들어 제시한다.

 

 

불구가 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저/김태훈 역 | 이레미디어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부제처럼, 트럼프가 생각하는 위대한 미국이란 무엇인지 설명한다. 뉴욕 사관학교를 거쳐 와튼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아버지가 운영하던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카지노 호텔업계의 대부로 자리 잡은 트럼프가 왜 대선에 출마하게 됐는지, '막말'과 '독설'의 이미지로만 소비되던 괴짜가 어떻게 미합중국의 대통령까지 오르게 되었는지 알려면 그의 선거 공약이자 대선 출사표인 이 책이 도움될 것이다. 이민 정책에 대해서 '훌륭한 벽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 총기 문제에 대해서는 '총을 가진 권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트럼프처럼 협상하라
조지 로스 저/김미정 역 | 에버리치홀딩스

트럼프를 부동산 황제이자 억만장자 반열에 올려놓은 비즈니스 협상술을 다룬 책이다. 협상에 참여한 모든 당사자가 만족감을 얻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협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트럼프 스타일 협상은 그만의 독특한 윈-윈 협상의 원칙과 전략 전술을 가지고 있다. 30년 남짓 도널드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협상전문가 조지 로스는 이 책에서 트럼프 스타일 협상의 원칙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끌어낼 전술을 보여준다. 까다로운 사람 다루기, 단호한 태도 취하기, 전화나 이메일로 거래하기 등 실제 거래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담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부와 명예 그리고 거짓
그웬다 블래어 저/지병현 역 | 미래와경영

승승장구하는 자본가 트럼프에게 실패란 없어 보이지만, 그도 2008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맞아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남아 있는 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업가인 아버지로부터 경쟁을 교육받고, 무리하게 빚을 끌어 와 낡은 벽돌을 걷어내고 거대한 통유리 호텔을 짓는다. 부를 위해서라면 TV 프로그램에서 독설을 하고 우스꽝스러워지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가 억만장자가 되기까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를 최대한 객관적이고 건조하게 기술한다.

 

 

트럼프는 어떻게 트럼프가 되었는가
홍장원 저 | 한스미디어

왜 미국인은 최소 4년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으로 정신이상자로 치부되는 이상한 사람을 지지하는 걸까. 음담패설을 지껄이는 껄렁한 인간을 밀어줄 정도로 미국은 이상한 나라인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가정에 따라 쓰였다. 그를 지지하는 탄탄한 계층에서는 나름의 논리로 무장해 트럼프를 지지하고, 트럼프가 집권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청사진을 제시한다.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를 축으로 전 세계에서 행사하던 미국 패권을 줄이겠다는 큰 틀에서 그의 발언은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그의 발언 뒤편에 숨어있는 논리와 프로세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는 미국인의 심리를 심도 깊게 담아냈다.

 

 

힐러리가 꿈꾸는 정치

 

 

 

살아있는 역사
힐러리 로댐 클린턴 저/김석희 역 | 웅진지식하우스

스스로 자신의 자서전에 '역사'라고 당당히 이름 붙일 수 있는 여성,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자서전이다. 미국 시카고 교외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과정, 빌 클린턴과의 로맨스, 퍼스트레이디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르윈스키 사건 때 빌 클린턴의 목을 조르고 싶었던 이야기,그리고 상원의원 출마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대통령의 아내가 아닌 한 사람의 정치가로서 자리 잡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힘든 선택들
힐러리 로댐 클린턴 저/김규태,이형욱 공역 김영사

4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112개국 세계에서 역사를 바꿔온 클린턴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내린 힘든 선택의 순간, 세계 최고의 지도자들이 내린 선택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국가가 협력하고 충돌하는 과정, 어렵고 현실적인 전략적 선택에서 클린턴이 지켜 낸 보편적 가치 등 표면적인 정치 현상 뒤에 숨은 실체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사람들이 바라는 21세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제시하는 책.

 

 

힐러리 클린턴은 누구인가?
리처드 크라이트너 편저/이경식 역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지난 20년간 정치사를 돌아볼 때 힐러리의 정책과 말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미국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주간지 <네이션>에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실린 힐러리 클린턴에 관한 칼럼을 엄선했다. 이 책이 힐러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주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제공하며 미국 정치사의 변화와 시대가 부른 힐러리 클린턴 후보자의 흐름을 짚어 준다.

 

 

힐러리 클린턴 명연설문 베스트 30
그웬다 블래어 저/지병현 역 | 미래와경영

정치는 말이다. 영어를 한창 배우고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힐러리 클린턴의 대표적 명연설문이 매우 도움이 된다. 최근으로는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부터 미국 외교협회 연설, 투표권 확대, 여성 정상 회담 등 굵직한 세계사의 흐름과 명문장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토익 리스닝과 스피킹에 대비해 발음을 청취할 수 있게 했으며, 연설문마다 번역과 해설, 주요어휘를 정리했다.

 

 

 

 

미국은 왜 이런 선택을?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안병진 저 | 메디치미디어

2016년 대선 전후로 미국 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았다. 진정한 변화(real change)를 요구하는 샌더스 열풍이 아래로부터 불었고, 불굴의 의지로 대통령 후보 자리까지 오른 여성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이 있었다. 반면 여성과 이민자를 배제한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을 외치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 바다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 파도가 아닌 바람의 흐름을 살펴야 하듯 대선이라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정치 지형의 변동, 이를 추동하는 주도 세력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류 세력의 이 같은 변화는 문명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큰 흐름을 읽는 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조지프 S. 나이 저/이기동 역 | 프리뷰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강대국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제력 면에서는 중국이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는 포스트 아메리카, 다시 말해 미국 이후의 세계질서 속에 살게 될 것인가? 중국의 급성장으로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는 것인가? 국제정치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는 미국 쇠퇴론을 향해 강력한 반박문을 던진다. 저자는 국력을 재는 기준은 경제력만이 아니며, 따라서 GDP 성장에 기반을 둔 중국은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조지 레이코프 저/유나영 역/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인지 언어학을 창시한 석학 조지 레이코프가 언어학을 현실 정치에 적용한 책이다. "왜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가?"라는 진보의 해묵은 의문에 답하며 여의도 정치권과 언론, 지식인 사이에서 화제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우월한 프레임 구성으로 오바마가 당선된 후 왜 곧바로 민주당이 다시 프레임 전쟁에서 패배했는지, 그래서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밝히기 위해 개정판을 출간한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세금 구제'와 한국의 '세금 폭탄', 유기적 인과관계를 인정한 미국의 '담배 소송'과 그렇지 못한 한국의 상황 등 미국적 맥락을 한국의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다루었다.

 

 

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
김광기 저 | 21세기북스

미국의 현실과 문제점을 '중산층 붕괴'와 '불평등 심화'의 관점에서 담아냈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곳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노조의 붕괴, 도덕적 해이와 미국적 가치의 실종은 미국 경제에 극심한 양극화를 낳았고 중산층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이제 소득 불평등을 말할 때 1 : 99가 아닌 0.01 : 99.99를 이야기해야 하는 미국. 대선 경선에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민주 사회주의가 돌풍을 일으킨 것도 우연은 아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미국을 보며 한국 사회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들을 짚는다.

 

 

가장 높은 유리천장 깨기
엘런 피츠패트릭 저/김경영 역 | 글항아리

2008년 초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뉴햄프셔에서 강연할 때 보스턴의 한 라디오 방송국 직원 두 명은 피켓을 들고 외쳤다. "내 셔츠나 다려라! 내 셔츠나 다려!" 이런 난관에도 당시 힐러리의 선거운동은 선구적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힐러리보다 앞서 그 길을 닦은, 더 큰 역사에 주의를 기울인 사람은 없었다. 힐러리가 가장 성공한 여성 대통령 후보일진 모르나, 그 뒤엔 더 오랜 투쟁이 숨어 있다. 1871년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기도 대선 출마에 동의한 빅토리아 우드헐, '전쟁 준비'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페미니스트'보다는 '여성의 대변인'을 강조한 마거릿 체이스 스미스,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 차별과 성차별을 동시에 맞닥뜨린 셜리 치점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적 평등을 누릴 권리를 다시 생각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2월 책 한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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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고정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저/강주헌 역 | 작가정신

전 세계를 감동시킨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 돌아왔다.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문학 작품을 읽었는지를 알 권리가 내게는 있다’로 시작된『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는 얀 마텔이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무려 101통이나 되는 이 편지에서 얀 마텔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지도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일관되게 상기시키면서 때로는 반짝거리는 새 책을, 때로는 누군가의 악필이 남겨진 중고책을 함께 보냈다.





설민석 인터뷰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 저 | 세계사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27명의 조선의 왕들을 한 권으로 불러 모아 핵심적인 주요 사건들을 풀어쓴 책이다. 설민석 특유의 흡입력 있는 간결함과 재치 있는 말투를 구어체 그대로 책에다 담았다. 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질의응답 구성은 마치 바로 앞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또한 실록에 등장하는 왕의 목소리를 현대어로 풀어써 당시의 정책과 주요 사건들이 일어난 배경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민석의 절도일기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저 | 예담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이야기꾼 천명관이 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예담에서 출간했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후 4년 만이다. 격동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기구한 인생 유전을 통해 굵직한 서사의 힘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뒷골목 건달들의 한바탕 소동을 다룬 블랙코미디를 선보인다.





용의자의 야간열차
다와다 요코 저/이영미 역 | 문학동네

독일어와 일본어, 두 언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 다와다 요코의 『용의자의 야간열차』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8번으로 출간됐다. 다와다는 한 언어에 익숙해져 거기에 안주하려는 이들에게 제동을 걸고, 낯익은 개념에 새로운 언어를 입혀 낯설게 만들고자 하는 작가다. 그녀는 두 언어로 글을 쓰면서, 우리가 기정사실이나 확실한 대상이라 믿는 것에 의문부호를 찍고 정체성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바퀴벌레
요 네스뵈 저/문희경 역 | 비채

요 네스뵈가 지난 2014년 한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나를 작가로 만든 소설’로 명명한,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오슬로로 돌아온 형사 해리. 어느 날, 경찰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를 호출한다.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가 방콕에서, 엄밀히 말하면 방콕의 ‘사창가’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 국제적인 사건을 해결한 전력으로 적임자로 뽑힌 해리는 동생의 사건을 재조사할 기회를 달라는 조건으로 태국으로 향한다.





김연수의 문음친교



나의 미카엘
아모스 오즈 저/최창모 역 | 민음사

이스라엘 최고의 작가 아모즈오즈의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나의 미카엘>은 1956년 수에즈 위기 전후를 무대로 한나 고넨과 미카엘의 사랑 이야기와 결혼 생활을 그린 소설로서 심오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갖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이자 아름다운 서정시로서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것이다.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



몽키 마인드
대니얼 스미스 저/신승미 역 | 21세기북스

‘몽키 마인드’는 ‘원숭이처럼 날뛰는 불안의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불교의 ‘심원의마(心猿意馬)’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말은 불안장애를 겪는 이들을 명쾌하게 정의함으로써 이들을 현실로 이끌어냈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로, 2013년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꼽은 ‘마흔이 되기 전 읽어야 할 40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 불안에 대한 현명하고 재미있고 고무적인 이 회고록은 불안장애로 고통받는 4,000만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불안을 잘 이해하게 해주었다.





마포 김사장의 야매책방



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저/박춘상 역 | 한스미디어

외딴섬의 하이테크 연구소에서 소녀시절부터 완전히 격리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천재 공학박사 마가타 시키. 그녀의 거처에서 두 손과 두 발이 절단된, 웨딩드레스 차림의 사체가 나타난다. 우연히 섬을 방문한 N대학 조교수 사이카와 소헤이와 학생인 니시노소노 모에가 이 불가사의한 밀실사건에 도전한다. 미스터리 세계를 바꾼 기념비적인 작품.





윤웅인의 노비 문장



성심당
김태훈 저 | 남해의봄날

전국 3대 빵집, 빵 성지순례의 넘버원 코스 성심당은 단순히 유명 빵집이 아니다. 대전의 최부자집으로 불리며 성심당 덕분에 대전 시내에 굶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오랜 시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빵을 나누어 왔다. 하루 빵 생산량의 1/3을 기부하고, 매달 3천만 원 이상의 빵을 기부하는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노점 찐빵집으로 시작해 4백여 명이 함께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가 “성심당의 철학과 경영방식이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 100개의 중소기업이 생겨난다면 대기업 중심의 한국경제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다”라고 극찬한 성심당은 어떻게 대전 시민의 자부심이자 한국 경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일까?



황인찬의 시로 말하다



유에서 유
오은 저 | 문학과지성사

오은의 세번째 시집 『유에서 유』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문학동네, 2013) 이후 3년 만의 시집이다. 오은의 시를 ‘오은의 시’답게 만드는 유쾌한 말놀이와 단어들이 제공하는 재미는 여전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거침없는 폭로와 상처, 어둠, 쓸쓸함 등의 감정을 기록해내고자 하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김서령의 우주서재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저/루시드폴 역 | 시공사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전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하려는 마음과 전해지는 마음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마음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자주 헤매기도 한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는 누구나가 경험하는 이런 순간들을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낱말과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낸 책이다.





詩 속 동네



뿔을 적시며
이상국 저 | 창비

이번 시집에서 눈여겨볼 것은 국수, 장떡, 라면, 감자밥, 모두부, 닭백숙 등 음식을 소재로 삼은 시들이다. 이러한 시편들은 우리 시사(詩史)에서 음식을 시의 소재로 즐겨 삼은 대표적 시인인 백석의 아취(雅趣)를 물씬 풍긴다. 1999년 시인이 수상했던 제1회 백석문학상의 영예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시인은 불교 용어 ‘공양’을 통해 먹는 일의 성스러움과 음식의 귀함을 새삼 환기한다. 그는 이천원짜리 국수 한그릇에서 “천릿길 영(嶺)을 넘어 동해까지 갈” 기운을 얻고, 인간세의 도반의식을 깨친다.






추억팔이 레시피



수프
김수경 저 | 도도

우리가 죽을 먹듯 서양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닭고기 수프나 양파 수프를 먹는다고 한다. ‘수프’ 하면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 소울푸드가 떠오르는 건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고기, 해산물, 채소, 곡물 등을 여러 가지 조합으로 섞어 만든 수프 한 그릇이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을 뿐더러 푹 끓여 부드러워진 재료는 소화기관을 자극하지 않아 영양식이나 야식으로도 좋다. 가정에서 정성 들여 만든 수프는 한 끼 식사, 컨디션 안 좋은 날의 영양식, 휴일의 우아한 브런치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활용 만점이다. 이 책은 크게 ‘스톡’, ‘수프’, ‘가니쉬’ 파트로 나뉘며, 요리 단계별로 쉽게 따라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또한 본문 사이사이에 수프 활용 요리를 수록해 색다른 요리로 응용할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신선한 재료와 냄비, 믹서로 만드는 맛있고 간편하며, 몸에 좋은 수프 요리에 도전해 보자!





낮책밤책



무진기행
김승옥 저 | 민음사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첫 한글세대 소설가 김승옥은 근대인의 일상과 탈일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내면서 1960년대 문학에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의 대표 단편 10편을 모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번으로 『무진기행』이 출간되었다.'서울’과 ‘무진’이라는 두 공간 사이에서 그리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한국 문학사상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 받고 있는 「무진기행」외에도 9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저/이은정 역 | 펭귄클래식코리아

찰스 디킨스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랑받은 작품 『크리스마스캐럴』. 구두쇠인 에브니저 스크루지가 유령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1843년 출간된 이래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오랫동안 큰 영향을 미쳐왔다.



조남주 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저 | 민음사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세 번째 작품 『82년생 김지영』.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조승연 인터뷰



플루언트
조승연 저 | 와이즈베리

우리는 오랫동안 영어를 사회적 서열을 구분하는 지표로 여겨 왔고, 소통의 도구가 아닌 맹목적인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공부의 목적과 방법 등을 바꾸어야 한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인간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선입견을 송두리째 뽑아내고 사고 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훈련을 통해 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탐구의 대상으로 보고 몸으로 직접 받아들이는 일이다. 문화와 지식 체계가 전혀 다른 외국인의 언어를 배우려면 그들 언어 이면에 담긴 인문학 지식과 역사적 배경,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의 차이부터 숙지해야만 한다.




승효상 인터뷰



빈자의 미학
승효상 저 | 느린걸음

20세기의 끝에서 21세기로 쏘아 올린 선언, 『빈자의 미학』이 탄생한 지 20년이 흘렀다. 멈출 줄 모르던 성장의 질주는 길을 잃고, 발 딛고 선 토대마저 흔들리는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 ‘가진 것이 충분하지 않아도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다시, 『빈자의 미학』이다. 이번 20주년 개정판의 추천의 글에서 박노해 시인은 말한다. “『빈자의 미학』 이것은 건축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삶의 혁명’ 선언이다. (…) 나만의 다른 길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은 살아서 책을 읽는 행복한 경험을 안겨주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려보는 안목을 선사하고, 좋은 삶으로 가는 길에 영감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나카가와 히데코 인터뷰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 교실
나카가와 히데코 저 | 이봄

번잡한 서울에서도 유독 조용한 동네, 연희동. 그곳에는 은근하게 뜨거운 요리 교실이 있다. 23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 태생의 귀화 한국인, 나카가와 히데코의 ‘구르메 레브쿠헨(Gourmet Lebkuchen)’이다. 매달 찾아오는 수강생만 150명, 그런데 딱 그만큼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으며, 대기 기간만도 1년 이상인 요리 교실이다. 일명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 교실’이라 불리는 이곳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렬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석제 인터뷰



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저 | 문학동네

새 소설의 제목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구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이다. 제목처럼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살아가던 중년의 ‘나’에게 옛 친구가 나타난다. ‘만인의 똥개’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친구는 금발의 동성애인을 둔 재불 화가가 되어 돌아와, ‘나’에게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이반(異般)’의 삶을 일러준다. 고요하고 안온하게 허물어져가던 내 삶에 홀연히 다시 등장해 ‘미친놈’처럼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며 뒤통수에 번쩍, 불이 나는 충격을 안기는 옛 친구. ‘나’와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가 투덜거림과 의심 속에 갇힌 ‘나’에게 고하는 일갈은 책을 읽는 우리 모두를 순간 부끄럽게 하고, 동성애자 친구 앞에서 골똘하게 읊조리는 ‘나’의 마지막 물음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공명하며 뇌리에 꽂힌다.





deca의 미스터리 탐구



하마무라 나기사의 계산 노트
아오야기 아이토 저/키리노 하지메 그림/구자용 역 | 영상출판미디어

“수학의 지위 향상을 위해 국민 전원을 인질로 삼겠다.” 천재 수학자 타카기 겐이치로가 시작한 테러 활동. 그가 만든 유명 수학 소프트로 수학을 배운 일본인은 예비 최면에 걸려 버렸으며 명령에 따라서는 범죄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테러에 대항해 경시청이 찾아낸 것은 한 여중생이었는데……. 살짝 멍하지만 신비한 눈동자의 소녀, 하마무라 나기사의 계산 노트가 펼쳐지면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맞이한다! 수학이 두려운 사람도, 수학이 친근한 사람도 모두 빠져드는 수학 미스테리 시리즈 그 첫 번째 권!





퀸 수사국
엘러리 퀸 저/배지은 역 | 검은숲

《퀸 수사국》은 엘러리 퀸의 장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엘러리 퀸의 기존 독자들에게는 장편과 다른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무겁거나 어려울 거라는 편견으로 그간 엘러리 퀸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퀸 입문서’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저/최고은 역 | 검은숲

공인 IQ 178, 블랙 유머와 난센스로 무장한 일본 문단의 거장, 일본 3대 SF 작가 등 휘황찬란한 수식어로 잘 알려진 쓰쓰이 야스타카.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미스터리다.“엄청난 대부호의 외동아들. 그의 직업이 다름 아닌 형사이고, 평범하지 않은 금전 감각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이러한 참신한 설정에, 쓰쓰이 야스타카 특유의 천재성과 독특한 유머 감각이 더해졌다.





헌/사/연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앙드레 고르 저/이현웅 역 | 생각의나무

1980년에 출간된 앙드레 고르의 저작이다. 그럼에도 시대를 뛰어넘는 예지와 사회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성찰로 점철되어 있어, 당대에 그가 왜 그토록 뛰어난 평가를 받았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추앙받고 있는지를 여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노동운동가와 수많은 사상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아직까지도 노동 문제에 대한 비판서로 최고의 반열에 우뚝 서 있다.





맨 처음 독자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저/김상훈 역 | 엘리

단 한 권의 작품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출간됐다.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한 이 책은 과학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철학적 사유를 선사하는 특별한 책이다. 통찰력 있는 주제를 우아하고 적격한 문체로 풀어나가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SF 소재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의 서가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하는 작품이다.





이달의 독자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저 | 문학동네

1994년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한 이후 총 13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발표하며, 오직 ‘쓴다’라는 동사로만 존재해온 작가, 김연수. 다채로운 그의 소설세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편이 있다. 작가 스스로 밝히듯, ‘팬들을 위해 쓴 특별판 소설’인 『사랑이라니, 선영아』가 그것이다. 그는 “잠시 쉬었다 가는 기분”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덧붙이는데, 한 편의 소설을 쓰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취재와 관련 자료를 샅샅이 탐독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김연수의 이 말은 작법이 아닌 어떤 마음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짧은 소설을 쓰기 위해 그는 그답게 ‘사랑’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살폈고, 다만 이전과 달리 좀더 경쾌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말이다.





웹툰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저 | 문학과지성사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일곱 편을 추려 묶은 책이다. 2000년대 중반 정이현 소설에 따라붙던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하다”는 수식의 절반은 지금 대체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성장했고, 시대는 달라졌으며, 이에 발맞춰 정이현도 변화했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감각적이고 치밀하지만, 정이현은 이제 2010년대와 동세대 사람들에게서 톡 쏘는 ‘쿨함’ 대신 ‘모멸’과 ‘관성’이라는 서늘한 무심함을 읽어낸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016년, 내 마음을 뺏은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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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읽어보는 것도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월간 채널예스』 독자 20명에게 물었습니다. 2016년에 출간된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무엇입니까? 1권만 고르기 어렵다는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연령과 직업과 좋아하는 책은 과연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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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37세, 소설가)
『히치콕』 패트릭 맥길리건 저 윤철희 역 / 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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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책을 비닐 포장도 뜯지 않고 책장에 꽂는다. 너무 감명 깊었던 나머지 언젠간 사야지 하고 생각했던 책, 남자에게 첫눈에 반하듯 서점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 사버린 책, 잊지 못할 첫사랑 같은 책. 『히치콕』은 내게 그런 책이다. 올해 새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냉큼 정가를 주고 샀다. 최소 향후 5년간, 나는 이 책의 포장을 뜯지 않을 셈이다.


 

 

오지은(35세, 작가 겸 뮤지션)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저 /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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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롤모델이 필요했다. 훌륭한 사람들의 높고 고고한 생각이 아닌 퀘퀘한 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을 읽고 싶었다. 내가 퀘퀘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젠체하지 않는 따뜻한 글, 특히 여성의 글을 읽고 싶었다. 낮은 마음을 낱낱이 바라보는 것은 힘들다. 취하기보다 냉정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사노 요코의 글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김유미(29세, 인권활동가)
『코레예바의 눈물』 손석춘 저 / 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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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혁명운동과 여성운동을 동시에 경험한 조선의 여성혁명가 주세죽. 역사 속 그녀의 삶은 외모에 대한 평가나 남성혁명가들과의 스캔들 주인공으로만 기억되어 왔다. 이렇듯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녀가 기억되는 방식에는 여성의 현실이 반영된다. 그렇다면 1920~30년대 ‘여성’ 조선 혁명가로 살아가는 일은 과연 어떠했을까? 『코레예바의 눈물』은 이 흥미롭고도 중요한 문제에 접근한다.

 

김제동(42세, 방송인)
『악마 기자 정의 사제』 함세웅, 주진우 공저 / 시사IN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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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가 있어서 다행이다. 함세웅 신부님이 계셔서 참 좋다. 악마 같은 기자와 천사 같은 사제가 어우러지니 이것이 한국의 역사다. 지금까지 그들이 써 온 역사와 지금부터 우리가 쓸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다.

 

 

 

 

 

최향랑(46세, 그림책작가)
『씨앗의 승리』 소어핸슨 저, 하윤숙 역 / 에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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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작업 재료로 삼는 나는 그 흥미로운 생김새에만 마음을 뒀지 이 책을 읽기 전엔 미처 몰랐다. 박물관에 불이 났을 때 몇 백 년 만에 발아한 씨앗은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랜 휴면기를 가졌던 걸까? 딱딱한 호두는 누구에게 먹혀 어떻게 자손을 퍼트리려 한 걸까? 작은 씨앗 속에 담긴 놀라운 과학적 계산과 생존의 지혜! 먹거리로 우리인류와 문명을 존재케 했으며 지구를 지배하게 된 식물이 어떻게 씨앗을 통해 성공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이환희(32세, 출판 편집자)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나탈리 크납 저, 유영미 역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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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혐오를 동력으로 삼는 질 낮은 사람이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확실한 삶의 경로들이 해체되면서 생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다수 시민의 불안을 공략했고, 성공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불안을 해소하려 뽑은 그 대통령은 불안을 가중시킬 듯하다. 우리의 불확실한 날들이 그처럼 자충수를 두게 하기 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긍정의 시간이 되도록 하려면 이 책을 읽는 게 좋겠다.


 

박산호(45세, 번역가)
『동물원 기행』 나디아 허 저/남혜선 역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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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존재 의미에 회의를 품은 나에게 돼지부터 유니콘까지 인간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동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려줬다. 깔깔거리며 읽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드는 이 흥미롭고 사랑스러운 에세이에 누군들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영신(35세, 만화가)
『오십 미터』 허연 저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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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되고 싶다고 잠시 까불고 다니던 때 술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요즘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허연이라고 답했고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좋아하고 끌리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까. 그래서 허연 시인의 책 추천은 내 입장에서 과분하니 일종의 고백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창림(39세, 시민교육활동가)
『99%를 위한 경제학』 김재수 저 /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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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의 이면을 주류 경제학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구체적 사례와 연구를 들어 쉽게 읽을 수 있다. 가만 보면 친절하고 따뜻한데 냉정하다.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스스로 정부이기를 포기한 양아치 같은 이들이 국가 권력을 잡고 있"다던가, "신뢰를 유지하는 연료는 불공평에 대한 복수와 분노심"이라던지.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경제학자"라고 부른 저자의 용기 있는 고백이 들리는 듯하다. '99%를 위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강진이(47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저 /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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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온갖 생명의 목을 축여주고 자라게 하는, 그렇게 풍요롭게 가꿔주는 강물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많은 아이들의 엄마로 고단한 삶을 살다 75세라는 늦은 나에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그녀. 그림을 통해 시대를 보고 삶을 보고 사람을 본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마치 좋은 하루였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하게 된다.


 

 

천주희(30세, 독립연구자)
『마이너리티 코뮌』 신지영 저 /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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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한국의 밤은 촛불보다 밝았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저마다 거리로 나왔다. 이런 경험은 우리 안의 마이너리티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특별하거나 유별나서 마이너리티(소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정작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위험과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삶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미, 마이너리티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떠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 신지영은 2009년에서 2015년까지 일본, 미국, 한국을 횡단하며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코뮌(마을)’의 과정을 기록했다. 그녀가 말하는 “늘 생성 중인 마이너리티 코뮌”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발견할 수 없었던 목소리였다. 이 책은 대답 없는 사회를 향한 외침이 만들어낸 움직임이자, 외침의 다음 날을 상상하는 데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정의정(28세, 기자)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저 / 진실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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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가며 거대한 바위 같은 사건을 캐내 책으로 엮었다. 어디에서든 지면이 나면 농담으로 자리를 채우는 대신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든다. 아직 세월호는 인양되지 않았고, 진실도 밝혀질듯 말듯 먼 곳에 있다.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책이었으니, 부디 올해까지만 올해의 책이 되기를.


 

오혜영(42세, 출판 편집자)
『파격의 고전』 이진경 저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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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어 읽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을 좋아한다. 특히 ‘고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뻔한 <심청전> <흥부전> <홍길동전> <콩쥐팥쥐> 등과 같은 고전소설을 경제, 철학, 심리, 생태를 비롯한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해석을 시도한다. 읽다 보면 ‘아, 이렇게 해석하다니’ 저자의 인문학적인 깊이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다르게 사고하고 세상을 볼 수 있는 힘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현대철학자의 파격적인 시도가 반가웠던 책.


 

 

이은애(42세, 경찰공무원)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저, 서혜영 역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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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과 끈기,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살아온 나에게 너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책이다. 이제 싫어하는 것은 그냥 싫어하는 채로 두어야겠다. 3류 영화를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지 말아야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고백을 해야겠다. 까칠하고 우울한 여성이 보내는 유쾌하고 발랄한 위로.


 

 

유승연(31세, 홍보)
『무인양품으로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야마구치 세이코 저 / 즐거운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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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했다. “인생은 본시 단순한 것이다.” 당연한 진리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참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연초부터 ‘단순하게 살기’, ‘미니멀 라이프’에 심취하며 관련 책들을 꽤나 읽었다.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삶이 내게 다가왔다는 것에 기뻤고, 조금 적게 가져도 생각보다 아쉽지 않음에 놀랐다. 비록 이 책에선 특정 브랜드를 얘기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가장 단순한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것으로 누리는 삶의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값비싼 원목 테이블에서 먹는 밥이라고 다 맛있겠는가. 값싼 우리 집 테이블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이 특별하고, 가족과 즐기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최성웅(32세, 번역가)
『바보배』 제바스티안 브란트 저, 노성두 역 / 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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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에게는 전설의 레전드였던 책. 구텐베르크 활자 발명 후, 성경을 제외하고는 최초의 베스트 셀러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쳤다던 『바보배』. 모든 바보들의 원천인 이 책이 미셸 푸코나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작품에도 영향을 끼친 건 당연한 일이다.


 

 

권혁준(45세, 출판 마케터)
『자존감 수업』 윤홍균 저 / 심플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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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기계발서 범주의 책을 거의 읽지 않아서 다른 책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이 책의 큰 장점은 저자의 진정성이 물씬 느껴진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어설픈 업자의 눈에도 기획과 특히 편집에 공들인 티가 역력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무너진 자존감이 바로 회복되는 기적은 없다. 하지만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일상 생활에서 조금씩 실천해볼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심리치료의 교본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대통령은 자괴감이 든다고 했지만 정작 그녀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진 우리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들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이 책이 조금이라도 단축시켜줬으면 좋겠다. 물론 퇴진이 먼저다.


 

 

안두현(34세, 지휘자)
『아가야, 지금 이 음악 듣고 있니?』 권순훤 / 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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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려진 사실 중 하나가 태교에 좋은 음악은 클래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라고 모두 정서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클래식에도 광기와 분노 등의 감정이 수없이 나타나니까. 그래서 이 책은 내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수 보아의 오빠로도 유명한 피아니스트 권순훤이 쓴 태교를 위한 클래식 서적. 임산부의 시기별 변화에 따른, 태아의 발달상황에 맞는 음악 추천은, 이 책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다. 임산부의 상태에 따라 선택한 저자의 음악들은 정말 적절하다. 이미 베스트셀러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로 입증된 그의 음악적 안목이 새삼 부럽다.


 

 

윤승철(27세, 여행가)
『씨앗의 승리』 소어 핸슨 저 / 에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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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나 무인도 같은 척박한 곳을 다니다 보면 결국 생각은 '근본적인 것'에 도달하게 된다. 생명, 존재, 만물의 시작과 발전, 진화와 같은 것들. 씨앗의 생존과 진화 메커니즘은 이러한 원초적인 생각의 압축점에 가까웠다. 모든 생명체의 위에서 군림한다고 여기는 인간도 이러한 작은 씨앗의 전략에 굴복했다는 결론은 최근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사고의 전복. 생물학적 사고를 떠나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차라리 '시'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엄지혜(33세, 기자)
『예민해도 괜찮아』 이은의 저 / 북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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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이 책을 읽었다. 말하는 존재로 살아가기가 이처럼 힘들구나, 싶을 때마다 다시 꺼내 읽었다. 저자가 속삭였다. “예민해도 괜찮아. 예민하지 못한 둔감함에서 우리 사회는 피곤해진 거야.” 저자는 상사의 성희롱 문제를 고발했다가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4년간의 투쟁 끝에 승소한 전직 삼성맨, 지금은 변호사다. 2016년 10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트위터를 뒤덮었다. P소설가, B시인, K시인 등에게 이 책을 소포로 보내고 싶었다. 과연 그들은 언젠가 진짜 반성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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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무라 나기사의 계산 노트』와 라이트노벨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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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재미 있는 퀴즈

 

미스터리 장르는 기본적으로 지적 유희에 충실한 경쾌한 대중 소설이다. 근대라는 토대 위에서 태어난 이 장르는, 초현실적인 주제를 다뤘던 고딕소설을 극복하면서 구체화됐다. 초기 미스터리의 구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문제와 해답으로 구성된 퀴즈 형태만 남게 되는데,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이러한 특성은 미스터리 장르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유희를 즐기는 작가는 요즘 좀처럼 찾기 어렵다. 작가이자 미스터리 평론가인 줄리언 시먼스는 미스터리의 탄생부터 1990년대까지의 역사를 아우른 『블러디 머더』의 부제를 통해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한다.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즉, 미스터리 장르는 범인을 찾고 트릭을 파헤치는 즐거움에서 범죄를 낳은 사회 구조와 그 동기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변모한 것이다.


창작이 미약하고 번역서 위주로 구성된 국내 시장이지만, 최근 출판 경향은 이 궤적을 비슷하게 따르고 있다. 2000년대 초 셜록 홈스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국내 미스터리 시장을 통과해 온 독자라면 최근 범죄 소설로의 기울어짐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새 국내 미스터리 시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용어 중 하나인 ‘사회파’만 해도 그렇다. 사회파는 일본 미스터리 역사에서 불거진 용어로, 시기적으로 1960년대 이후 일본 미스터리의 주된 경향을 가리킨다. ‘사회파’는 다른 세상의 기이한 이야기와도 같았던 일본의 본격 미스터리를 현실로 끌어내렸다. 놀라운 이성으로만 해결할 수 있었던 범죄는 사회 구조의 그늘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이는 전쟁 이후 일본 사회의 고도 성장과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피로감이 자연스럽게 맞물린 결과였다.

 

그렇다면 미스터리 본연의 즐거움에 충실한 경쾌한 작품들은 현재 국내 시장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최근 꾸준히 출간되는 라이트노벨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만화의 유통 구조를 통하고 전통적인 미스터리와는 다른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기에 시장에서 명확히 보이지 않지만, 기존의 일본 미스터리 시장을 대체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경시청의 최종병기는 천재 수학 소녀’라는 솔깃한 문구를 들고 온 『하마무라 나기사의 계산 노트』는 매우 분명한 목적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와세다 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저자 아오야기 아이토는 ‘수학 따위 공부해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는 중학생의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스스로도 쉽게 답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이렇게 탄생한 『하마무라 나기사의 계산 노트』는 고단샤 문예X출판부의 신예 등단 시스템 ‘고단샤 birth’를 통과했다. 이 시리즈는 전자책을 포함해 7권까지 발간됐고, 만화책으로 출간됐으며 시리즈 누계 40만 부를 돌파했다.

 

‘수학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져온 작품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문부과학성은 급증하는 소년 범죄에 대처하고자 초중교 교육 과정을 개편한다. 주요 내용은 ‘마음을 키우는 교과’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 이 결과 사물을 수치화하는 교과인 ‘수학’은 점점 비중이 낮아진다. 새로운 교과 과정이 도입된 지 1년 느닷없이 수학 테러 성명서가 발표된다. 닥터 피타고라스라는 별명을 지닌 타카키 겐이치로는 ‘검은 삼각자’라는 테러 집단을 이끌고 교육 과정의 전복을 꿈꾼다. 문제는 이 저명한 수학자가 20년 전부터 널리 도입한 수학 소프트웨어에 사악한 장치가 숨어 있었다는 것. 소프트웨어를 접했던 모든 사람은 간단한 통화만으로도 정신을 조종당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수학 소프트웨어를 접하지 않은 39세 이하의 경찰관들로 수사팀이 구성되고 여기에 중학생 수학 천재 하마무라 나기사가 참여한다.

 

우리나라로 치면,『수학의 정석』저자가 수학 교육 쇠퇴에 한을 품고 테러를 시도한다는 건데…, 작가는 이 황당한 설정을 꾸역꾸역 잘도 밀고 나간다. 세계관과 이야기의 크기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챕터 명을 로그나 루트 계산식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장치로 독자를 이끈다. 네 편의 단편은 각각 4색 색칠하기 문제, 0의 개념, 피보나치 수열, 원주율 등 수학의 고유 개념을 소재로 하는데, 중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경쾌하다.

 

비록 범죄자와 희생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지만, 이 작품은 미스터리로서 충분히 재미있다. 장르 소설의 가치는 그 주제 의식에서 발현되겠지만, 다양성 그리고 특정 독자층에 대한 정확한 겨냥에도 존재한다. 물론 다양성은 일정 크기의 시장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매번 국내 시장에 이런 유의 작품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결국 그 때문일 것이다.

 

 

퀸 수사국
엘러리 퀸 저 | 검은숲

『퀸 수사국』은 주간지 등에 발표했던 대중적인 단편을 모은 단편집으로, 엘러리 퀸의 3기에 해당하는 1955년에 발표됐다. 엘러리 퀸의 작품 하면 대개 길고도 촘촘한 논리적 구성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단편집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18편의 이야기는 5, 6페이지 정도로 짧고, 명쾌하며 위트가 넘친다. 소소하지만, 엘러리 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미니 미스터리
엘러리 퀸 엮음 | 청년사

50명의 대표선수급 작가가 참여한 51편의 미스터리 단편 모음집. 엘러리 퀸이 편집자로 참여해 1969년에 발표했다. 국내에는 1996년 청년사에서 출간됐는데, 안타깝게도 절판됐다. (굳이 절판된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재 출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단편이라기보다 엽편에 가까운 작품들이 많고 그만큼 허를 찌르는 기발함이 일품이다.

 

 

 

 

부호형사
쓰쓰이 야스타카 저 | 검은숲

문제적 SF작가 쓰쓰이 야스타카는 방대한 저작 중에서 단 세 권의 미스터리 작품을 남겼는데, <부호형사>는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엄청난 부자가 돈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인데, 미스터리 장르의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과 특유의 블랙 유머가 인상적이다. 비중 있는 조연으로 직접 출연한 드라마 <부호형사>도 일본에서 크게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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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독자] 테드 창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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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지 12년, 여전히 참신하다

 

미국의 중국계 SF작가 테드 창의 유일무이한 작품집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2002)를 국내에 번역 소개한 지 어언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 그가 독자들에게 여전히 ‘참신한’ 작가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1990년의 데뷔 이래 엽편을 포함해서 단 15편의 중단편만발표했기 때문이다.생존 경쟁이 치열한 영어권의 SF계에서 품 활동과생업을 병행하는 작가는 드물지 않지만, 브라운 대학 졸업 후 기술 매뉴얼을 쓰는 테크니컬 라이터 자격으로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취직했던 테드 창의 경우는 정교한 사고실험에 천착하는 특유의 창작 기법 자체가 이런 극단적인 과작(寡作)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가 작품 하나를 발표하기까지 최소 1년, 최대 7년에 달하는 ‘숙성’ 기간을 둔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아연실색한 독자는 비단 필자만이 아니겠지만.

 

고대인의 우주관을 소재로 삼은「바빌론의 탑」과 초월적 지능을 획득한 주인공의 여정을 그린 「이해」 등의 단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테드 창은 이공계 출신자와 학위 소지자가 널린 SF계에서도 보기 드물 만큼 이지적(cerebral)인 작풍의 작품을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터뷰와 창작 노트 등을 통해 술회했듯이 추상적인 상황보다는 구체적인 인생사에서 창작의 실마리를 얻고, 논리적 정합성과 비유적 맥락 사이의 균형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그의 창작 방식은 오히려 문학의 고전적인 방법론에 근접해 있다. 장르적인 맥락에서 볼 때 테드 창의 소설은 사고실험을 주축으로 한 아이디어 스토리로 간주되며, 어떤 과학적 가설 내지는 개념(idea)을 소설의 중심에 두고 그것이 주위 세계에 끼치는 영향을 집요할 정도로 다양한 각도에서 전개함으로써 독자의 인지적, 정서적인 참여를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테드 창의 작품 활동은 적든 많든 그 뼈대를 이루는 매력적인 아이디어들을 스스로 ‘설명’하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해당 작품의 사고실험이 ‘사랑’ 같은 인간의 가장 민감하고 기본적인 정동(情動)과 맞물릴 경우, 감동적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곤 한다. 1998년에 앤솔러지인 『스타라이트 2』에 처음 실렸던 네 번째 작품 「네 인생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외계인과의 퍼스트 컨택트를 배경으로 언어 상대성 이론과 인지적 결정론과 모성애를 다룬 이 중편은 출간 직후부터 수많은 독자와 평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네뷸러상을 비롯한 여러 개의 관련상을 흽쓸었고, 최근 드뉘 뷜뇌브에 의해 <컨택트>(2016)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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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에 대한 평단의 높은 평가가 “SF계 최고의 현역 단편작가”라는 극찬으로까지 격상된 이면에는 중편 「네 인생의 이야기」의 비평적 성공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가 SF 작가로서 부동의 명성을 획득한 것은 일곱 편의 기존 작품과 한 편의 신작을 묶은 제1작품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2002년경부터이다. 필자도 이듬해인 2003년부터 일찌감치 이 책의 번역 출간을 추진했다. 매년 국내에서 출간되는 ‘최신’ 해외 SF의 수가 열 손가락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신속하게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집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SF 팬덤에 국한되었던 호평이 입소문을 타고 일반 독자층에게까지 확산되어 증쇄를 거듭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 그의 작품을 실시간으로 읽어 온 필자의 입장에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번역 과정에서 작가와 이메일 등으로 긴밀하게 소통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서신을 통해 친교를 맺은 해외 작가는 그가 처음이 아니지만, 업무상의 연락이라기보다는 유의미하고 즐거운 잡담에 가까웠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언어학과 SF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SF팬답게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SF 대회와 각종 문화 행사에 참석해서 해외 팬들과 교류하는 것을 즐기는 테드 창이 2009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PiFan)의 게스트 작가로 특별 초빙된 것은 한국의 애독자들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당시 이미 전설적인 작가로 이름이 높았던 그는 열흘 가까이 한국에 체류하면서 강연을 포함한 공식 일정뿐만 아니라 팬들과의 만남과 개인적 모임과 지방 관광까지 정력적으로 소화했고, 작품 못지않게 진지한 인품과 지적인 성실함으로 그를 만난 모든 독자를 매료했다. 기본적으로는 소수의 SF팬들과 애독자들을 염두에 둔 행보였지만, 매체 인터뷰와 워크숍 등을 통해 문화계와 출판계에서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는 3년 뒤인 2012년에도 대전에서 열린 ICISTS-KAIST 컨퍼런스의 연사로 재차 방한해서 과학기술과 문학의 관계에 대해 강연했고, 그 뒤로도 개인적인 방한을 거듭하며 명실공히 미국 SF계 최고의 친한파 인사로 자리잡았다. (무더운 여름에만 한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다음 번에는 시베리아의 한풍이 불어오는 겨울을 경험하고 싶다고 한다.)

 

작가 개인에 대한 관심은 아직 소개되지 않은 후속작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국 SF와 미스터리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월간 「판타스틱」지에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2007)과 「숨결」(2008) 등의 걸작을 잇달아 번역 게재하고, 단독 작품으로는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200페이지 남짓에 불과한 장편(長篇)「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2010)의 한국어판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서평 등을 통해 꾸준히 호응해 준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술한 세 작품과 미발표 신작을 포함해서 최대 여덟 편의 작품이 실릴 테드 창의 제2작품집은 현재 국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국어판은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저/김상훈 역 | 엘리
. 통찰력 있는 주제를 우아하고 적격한 문체로 풀어나가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SF 소재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의 서가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하는 작품이다. 아이디어를 압축해 중?단편으로 내놓은 결과물은 그 밀도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기막힌 상상력을 품고 있으면서도 읽고 나면 엄청난 감동이 밀려오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은 전 세계 15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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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려운 책에 대한 어려운 리뷰]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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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 chY 12월호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표지 이미지.jpg

 

 

노동 계급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도발적 주장

 

앙드레 고르(Andre Gorz, 1923~2007) - 사실 고르스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 는 미셸 푸코(1926년생), 질 들뢰즈(1925년생) 등과 프랑스라는 같은 공간에서 동세대를 산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지적 맥락에 있는 인물이다. 일단 그는 프랑스 태생이 아니었고,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를 낳은 고등사범학교 같은 엘리트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강단 학계와도 거리가 멀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고르는 1949년 프랑스로 이주해 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경력 대부분을 언론인으로 보냈다. 그래서인지 앙드레 고르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현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으며, 60~70년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신좌파 활동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가 전후 프랑스 사상계의 거인 장 폴 사르트르의 인간주의ㆍ실존주의적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극히 비판적이었던 것과 달리 사르트르에게 깊은 영향을 받은 앙드레 고르는 평생 인간주의를 고수했다. 그러나 탈공업화에 대한 그의 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왜 1970년대에 그러한 반인간주의ㆍ탈주체를 내세운 이론들이 득세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신좌파 전략가에서 생산중심주의 비판으로

 

1950년대 여러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약한 앙드레 고르는 1962년 전후 사르트르가 창간한 당대 가장 영향력 있던 진보적 월간지 <레 탕 모데른(Les Temps Modernes, ‘현대’라는 의미)>의 편집진에 들어간다. 고르는 여기서 이탈리아 신좌파의 논의를 소개하는 한편 그 자신도 여러 기사와 저술을 통해 60년대 신좌파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유럽의 신좌파 운동은 1956년 헝가리 혁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956년 10월 민주화를 요구하는 헝가리 노동자ㆍ민중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소련군은 헝가리를 침공하여 시위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헝가리 민중들이 목숨을 잃었고 헝가리 공산당 개혁파인 총리 나기 임레는 소련군에 체포되어 처형당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소련을 지지해온 유럽 좌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유럽 전역에서 젊은 급진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민주적이고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이렇게 기존 공산당의 스탈린주의와 사민당의 의회주의를 모두 반대하는 급진적 청년 운동가들을 신좌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고르 역시 사민당의 의회주의 전략을 불신했지만, 구 좌익의 엘리트주의적인 전위당 노선도 거부했다. 또한 그는 유럽의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분배에만 호소하는 전략이 통하기 힘들고 창조성, 자율성, 소통 등의 가치가 보장되는 의미 있는 삶에 대한 투쟁이 중요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스탈린주의자들이 신봉하는 자본주의 붕괴론은 수동성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이며, 자본주의 위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투쟁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래서 스스로를 혁명적 개량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고르의 『노동의 전략과 신자본주의 (Strategie ouvriere et neocapitalisme, 1964)』같은 책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신좌파 활동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1968년 5월 혁명이 일어나자 고르의 입장은 더욱 급진화되었다. 그는 사르트르가 옹호하던 마오주의 경향들과는 여전히 거리를 두었지만 제도 교육을 거부하는 급진적인 학생 운동과 기술문명에 비판적인 사상가 이반 일리치 등의 영향으로 학교, 병원 등 근대 제도를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입장에 섰다.


1969년 <레 탕 모데른>의 편집장이 된 앙드레 고르는 “대학을 파괴하라(Detruire l'Universite)”라는 과격한 기사를 써서 이에 반발한 <레 탕 모데른>의 일부 보수적 편집진들이 사임하는 일을 빚었다. 하지만 고르 자신도 1974년에는 이탈리아의 급진 좌익 그룹 <로타 콘티누아(Lotta Continua, ‘투쟁은 계속된다’)>에 대한 대대적인 특집기사를 기획했다가 반발에 부딪쳐 편집장을 사임한다.


고르는 스탈린주의나 마오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지만 <로타 콘티누아>처럼 자주관리를 주장하는 급진좌파는 옹호했다. 그러나 68년 혁명 이후 급진주의를 전통적인 노동계급에 도입하려는 시도들은 대개 실패로 끝났다. 고르는 1975년 『생태주의와 정치(Ecologie et politique)』라는 책을 냈는데, 정치적 생태주의의 기초를 놓았다고 평가받는 이 책에서 기존의 마르크스주의 운동을 생산 중심주의로 비판하고 생태주의 관점을 뚜렷이 했다.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1980년 고르는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19세기 중반 이래 거의 모든 진보적 사상에서 혁명의 주체로 상정된 것은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트”라고 부른 공업 노동계급이었다. 하지만 고르는 이것이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2차 대전 이후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주로 제조업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이었다. 대부분의 좌파는 공산당과 사민당의 주요 기반인 이들을 프롤레타리아의 핵심이자 미래에 올 혁명의 주체 혹은 사회진보의 원동력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68년 혁명은 여기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것은 조직된 노동자계급의 투쟁이라기보다 대학생과 청년 중심의 운동, 다시 말해 구좌파 용어로는 “쁘띠부르주아”들의 투쟁이었던 것이다.


포스트구조주의 담론들은 이런 역사적 주체의 부재에 대한 철학적 반영으로 읽을 수 있다. 푸코나 들뢰즈 같은 이들은 68혁명에서 계급투쟁이 아니라 원자화된 개인들의 투쟁의 집합을 보았다. 푸코의 후기 저작들은 그러한 개인의 투쟁이 바로 체제 자체 대한 저항이라는 뉘앙스를 내비친다. 분자적 탈주의 선이 접속하여 큰 흐름이 된다는 들뢰즈와 과타리의 형이상학적 주장은 그 자체로 68년 혁명에 대한 은유였다. 하지만 이들의 사고는 급진적(radical)이긴 했으나 혁명적(revolutionary)이진 못했다. 원자화된 개인들의 집합에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찾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체로 포스트구조주의적인 정치는 급진적인 민주주의로 수렴되었다.


반면 고르는 좌파가 선험적으로 받아 들여 온 전통적 노동계급 중심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탈공업사회에서 전통적인 노동계급은 이제 특혜 받는 소수층에 불과하며 “어디서 일하건 무차별한 직무에 일시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새로운 프롤레타리아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해서 생산을 관리하는 노선은 더 이상 사회주의로 가는 중심 전략이기 어려우며, 탈공업사회의 새로운 사회주의 전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사실 탈공업화 논의는 다니엘 벨 같은 보수적 학자들에 의해 이미 70년대 초에 시작되었다. 고르의 논의는 이에 대한 좌파적 수용으로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좌파 진영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좌익정당 사회주의노동자당(SWP)는 80년대 중반 고르의 책제목을 직접 빗댄 - 과연 노동자계급에게 안녕을 고할 때인가 - 라는 기사를 냈다. 유럽과 북미 등 구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통적 노동계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ㆍ브라질ㆍ한국 같은 신흥공업국들의 부상으로 전세계적으로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런 주장은 시간의 검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이른바 신흥공업국들에도 전통적인 노동자들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된 정규직노동자와 불안정ㆍ비정규직노동자의 임금격차는 나날이 증대하고 있으며, 고르가 예기한 고용 없는 성장 현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르가 제시한 새로운 프롤레타리아는 90년대와 2000년대 반세계화 운동 속에서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하다을 뜻을 가진 ‘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를 합성한 신조어)라는 새로운 버전으로 등장했다.

 

 

정말 프롤레타리아에게 안녕을 고할 것인가

 

앙드레 고르는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추상적이고 철학적 논의를 넘어 현실 사회를 분석했고 탈공업화와 새로운 프롤레타리아의 등장이라는 현실의 변화를 포착했다. 그러나 영국의 노사관계 이론가 리처드 하이먼이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에 대한 서평(“Andre Gorz and his disappearing proletariat”)에서 지적하듯이 이들을 기존의 노동계급과 달리 계급으로 조직이 불가능한 비(非)계급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이 비판했던 포스트구조주의자들처럼 현실 변화의 집단적 주체를 제시하지 못하고 삶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추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대안으로 빠져든다. 그가 제시한 탈공업사회의 사회주의 역시 상당히 모호한 것이었으며 고르는 이후 점차 기본소득 같은 정책대안으로 기울어졌다.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은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계급 (2012)』이라는 책에서 불만 가득한 빈곤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는 프레카리아트가 극우 지지로 넘어가기 쉬운 위험한 계급이라고 썼다. 가이 스탠딩 역시 고르처럼 기본소득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유무형의 사회서비스를 화폐로 일괄 지급하는 것을 뜻하는 기본소득은 오히려 우파 의제로 사용되기 더 용이해 보인다. 최근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당선 같은 사태들은 우익 포퓰리즘이 기존의 좌파 의제를 차용해서 조직적ㆍ집단적 주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는 원자화된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이미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불안정ㆍ저임금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프롤레타리아’들이 비계급이나 위험 계급일 뿐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듯하다.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앙드레 고르 저/이현웅 역 | 생각의나무
1980년에 출간된 앙드레 고르의 저작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예지와 사회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성찰로 점철되어 있어, 당대에 그가 왜 그토록 뛰어난 평가를 받았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추앙받고 있는지를 여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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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경험도 개인적인 불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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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스물네 살에 편집자가 되었다. 가을 학기에 졸업해서, 졸업식을 6개월 남겨두고 출근을 먼저 했다. 책상은 문이 보이는 방향으로 놓여 있었는데, 종종 그 문으로 얼굴을 아는 작가가 걸어 들어올 때가 있었다. 책날개 사진으로만 익힌 얼굴들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을 때 벅찼고 두근거렸다. 얼마나 동경했는지.


그 동경을 계속 간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동경이 진저리로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뜸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심각한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스토커처럼 낮이나 밤이나 한 시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왔던 작가가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작가는 나를 ‘미스 정’이라 불렀다. 성폭력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위계폭력이었다는 걸, 위계폭력이라는 말을 알게 된 지금에야 깨닫는다. 20대 중반의 여성 편집자로 겪어야 했던 그 모든 사건들을, 그간 개인적 불운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30대의 작가가 되자 불쾌한 일을 당하는 빈도수가 급격히 낮아져서 착각했던 부분도 있다. 요즘 출판계가 정말 좋아졌구나, 분위기가 바뀌었구나, 쾌적해졌구나 했었다. 나이가 더 적고 권력이 더 없는 이로 타깃이 교묘하게 옮겨간 것을 알아챘어야 했는데, 어리석고 좁은 시야였다.


지난 10월부터, 문학출판계 성폭력ㆍ위계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이 잇달았다. 처참한 마음으로 고발 글들을 읽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겪은 일들을 이어보고 꿰어 맞춰보니, 어마어마한 지옥도가 그려졌다. 내가 지옥에 서 있었구나, 우리가 지옥에 서 있었구나, 처음 며칠간은 멎어버린 머리로 되뇌었다. 그 어떤 경험도 개인적인 불운이 아니었다. 구조적인 착취였는데, 지금껏 그 추악한 구조를 볼 수 없게 눈이 가려져 있었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발이 아니었더라면 영영 눈뜨지 못했을 것이다. 출판 노동자들의 사례가 먼저 터져나왔고, 이어 글쓰기 교육기관에서 일어난 일들이 밝혀졌는데 너무나 지독했다. 예술고등학교에서, 예술대학에서, 사설 기관에서 강의자들이 학생들에게 가혹한 폭력을 행사했다. 숨겨져 있던 가파른 권력의 불균형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한쪽에겐 간절히 원하는 문학인의 꿈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겐 그 길을 막아설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것이 말이다. 문학을, 책을 흉기로 쓴 것이나 다름없다.


출판 노동자나 학생보다 수는 적지만, 작가인 피해자들도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거나 활동 기간이 짧은 여성 작가들이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단순히 예술가들이 방종하기에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젠더, 나이, 등단년도, 활동 지역, 영향력, 함께 일하는 출판사 등 수많은 요인들이 얽혀 있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복잡한 문제인데, 소수의 가해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주어졌고 그들이 그 힘을 삼가지 않고 난폭하게 휘둘렀다는 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충격과 좌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11일, 고양예고 강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고발자 5’를 지지하는 졸업생 연대 ‘탈선’의 성명 발표에 갔었다.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홀을 꽉 채우다 못해 복도까지 메운 사람들을 보고 내내 조이던 가슴이 편안해지고 큰 숨을 쉴 수 있었다. 다음 세대의 작가들은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비록 겪어서는 안 될 폭력을 겪었지만, 이들이 만들어갈 문학계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나을 것이란 믿음으로 아무 방어벽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약간이나마 대체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엔 신문, 방송, 잡지 등 여러 매체에 종사하는 언론인들도 다수 와 있었으며 최근까지 후속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십처럼 자극적으로 문학출판계 상황을 다룬 이들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 많은 이들이 어지러운 시국에도 진지하고 끈질기게 지켜봐 주고 있다는 데에서 큰 힘을 얻는다. 어느 계(界)든 건강한 바깥은 언제나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직접 결성한 모임들과,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모임들과, 그 모임들에 힘을 실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주체가 여럿이라는 게 가장 큰 희망이며, 움직임은 이제 SNS 바깥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문학출판계 내 성폭력, 위계폭력을 말하는 목소리들이 새로운 권력이 될까 우려하는 모양인데, 너무 이른 우려가 아닐까? 이제 막 말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침묵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설령 이 목소리들이 문학계를 장기적으로 움직이는 힘 중 한 갈래가 된다 해도, 부작용보다 정화작용이 더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전망한다.


가깝고 먼 사람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선 말하면 말할수록 다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충고를 들었다. 맞는 말이다. 다칠 것이다. 다치고 지칠 것이다. 문학출판계에 반성폭력 문화가 확립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며 그 몇 년 동안 오갈 오해와 비난, 잃어버릴 신뢰와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득하다. 그렇지만 다칠 걸 감안하고라도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으며,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다쳐가면서 말하고자 한다. 번갈아 가며, 무게를 분산해가며 계속 말할 것이다.


변화는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언제나 한 발 늦게 온다는 걸 자주 되새기는 요즘이다. 끝내는 당도할 다음 시대를 기다리며, 다치고 지쳐도 쓰러지진 않으면 좋겠다. 높은 방파제를, 튼튼한 지지대를, 촘촘한 그물망을 머릿속으로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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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직원이 뽑은 (지극히 개인적인)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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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예스24 도서팀 신간 책상을 거쳐가는 책은 대략 5만 권. 40여 명의 도서 담당자들에게 2016년 출간된 도서 가운데 '올해의 책'을 뽑도록 했습니다. 한 권만 뽑는 게 무척 힘들다는 불평을 무릅쓰고 서점직원이 개인적으로 뽑은 올해의 책 15권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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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11년차)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테리 이글턴 저, 이미애 역 / 책읽는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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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소설이나 시가 말하는 내용에만 집중한 나머지 작품이 말하고 있는 '방식'에는 무신경하지 않았는지. 문학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은 이런 식의 독서는 작품의 '문학성을 제쳐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조, 분위기, 속도, 문장 구성, 장르 등 수많은 장치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기능하는지 다양한 작품을 예로 들며, 이를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한다. 이 책을 읽은 뒤엔 소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김태희 (11년차)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 1』

트롤 글 그림, 김정화 역 / 미래엔아이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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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탐정은 아이큐 1104의 천재 탐정으로 조수 브라운과 함께 살고 있다. 홍차와 고구마 파이를 먹으며 신문을 읽는 걸 즐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뛰어난 추리력으로 어떤 사건이든 척척 해결한다. 엉덩이 모양을 하고 사뭇 진지하게 어른스러운 말투로 추리를 하다가 범인을 찾는 순간 얼굴로 방귀를 쏘아 대는 탐정이라니. 한 번 만나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탐정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김현주 (10년차)
『명견만리』 

KBS 명견만리 제작팀 저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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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어야 할 단 하나의 경제경영서를 뽑는다면, 단연 <명견만리>가 아닐까 싶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필수 교양이다. 전세계 6대륙 19개국 취재, 40여 명의 전문가들과 1만 대중이 함께 만들어낸 지식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경제경영 교양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김수연 (10년차)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저, 김지우 역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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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나 마르케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릴라'와 '레누' 라는 두 여성이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나가며 달라지는 인생을 담았다. 가난 속에 학업은 허락되지 않아 결혼을 선택해야만 했던 '릴라'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레누'에게는 폭력을 준비한 소설 속 세상이 우리의 현실과 맞닿는다. 손꼽아 2권을 기다린다.

 

 

 

 

 

김규영 (10년차)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저, 이은선 역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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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펑펑 울다가 웃다가 말 그대로 얼마나 '쌩쇼'를 했는지 모른다. 볼일을 볼 땐 늘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녀의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오히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할머니. 늘 남의 평가를 신경 쓰라고 배워왔는데, 엘사의 할머니를 만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올해 내가 좀더 용감해졌다면, 이건 다 테러리스트 같은 이 분 덕분이다.


 

 

김성광 (9년차)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저, 김석희 역 /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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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종의 반항이다. "사람이라면 ~ 해야만 해."라는 말에 정면으로 대든다. 18년째 편의점 알바로 살고 있는 작가는 편의점 직원의 삶을 아주 단순한 스토리로 그렸다. "어떤 삶을 살든, 우리는 한 해를 살아냈고, 그건 그것대로 우리 안에 어떤 힘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있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는다. 읽는 맛이 좋고 생각이 단단한 글이다.


 

최지혜 (9년차)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저,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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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가치들은 모두 그림책에서 배웠다. 어른이 되면서 잊고 있었을 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남다른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창의력은 무엇인지, 상상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마다 비결을 털어놓는다. 함께 소개된 작가의 그림책 표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김도훈 (8년차)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저, 김명남 역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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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페미니스트'를 유별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올해도 헛산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유별난 사람이 아니다.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이 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으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받고,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분명히 비정상이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면 좋다'가 아니라 '되어야' 한다.


 

 

박형욱 (8년차)

『어떤 날 7』

강윤정, 강정 등저 / 북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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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낯설다면 당신은 너무 열심히 살았다. '살았다'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업에 매진했다.' 정도로 정리한다면 말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어떤 날>은 '모든 여행은 꿈'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시인이 말하고 영화감독이 그린 여행을 담았다. 당신과 나를 그곳, 그때, 그 사람 곁으로 훌쩍 데리고 간다. 쉬어가도 괜찮다.


 

 

 

박숙경 (7년차)

『리틀 라이프』

한야 야나기하라 저, 권진아 역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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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봉지 안에 달걀껍질과 비실해진 양상추, 상한 스파게티, 그리고 네가 있었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학대의 연속인 유년시절을 겨우 통과해, 끊임없는 자해로만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믿을 수 있는 남자. 그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 벅찬 일이었다. 아슬아슬한 삶을 따라가서 결국 '희망 없음'에 도달하는 우울한 독서 경험. 그것을 아무것도 아닌 삶으로 치부할 수 없도록 치열한 흔적이 남는 불가사의한 소설이다.


 

 

김은진 (6년차)
『온전히 나 답게』

한수희 저 /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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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정말 좋은 친구가 있다. 친구 여럿이 모여 옛날 이야기를 할 때면 그녀는 모두들 잊어버린 작고 소중한 기억들을 꺼내 보여준다. 그녀의 머리 속에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그 빛나는 구슬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렇다. 이 책 또한 하나 하나의 작고 소박한 행복들로 가득 차 있다. 빛 바래지 않도록 좋았던 날들의 구슬들을 잘 돌봐 온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김유리 (4년차)
『쇼코의 미소』

최은영 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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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견한 소설가 중 최고가 누구냐고 묻으면 최은영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써내려 간 단편들이 내게 준 삶의 섬세한 결들을 어루만지며 헤맸던 시간이 참 좋았다고 덧붙일 테다. 그 중에서 꼭 한 편을 꼽으라면 「씬짜오, 씬짜오」. 올해가 가기 전에 놓치지 말고 꼭 일독하시길. 읽지 않고 좋은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묻는다면, 내심 "2016년 올해 헛살았다!"고 중얼거릴 수도.


 

한유리 (1년차)
『나의 엄마』

강경수 글, 그림 / 그림책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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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고 당황할 수도 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어 하나만 썼다. 무려 스물 한 번. 아마도 모두가 입 밖으로 가장 많이 불러본 단어일 '엄마'. 따스한 그림과 함께 우리 모두가 공감할 우리의 엄마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든 책일지 느껴져서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다. 책을 덮고 난 후의 이 먹먹함과 뭉클함을 추천한다.


 

 

정일품(1년차)
『스프린트』

제이크 냅 등저, 박우정 역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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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프로젝트는 늘 그랬다.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다가 마감 기한이 닥친다. 긴 시간 준비했던 것들은 그저 기한 안에 끝내기 위한 몸부림이 된다. 『스프린트』는 구글의 수석디자이너가 직접 설명하는 프로젝트 수행법이다. 그 핵심은 1주일의 몰입이다. 구글만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실행하지 못하면 따라 잡히고,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신은지 (1년차)
『이게 정말 천국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고향옥 역 / 주니어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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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공책 한 권을 발견한다. 공책에는 천국에 대한 즐겁고 유쾌한 상상이 담겨있다. 한편으로 아이는 생각한다. 사실 할아버지는 죽는 게 두려우셨던 게 아닐까?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지만 울림이 큰 책이라 몇 권을 사서 주변에 선물했다. 반은 좋아했고 반은 슬퍼했다. 모두 고마워했다. 일찍 간 소중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시를 배반하고 사는 시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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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후 내 하루 일과는 ‘문단_내_성폭력’ 검색으로 시작됐다.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증언을 식후 30분 이내에 챙겼다. 꼬박꼬박 듣기로 말하기를 지지했다. 모 시인, 모 시인, 모 소설가, 모 시인은…. 술자리에서 가해지는 너절한 희롱의 말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나이 어린 습작생에게 등단을 미끼로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며 접근하고 성적 탈선이 미학적 실천인 양 꼬드기고 금품 갈취를 행했다는 기함할 증언까지 나왔다. 이런 일들을 마음에 쟁여두고 살았다니 그 삶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무수한 성폭력 사건을 접하지만 늘 처음인 양 충격을 받는다. 타락한 도덕성 때문이 아니다. 개개인은 얼마든지 시시껄렁하고 생각보다 취약하다. 이것은 ‘문학’ 판에서 발생한 공공의 일이다. 내가 아는 문학은 타인의 고통에 섬세하게 관여한다. 그 일을 업으로 삼은 자들이 어떻게 이토록 가까운 이에게 집요하게 고통을 가했을까. 이 비참을 주변의 동료들은 몰랐을까. 고통에 대한 남다른 촉수를 가진 이들이 유독 이 사안에는 둔감했을까. 알고 난 뒤에는 어떤 심정일까. 물음이 빗발쳤다. 김수영의 시구대로 “시를 배반하고 사는 마음이여, 자기의 나체를 더듬어 보고 살펴볼 수 없는 시인처럼 비참한 사람이 또 어딨을까”.

 

시 독자로서 속상함이 크다. ‘글에는 시를 쓰고 삶에는 침을 뱉지 말라’(나탈리 골드버그)는 격언을 지침으로 삼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도 당황스러웠다. 나는 ‘존재의 심층에 거주하는 시’를 인간 탐구와 자기 성찰의 교재로 삼아왔다. 사는 문제로 혼란을 겪을 때마다 시를 꺼내 읽었는데 문단-시단에서 문제가 일어나자 출구가 막혀버린 기분이다. 더군다나 이것은 존재의 심층까지 침투하는 성폭력 사건이다. 성폭력은 한 인간의 존엄과 일상을 간단히 뭉개버리는 일이다. 약하고 여린 존재에 감응하는 시에 대한 반역이다.

 

성폭력 피해는 대부분 아는 사람한테서 당한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폭력이란 것을 인지하기까지 혼란을 겪으며, 사건의 인과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기를 의심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 혹여 여지를 주었을까, 좀더 현명했다면 피했을까 자책한다. 공적인 말하기는 몰락 체험에 가깝다. 상황을 복기하고 피해를 입증하느라 폭력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자기가 말하면서 자기가 시달린다. 살아온 언행을 통째로 의심받기도 하고 주변인의 이탈을 지켜보기도 한다. 결국 피해자가 제 삶의 근거지를 떠나는 것으로 무마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피해자는 가고 가해자는 남고. 다시 찾아온 가해자의 일상은 그렇게 다시 또 성폭력의 온상이 된다.

 

문단_내_성폭력은 그 질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 몰락에서 생성으로의 이행. 성폭력 사건에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세 가지가 필수다. 자기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여성주의), 그리고 같이 들어주고 분노하고 발언하는 동료들, 품어주는 공동체가 그것이다.

 

첫째 항목 말하기-해석하기는 문단의 강점이다. 예술계 성폭력 중 문단의 피해 증언이 활발한 건 피해자가 자기 상황과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훈련된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말하기는 간단치 않다. 더한 고통 덜한 고통이 있는 게 아니라 n개의 사례에는 n개의 고유한 고통이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불행의 단독성’을 표현하느라 부단히 썼다 지우고 검열하고 탐색하며 뒤척일 터다. 그 지난한 ‘말하기’ 과정을 겪어내는 동안 말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전환과 연결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동료들의 연대는 진행 중이다. 시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남성으로 태어나 남성으로 교육받았고, 이제 남성 시인인 저는 문단 내 성폭력의 가해 구조를 지탱하여 왔습니다. 이처럼 가해자에 대한 비난에서 저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진실을 퍼뜨리는 일, 남성중심의 문단구조를 바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김상혁 @redinsilver) 트위터 140자를 통한 끔찍한 증언이 나오는 사이사이 동료 시인의 자기 성찰과 지지 발언도 꾸준했다.

 

지난 11월엔 문단 내 성폭력 방지를 위한 작가 모임인 ‘페미라이터’가 발족했다. “성폭력ㆍ위계 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겠다”, “지면과 발언권, 지위에서 비롯되는 권력을 명확하게 인식하겠다”, “문학 출판계의 성폭력?위계 폭력의 피해 생존자들을 지지하며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 등 7가지 약속을 내걸었는데, 이를 지지하는 1차 서약 작가가 671명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문단은 피해자를 품어주고 다른 피해자를 낳지 않을 안전한 공동체일까. 상징 권력으로서의 문단은 여전히 무겁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문제시 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에서 어떤 집단이든 성역 없는 비판이 어렵고, ‘영향력 있는 사람’일수록 내부 문제에는 유독 침묵하는데, 문단도 예외는 아니다. 난 문단에서 진단과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길 계속 기다렸다. 내가 영향 받은 문인의 말들, 진중한 입장 표명보다도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분노 같은 것들을 말이다.

 

이러한 내 생각을 문단 내 지인 몇 명에게 조심스레 터놓았을 때, 푸념 섞인 반론이 나왔다. 성폭력 방지와 문화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수 백명 주체들이 작가 서약을 해도 사람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유명한 사람이 나서서 복잡한 상황에 대해 발언해야 문제가 정리됐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우리 사회가 유명인 의존증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강 작가는 왜 가만히 있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고 ‘남성 문인들 연대라도 만들어서 입장 표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구를 듣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타당한 지적이다. 뜨끔한 부분이 있다. 피해자와 지지자의 용감한 ‘목소리’와 유의미한 움직임을 놓치고 무작정 ‘말씀’을 기다린 건 아닌가 나 역시 반성했다. 그런데 이런 측면도 있다. 세월호 사건, 국정 농단 사태 등 한국 사회에 일어나는 온갖 부정의와 비합리에 대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에 대해 날카로운 일침과 분석을 내놓곤 하던 문인들이 자기 동료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 혹은 예비 동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성폭력 사건은 ‘우리 안의 세월호’가 아닌가.

 

이것은 유명세에 대한 기댐일 수도 있지만 익숙한 언어로 복잡한 사안을 정리해왔던 독자로서 바람이기도 하고, 혹시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식으로 성폭력 사건을 생각하는 건 아닌지 여성으로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조바심이기도 하다. 이것이 의존적인 태도라는 것을 이번에 깨우쳤다. 이 수동성을 넘어서는 독자로서 주체적인 실천을 나는 고민한다.

 

문단_내_성폭력을 접한 독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 피해 증언 경청하기. 진실 알리기. 진짜 시와 가짜 시, 좋은 평론과 나쁜 평론을 가르는 안목 키우기. 나는 페미라이터 홈페이지에 나온 작가 서약 명단에서 내 책꽂이에 있는 시인과 평론가의 이름을 대조해보았다. 고양예고 문예창작과 졸업생들의 기자회견문 등 다른 형태의 움직임도 찾아보았다. 『문학동네』 『문예중앙』 등 각종 문예지 겨울호가 특집에 수록된 문단 내 성폭력과 여성 혐오 관련 글을 읽어보려 한다. 문예지의 폐쇄성과 현학성을 넘어서는 글들, 폭력이 일어난 일상의 구석진 자리까지 흘러 들어가는 유연하고 낮은 목소리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김수영은 “심금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언어(…)가 없는 사회는 단순한 전달과 노예의 언어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며 “인간 사회의 진정한 새로운 지식이 담겨 있는 언어를 발굴하는 임무를 문학하는 사람들이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멸망하는 나라”라고 일갈했다. 새로운 언어 발굴, 낡은 언어 교체, 그것은 문단_내_성폭력 피해자의 말하기에서 이미 시작됐다. 문단_내_침묵은 깨지고 있다. 이 오래고 두터운 침묵의 지층에 균열을 내는 더 많은 증언들, 더 많은 지지의 목소리가 눈처럼 어지러이 떠돌고 쌓이길, 그것이 강의실이든 술자리든 회의실이든 일상의 풍경을 바꿔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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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에디션으로 만나는 『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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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2015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며 우리 사회에 아들러 열풍을 일으킨 『미움받을 용기』가 출간 2주년을 맞아 4인 4색, 특별 리커버 에디션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리커버 작업에는 다음웹툰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웹툰 작가 만물상(‘양말도깨비’), 김경(‘상상고양이’), 이은재(‘청춘극장’), s_owl(‘홍도’)이 참여했다. 웹툰 작가들은 특유의 감성으로 『미움받을 용기』특별 에디션 표지를 만들었으며, 이 작업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미움받을 용기』와 다음웹툰의 콜라보레이션은 도서와 웹툰이라는 업종의 영역을 뛰어넘는 만남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새로운 일러스트나 디자인으로 표지를 재단장하는 리커버 마케팅이 활발하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위주로 활동하는 웹툰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4종의 표지를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보경 인플루엔셜 출판사업본부장은 “젊은층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미움받을 용기』와 동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로 많은 공감을 받고 있는 다음웹툰이 함께한 이번 콜라보레이션이 더욱 넓은 층의 독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인플루엔셜은 그동안 보내준 독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예스24와 다음웹툰과 함께 『미움받을 용기』특별 리커버 에디션 판매 금액의 일부를 ‘용기’가 필요한 곳에 기부할 예정이다.

 


작가 만물상이 그린 『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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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표현된 따뜻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표지

 

만물상 ㅣ 2013년 다음웹툰 웹툰리그에서 우승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4년 정식 연재를 시작한 <양말 도깨비>는 따뜻한 그림체와 동화 같은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좋은 책을 읽고 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제게는 멋진 선물이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메시지처럼 가장 소중한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란 사실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작가 s_owl이 그린 『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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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s_owl 작가의 동화 같은 감성의 표지

 

S_owl ㅣ 2013년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대전에서 <홍도>로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4년 정식 연재되기 시작한 <홍도>는 동양적인 판타지 세계관과 특유의 파워풀한 그림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다음웹툰에서 <홍도>를 연재 중이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러스트를 뽑아낼 수 있을지 고민도 되었습니다.
부디 조금이나마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작가 이은재가 그린 『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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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희망을 그려낸 이은재 작가의 감성적인 표지

 

이은재 ㅣ 제 5회 다음공모전에서 <1호선>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청춘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청춘극장>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다음웹툰에서 <TEN>을 연재 중이다.

 

“곁에 두면서 가끔씩 읽어보는 책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 리커버 작업을 통해 희망과 다짐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김경이 그린 『미움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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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작가 특유의 따뜻한 치유의 감성을 전하는 일러스트와 표지

 

김경 ㅣ 목적지 없이 그리는 일을 쭉 하다가 문득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에 만화가가 되었다. 만화는 그에게 시작이자 종착지이다. 많은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 지내기에,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만화를 필연적으로 그리고 있다. 펴낸 책으로 『상상고양이』, 『작가와 고양이』가 있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고, 그 책의 표지를 그리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만화를 만드는 일은 저에게 ‘치유’의 의미가 있는데요,
그래서 더욱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책방도 안 되는데, 무인서점을 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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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동교로25길에 신기한 서점이 하나 생겼다. 페이스북 페이지 ‘열정에 기름붓기’ 에디터들이 운영하는 무인서점 ‘열정에 기름붓기’. 빈티지 옷 가게를 리모델링한 서점에는 직원이 없다. 에디터들이 선정한 ‘이 달의 책’ 3권과 커피, 크레이에터 다이어리를 비롯한 문구류, 돈통만 있다. 무인서점 이용법은 간단하다. 흥미로운 책을 읽다가 사고 싶으면 사고, 문구를 구입해도 된다. 물론 책을 읽다 그냥 가도 좋다.

 

열정에 기름붓기(이하 ‘열기’)가 무인서점을 열게 된 건, 2030세대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접점을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카드 뉴스를 만들며 꾸준히 책을 소개했던 ‘열기’는 보다 적극적인 독서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매주 목요일, 무인서점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인디밴드가 노래하고 구독자들이 찾아와 자신이 이야기를 하면, 이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으로 공개한다. 원하면 독자들이 직접 방송에 출연할 수 있다. 앞으로는 독서클럽을 생중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2015년 『열정에 기름붓기』를 펴내기도 했던 표시형 대표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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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서점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열기’의 목표는 '주체성'이다. 모든 사람들 스스로 정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는데, '독서'는 사람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작년 말부터 다양한 도서의 내용을 흥미롭게 요약해서 전달하고 또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놀랍게도 열기가 소개한 도서는 2030 세대의 구매율이 월등히 높았다. SNS에서 도서 관련 콘텐츠를 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단순하게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아닌,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의 서점, 또 굳이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책을 가져와서 읽을 수 있는 서점'을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커다란 회사는 아니다. 서점을 열고 싶었지만 운영비는 커다란 부담이었고, ‘열기’ 구독자 박근호 씨와 이야기를 하던 중 ‘무인서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서점이 자리잡았다. 자본은 어떻게 구했나?


연남동이 핫한 동네이지만, 무인서점이 있는 곳은 최근 많은 발길을 끌고 있는 '철길 공원' 쪽이 아닌 그 반대편 연남동이다. 서점을 열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분위기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는 서점보다는 조금 찾아오기 어려우면서도 들어왔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지트'같은 공간을 원했다. 자본금은 말 그대로 '모은 돈'을 사용했다. 운영비를 최소화하며 지금까지 모은 돈을 투자해서 공간 권리금, 보증금을 마련했고 인테리어는 직접 했다. 전기 공사부터 벽지, 내부 조명까지요. 가구는 모두 연남동에서 줍거나 직접 만들었다. 부서진 장롱을 해체해서 서랍장을 선반으로 쓴다거나, 장롱문을 이용해서 창문 덮개를 만들었다. 공사장에서 주운 각목들을 재 도색하고 손질해서 테이블을 만들었고 책상 같은 경우에는 사무실에 남는 책상을 다시 리폼해서 쓰고 있다.

 

인테리어 테마는 무엇인가?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서점'이 우리의 콘셉트다. 이곳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다른 공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 편하게 독서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요즘 미니멀리즘이 주목 받고 있지만. 우리는 좀 더 키치한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낡은 시계에 수도꼭지를 달고 거기에 조명을 설치하기도 하고, 직접 광장시장에 가서 화려한 패턴의 식탁보를 맞추기도 했다.

 

그동안 수익이 궁금하다.


오픈 초기기도 하고 아직 적극적으로 홍보를 진행하지 않은 탓에 수익은 적다. 하루에 5만 원 정도, 도서는 3권 정도 팔린다. 우리는 당장 수익을 내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조금 더 실험적인 시도들을 많이 해보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공간을 발전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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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3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이 명확히 있지는 않다. 서점을 찾아온 독자들이 책에 대한 관심을 보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우선 ‘열기’ 에디터들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또 꼭 소개시켜주고 싶은 도서들 위주로 선정하고 있다. 11월 선정 도서는 『지적 자본론』, 『호밀 밭의 파수꾼』, 『어느 날 400억 원의 빚을 진 남자』였다. 추후 선정에는 더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우선 에디터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차근차근 소개한 후, 무인서점의 수많은 주인들이 추천해주는 책들을 검토하고 선정하는 형태로 발전할 예정이다. 기존에 ‘열기’가 하던 자기계발서 위주의 추천에서 벗어나 시집, 고전, 소설 등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수익적인 기대도 하고 있나?


전혀 기대를 안하고 있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다만 '멀리 보고' 있다. 당장 큰 수익이 나길 기대하기보다는 조금씩 월 도서 판매량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도서 판매에 따른 수익보다는 서점에서 여는 독서 모임이라든가 저자 초청 강연 등을 연계해 수익을 키워보려 한다. 도서와 연계된 문구류 판매로 매출을 확보할 예정이다.

 

오래 살아남을 자신은 있나?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열기’ 또한 스타트업이고 회사의 중요한 키워드도 '생존'이기 때문이다. 오래 살아남을 자신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장'할 자신이 있다. '책만 파는 서점'이 된다면, 규모에서도 경험에서도 밀리는 무인서점은 생존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책'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판매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먼저 만든 후에 서점에서 창출 되는 다양한 이야기와 시너지를 공유하고 연결할 계획이다.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까? 사실 지금 우리는 이 점에만 관심을 집중하려 한다.

 

현재 ‘열정에 기름붓기’ 활동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나?


‘열기’의 초점은 구독자에 맞춰져 있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채널을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이미 열기를 구독하고 계신 구독자 분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를 더욱 다각화하는 동시에 더 직접적이고 친밀한 형태의 오프라인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다. 첫 번째 시도는 '연결'이다. ‘열정에 기름 붓기’ 무인서점 독서클럽을 운영할 예정이다.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무인서점을 찾아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이 곳의 주인이 되어줬으면 한다. 무인서점은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서점이다. 언제든 페이스북 메시지로 의견을 주고 아이디어를 나눠주면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목표는 독자들이 이 서점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것이고, 외로운 날 홀로 찾아와 마음에 위안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나가는 것이다. 책은 구매하지 않아도 좋다. 꼭 독서를 하지 않아도 좋다. 두 달도 안 되었지만, 이미 손때 묻은 물건들로 가득한 이 공간에서 편히 쉬다 갔으면 좋겠다.

 

연말이다. 12월에 읽으면 좋을 책을 두 권만 소개한다면?


채사장의 신간 『열한 계단』과 피터틸의 『제로 투 원』이다. 우연한 기회로 출간을 준비하고 있던 『열한 계단』을 읽었는데 큰 힘이 됐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고 또 지금 가고 있는 삶에 대한 의문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제로 투 원』은 언제든 읽어도 좋은 책이다. 피터틸은 페이팔의 창업자이며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그리고 실리콘 벨리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투자자다.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었을 때 얻는 인사이트가 굉장히 많을 것 같다. 경제경영서라는 느낌으로 알려져서 아쉬운 책인데, '삶을 사는 태도'에도 굉장히 많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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