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플레이리스트]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할 때
잘 구워진 생선 냄새는고양이의 걸음을 가볍게 만들고갸릉거리는 늦은 오후의 허기 속에서생선 타는 냄새는무거운 몸을 기꺼이 들어올린다담장 정도는 쉽게 넘어갈 만큼 가벼워져서우리는 어디론가 날려갈 것 같다수천 마일 바깥에서도주린 속을 후비는 탄내에 이끌려우리는 식탁으로 불려와 앉을 것이다언제라도 난민처럼 모여들 것이다고해 위로 떠오르는 기도처럼기도로 간신히...
View Article[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김도환 "이 모든 게 결국, 전부 브랜딩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브랜드를 따지는 시대가 왔다. 현시점 마케팅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브랜드’ 그리고 ‘브랜딩’일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브랜딩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두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뿐. 브랜딩 열풍 속 미아가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줄 책,...
View Article[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시드니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쯤 봄바람이 살살 불어왔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는 제11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한 ‘면접관 일기’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로, 생애 처음으로 면접관이 된 저자가 일주일 동안 인재개발원에서 지내며 몇백 명의 지원자들을 만나고 경험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한 책이다. 파릇파릇한 신입 사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연차가 쌓이고 면접관이 된 어느 평가자의...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9와 숫자들 - 평정심뒤통수가 사라진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떠다니는 하품을 주워 먹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아침이 돼서야 이를 닦는다누워 있었기 때문에......먹지 않고 걷지 않는다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늦겨울 봄볕처럼아주 잠시 생겼다 사라진다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안 하는...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따끔한 말이 필요할 때
나는 아직 썩지 않았다.- 김승일 「채찍」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문학과 지성사)오늘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 것 같나요? 정신을 차려 보니 시간을 낭비한 것 같나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가혹하게 굴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심지어 스스로 채찍질하지 말라고 다시 자기 자신을 비판하기도...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일 때
식탁 위에 나란히 놓인카스텔라와 우유식빵이 오늘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자내가 오늘 만든 카스텔라는 우유식빵 같고네가 오늘 만든 우유식빵은 카스텔라 같다작은 착오가 있어도우리는 카스텔라와 우유식빵이 꼭 필요했으니 이 결과는최대한 실패하지 않는 방향으로 함께 가려는보이지 않는 의지의 힘일지도오늘 우리, 정반대의 결과가결과적으로 같은 것 같다는 것에 대해같은 것...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친구와 다투고 너무 말을 심하게 했다고 후회할 때
공중으로식칼을 던진다. 식칼을 던진다. 식칼 두 자루가 공중을통과하고.모든 빛이 식칼에게 쏟아진다.반사합니다. 눈동자 위로 태양. 눈동자 위로 태양이 지나가고. 태양 두 개가새의 두 눈에 떠 있으면.이제 너의 차례입니다. 태양이 태양에게.이제 나의 차례입니까. 태양이 태양에게.식칼이추락합니다. 그리고 또다른 추락입니다. 식칼 두 자루가 공중을 통과한다. 새가...
View Article[플레이리스트 특집] 우리가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것들
오리지널 트랙을 갖고 싶었다. 세상 유명한 노래들을 카피하는 일에 질렸을 즈음이었다. 우리 밴드만을 위한 노래라니, 로망일 수밖에. 멜로디는 제법 괜찮게 나온 것 같았다.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다. 가사 금방 쓸 수 있을 거 같아! 내일 바로 써서 가져올게! 내일은 무슨. 정말, 해보지도 않고, 근거도 없이 어디서 기인한 자신감이었을까. 밖은 어둡고 커피는...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도시에 가득한 사람들에게 숨이 막힐 때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여기서부터 소멸입니다여기서 멀미가 나고아무도 눈을 만지지 않습니다여기에 차를 세워도 되나요차에서 내려 좀 걷고 싶은데요다만 소란을 피우는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하는 발허공에서는 그런 아무 발이나 건져 올립니다휘어지는 차선들이 계속 휘어지도록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여기서부터 소멸입니다시내에 누군가 쓰러져 있습니다그가 비를 맞는 줄...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 때
눈 비벼보아도내 눈이 내 몸에 섞여들지 않는 나날들눈 비벼보아도벽에는 못자국 하나 없이 철회된 풍경들피곤한 기왓장들이 아지랑이에 길들여질 때쯤여름은 그해의 가장 둔중한 필치로내 한 세기의 묘비명을 암송했다절정보다 빠르게나는 지붕에 올라기왓장을 벗겨냈다 내 손발톱으로벽지를 벗겨내고 장판을 들어냈다 그리고칠했다, 층마다 놀랍게 변모하는 곰팡이벽화와개미탐험가들의...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
이름이 뭔가요?전공은 뭐였지요?고향에서 죽 자라났나요?여기에 쓰여 있는 게 전부 사실입니까?질문만 있고 답이 없는 곳에 다녀왔다서있어도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작았다가장 많이 떠들었는데도듣는 사람들보다 귀가 아팠다눈사람처럼 하나의 표정만 짓고 있었다낙엽처럼 하나의 방향만 갖고 있었다삼십여 년 뒤,답이 안 나오는 공간에서정확히 똑같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녹지...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언제까지 이렇게 회사에 다녀야 하나 싶을 때
출근길에 생각한다차에 치이고 싶어요그럼 오늘은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잖아요파티션 아래는 못생긴 키보드와왼쪽만 닳은 마우스가 있다나는광고주로부터 사람을 배운다저렇게 살지 말아야지점심은 언제나 상사의 취향나는 다 같이 밥 먹고 싶지 않아요시인이라 그런가많이 힘들었지?그래서 또 다른 일을 하나 더 가져왔어그러니오늘은 아무도 다들 집에 갈 생각 하지 마양화대교만...
View Article[취미 발견 프로젝트] 아직 방학 계획 못 세웠다면? 내가 가르쳐 줄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면, 새로운 취미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예스24가 한 달에 한 번 취미 발견 프로젝트를 제안한다.pexels.매년 찾아오는 여름 휴가철, 올해는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방법만 고민하다 어떤 계획도 세우지 못한 사람들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번 취미 발견 프로젝트에서는 기가 막힌 휴양지에 가지 않더라도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책과...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눈물이 날 때
슬픔은 쉼없는 비처럼 내 가슴을 두드린다사람들은 고통으로 뒤틀리고 비명 지르지만,-새벽이 오면 그들은 다시 잠잠해지리라.이것은 차오름도 기울음도 멈춤도 시작도 갖고 있지 않다.사람들은 옷을 차려입고 시내로 간다. 나는 내 의자에 앉는다.나의 모든 생각들은 느리고 갈색이다.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아무래도 좋다. 어떤 가운을 걸치든혹은 어떤 구두를 신든. -...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이 여름이 끝나면 우리는 헤어질 것이다
아마도 그 병 안에 우는 사람이 들어 있었는지 우는 얼굴을 안아주던 손이 붉은 저녁을 따른다 지난 여름을 촘촘히 짜내던 빛은 이제 여름의 무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올해 가을의 무늬가 정해질 때까지 빛은 오래 고민스러웠다 그때면,내가 너를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너를 조금씩 잃어버렸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순간 너를 절망스런 눈빛의 그림자에 사로잡히게 했다 내...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위로받고 싶을 때
어두운 길을 걷다가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절망하지 말아라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도달하지 않았다구름 때문이 아니다불운 때문이 아니다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별의 지도마저 없다고주저앉지 말아라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박노해 「별은 너에게로」 (『너의 하늘을 보아』,...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내가 생각해도 옹졸한 이유로 화냈을 때
깊은 해저에서 새벽 하늘이 수면으로 떠올라요별들은 하나둘 소라껍데기 속에 숨어요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모두 돌아간 흰 해변엔 파도치는 푸른 소리뿐나는 밤새 뒤척이고 다섯 번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 문태준 「섬」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벌컥 쏟아냅니다. 머리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는데도 입 밖으로는...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할 때
잘 구워진 생선 냄새는고양이의 걸음을 가볍게 만들고갸릉거리는 늦은 오후의 허기 속에서생선 타는 냄새는무거운 몸을 기꺼이 들어올린다담장 정도는 쉽게 넘어갈 만큼 가벼워져서우리는 어디론가 날려갈 것 같다수천 마일 바깥에서도주린 속을 후비는 탄내에 이끌려우리는 식탁으로 불려와 앉을 것이다언제라도 난민처럼 모여들 것이다고해 위로 떠오르는 기도처럼기도로 간신히...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어쨌든 이 세상에서 고양이가 최고라고 느낄 때
행간을 뛰어다닐게 소리도 없이재채기를 유발하는 내 털끝의 벼랑으로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주소로 가서유기한 꿈을 마음껏 파헤치며 쓸게 그러니까자 이것을 소리 내어 읽어보렴우는 것은 다 똑같은 얼굴인데쉽게 웃어주지는 않아 공짜라도제목은 맨 나중에 짓게 되겠지 처음으로 돌아가면서우리가 마음껏 뒷모습을 꿈꿀 수 있을 때서로 물든 만큼 흉터가 생기겠지만내가 나오지 않는...
View Article[시 플레이리스트] 하지만 나는 개를 키우고 싶을 때
개는 모른다. 이 장난감 안에 든 간식을 어떻게 꺼낼 수 있는지.그러나 개는 안다. 곧 그 간식을 먹게 되리라는 것을.개는 안다. 오늘 낮 당신의 외출은 개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난리.)그러나 개는 모른다. 당신의 외출이 개의 간식을 만든다는 것을.개는 모른다. 바깥이란 온통 개가 모르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그러나 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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