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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해저에서 새벽 하늘이 수면으로 떠올라요
별들은 하나둘 소라껍데기 속에 숨어요
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모두 돌아간 흰 해변엔 파도치는 푸른 소리뿐
나는 밤새 뒤척이고 다섯 번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 문태준 「섬」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벌컥 쏟아냅니다. 머리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는데도 입 밖으로는 가시 박힌 말들이 터져 나옵니다. 토해내고 토해내도 후련해지지 않는 말들, 말하는 나조차도 할퀴는 못된 말들. 집에 돌아와도, 외출복을 벗고 샤워기 밑에서 물을 맞아도 조금도 씻어지지 않는 감정들. 눈을 감고 잠에 빠지려 애쓸수록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분명 이 정도로 화풀이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 얘기를 먼저 꺼낼까 말까, 사과할까 말까, 밤새 뒤척이다 정신이 희미해질 때쯤 다짐합니다. 내일 아침이 오면 상처 줘서 미안하다 꼭 말해야겠다고. 어떤 반응도 감내하겠다는 각오 뒤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웃어주기를 바라는 염치없는 욕심을 숨겨 놓으면서 말이죠.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예스24
낮고, 여리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삶의 물결과 숨결‘더할 나위 없음’이란 바로 이 시집을 말하는 한 문장이리라문학동네시인선 101번째 시집으로 문태준 시인의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를 선보인다.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후 삼 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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