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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예스데이: 할인에 할인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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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데이

 

책을 집어 든다. 지갑을 확인한다. 책을 다시 내려놓는다. 최근 방문했던 서점에서의 기억이다. 읽고 싶은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빠듯한 대학생에게 책은 더 이상 가볍게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특히 전공 서적을 사야만 하는 신학기에, 읽고 싶은 책을 사는 일은 사치같이만 느껴진다. 얇은 지갑으로도 부담 없이 책을 집어 들 수 있는 서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연히 알게 된 예스데이의 존재는, 운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스데이는 예스24 중고서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예스24 중고서점이 매달 24일마다 진행하는 행사로, 서점 내 모든 중고서적의 가격을 24% 가량 추가로 할인해주는 날이다. 이날 예스24 중고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고객은 이미 할인된 가격의 책을 24% 더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강남, 목동, 서면 등 매장마다 10만 권 이상의 책이 비치되어 있으며 모든 매장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돈이 부족해 책을 살 기회가 없었던 학생, 직장인에게는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이제 예스데이에 서점을 방문하면 얼마나 책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어떠한 책이 비치되어있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아무리 저렴하다는 말을 들어도 실물을 보지 않으면 믿음이 가지 않는 법. 이런 독자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기 위해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나섰다.


지난 2월 24일(예스데이),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는 예스24 중고서점 목동점을 찾았다. 예스데이를 맞아 책을 직접 사보고, 생생한 후기를 남겨 독자분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였다. 평소 사고 싶은 책이 많았지만 주머니 사정상 눈물만 흘렸던 서포터들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잡은 듯 모두 책을 한 아름씩 골라 들었다. 이들에게 허락된 금액은 피자 한 판 값에 달하는 2만 원. 계산 전 책을 너무 많이 집은 것 아닌가 걱정이 됐지만, 우려와 다르게 서포터들은 모두 성공적으로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과연 예스데이에 구매할 수 있는 책은 얼마나 저렴하며, 다양할까.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의 생생한 구매 후기를 통해 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서점 속 감성을 찾다! 문학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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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만 읽는다는 국문학도 L군은 소설을 잔뜩 골라왔다. 국내소설부터 해외소설에 이르기까지 매장 내 책 종류가 다양해 책을 고르는 시간 자체가 행복했다는 L군. 단순히 종류만이 아니라 그 책의 질까지 높으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스24 중고서점은 그에게 그야말로 꿈같은 공간이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그가 골라온 ‘청춘이 꼭 읽어야 하는 책’ 목록에는 과연 어떠한 책이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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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
강신재 저 | 민음사

이복남매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책이다. 단순한 플롯만 보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진가는 젊은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다룬 작가의 묘사력에 있다. 여고생의 들뜬 마음을 그려낸 작가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따뜻하게 풀린 봄날 벤치에 앉아 이 책을 읽어보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저/송무 역 | 문예출판사

필독서에 어김없이 이름을 올리는 책. 책을 싫어하는 이라면 이 책에 막연한 거부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읽기도 전에 벌써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 책이 '연애소설'에 분류돼 있음을 생각하고 읽어보도록 하자.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한 여인만을 지고지순 기다리는 위대한 남자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현대인과 그에 대한 작가의 고찰과 같은 메시지는 잊어버리자. 이 책은 한 여인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위대한 순정을 그린 책이며, 무척 재미있다.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저/유유정 역 | 문학사상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나침반. 때론 백 마디 위로보다 한 가지 행동이 위로를 줄 때가 있다. 『상실의 시대』 역시 그렇다. 한 청년의 방황하는 삶을 그린 이 책은, 어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보다도 영혼에 따뜻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랑, 인생, 그 모든 것의 의미 속에서 방황하며 답조차 확실히 찾지 못하지만, 그 이야기를 조용히 따라가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한결 편해져 있다.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방황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자. 『상실의 시대』는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나침반이 돼 줄 것이다. 꾸준한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정수.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저/송무 역 | 민음사

작가 서머싯 몸이 고갱의 삶을 소재로 쓴 책이다. 이 책은 평범 속에서 살아가길 거부한 예술가의 삶을 제삼자의 시선에서 그린다. 소설 초반부 한없이 비정상적 인물로 표현된 예술가는, 소설이 진행될수록 점차 위대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책의 시선과 함께 예술가의 인생을 모두 살피고 나면 한 가지 깨달음이 찾아온다. 정상이란 실상 평범한 이들이 잡아놓은 틀뿐이라는 사실이다. 세상과 타협하기를 거부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저/조동섭 역 | 밝은세상

매번 진지한 소설만 읽고 살 순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빅 픽처』는 이런 당신을 위해 준비된 가장 완벽한 책이다. 살인을 저지른 뒤 타인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함께,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옮긴 듯한 작가의 생생한 묘사력에 빠지기 시작하면 한두 시간쯤은 우습게 지나가 있다. 작품 곳곳에 녹아있는 미국 현실에 대한 풍자는 덤. 영화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읽히는 『빅 픽처』를 읽으며 지친 머리를 식혀보자.

 

 

『젊은 느티나무』정가 11,000원. 판매가 3,300원 / 예스데이: 2,200원
『위대한 개츠비』정가 8,000원. 판매가 2,400원 / 예스데이: 1,820원
『상실의 시대』정가 12,800원. 판매가 6,400원 / 예스데이: 4,860원
『달과 6펜스』정가 9,000원. 판매가 5,400원 / 예스데이: 4,100원
『빅 피처』정가 12,000원. 판매가 6,600원 / 예스데이: 5,010원


합: 17,990원

 

 

실용적인 게 좋아! 실용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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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을 앞둔 서포터 K군은 경영/경제 분야 책들을 골라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가는 학교인 만큼 설렘도 크지만, 동시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까 두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휴식 기간 내려놓았던 전공에 대한 기본 지식을 되찾지 못한다면, 수업에도 낙오될 것이 분명하다. 새 학기는 더욱 보람차게 보내리라 결심한 K군이 골라든 경영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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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잭 트라우트 저/이수정 역/정지혜 감수 | 비즈니스맵

클래식은 영원한 법, 구식이 아니다. 마케팅은 경영학과라면 관심의 유무를 떠나 필수로 알아야 하는 학문이다. 변화하는 세상과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법칙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은, 마케팅계의 바이블과도 같은 책이다. 두 저자가 정리한 22가지의 시대를 초월한 비즈니스 세계의 법칙은, 마케팅 흐름을 알고 싶어 하는 경영학도에게 기본기가 되어줄 것이다. 단순한 유행이 아닌 마케팅의 본질을 알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저/김태훈 역 | 8.0(에이트 포인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보석 같은 강의. 경영학도에게 필요한 것은 마케팅만이 아니다. 다른 이와의 협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 역시 경영학도에게는 기본 소양이다. 회의, 토론, 협상 속에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보다 좋은 책은 없다.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교수로 평가받는 작가는 이 책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인간관계부터 의사소통, 협상, 전략 등의 협상에 대한 기본 개념이 그것. 저자가 제시하는 12가지 협상 전략과 모델을 참고해 신학기 소통왕이 되어보자.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
잭 웰치,수지 웰치 공저/강주헌 역 | 알프레드

경영학 수업을 듣다 보면 한 번쯤 꼭 듣게 되는 이름이 있다. GE(제너럴 일렉트릭)의 CEO이자 가장 위대한 CEO로 평가받는 잭 웰치다. 최고의 CEO가 자신의 모든 경험을 적었다고 밝힌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는, 미래의 CEO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읽어야 할 교양도서다. 경영연구소 MBA의 핵심 과정과 GE에서의 성공담이 모두 담겨있는 이 책은 잭 웰치의 경영 원칙과 철학을 만나보고 싶은 학생에게 최고의 강의로 다가올 것이다. 잭 웰치의 10년 만의 신작이기도 하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정가 12,000원. 판매가 6,000원 / 예스데이: 4,560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정가 15,000원. 판매가 9,000원 / 예스데이: 6,840원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정가 16,000원. 판매가 8,000원 / 예스데이: 6,080원


합: 17,480원

 

 

책은 일상 속 휴식! 취미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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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중고서점의 스펙트럼은 문학 및 실용서에 그치지 않았다. 일상을 그린 에세이부터 다양한 취미생활을 그린 책까지, 예스24 중고서점에는 평소 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편히 읽을 수 있는 책들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었다. 사진이 많아 다른 책보다 비싼 탓에 (이 같은 책은) 평소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들이지만, 예스데이인 오늘은 가격 따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가격표도 보지 않고 여러 권의 책을 골라본다. 서포터 C군이 엄선해 고른 책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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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밥상
이밥차 요리연구소 저 | 그리고책

최근 요리 방송을 보고 요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지만, 막상 요리를 하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TV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재료 손질부터 조리방법까지 초보자에게는 그 모든 것이 어렵기만 하다. 이 같은 요리 초보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밥상-너무 쉬워서 너무 맛있어서 놀랄 거야』다. 이 책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밥상'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매일 먹는 밥상을 주제로 한 요리책이다. 친절하면서도 구체적인 레시피는 물론 재료 손질법, 간단한 계량법까지 한 끼 밥상을 차리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들이 상세히 나와있으니 요리를 배우고 싶은 초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책에 담긴 레시피를 차근차근 따라 해 실력을 쌓는다면, TV 속 쉐프도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슈퍼 에이전트 멘데스
미겔 쿠에스타 루비오,호나탄 산체스 모라 공저/임찬울 역 | 풋볼리스트(FOOTBALLIST)

친구끼리 묘한 자존심 싸움을 하게 되는 것이 있다. 오랜 취미로 다져온 축구에 대한 지식이다. 워낙 오랜 시간 축구를 시청해온 '축구 덕후'인 만큼 공부는 지더라도 축구에 대한 정보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슈퍼 에이전트 멘데스-호날두와 무리뉴의 성공비결』은. <베스트 일레븐>, <포포투> 같은 축구 잡지로는 성이 차지 않는 당신을 위한 맞춤형 책이다. 호날두의 에이전트로도 유명한 멘데스는 자신과 함께한 스타의 일화, 축구계 뒷이야기들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특히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의 이적 뒷이야기까지 담겨있으니, 축구를 좋아하는 이에게 이보다 좋은 책은 없을 것이다. 저자의 직업인 에이전트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담겨있으니, 축구와 관련된 직업을 꿈꾸는 이에게 추천한다.

 

 

한국의 시장
기분좋은QX 저 | 페이퍼북

모든 일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 이런 때에는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다. 하던 일을 멈추고 떠나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친다. 하지만 현실의 제약은, 여행마저 쉽게 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제 당신에게 남은 건 책 속으로의 여행뿐이다. 『한국의 시장-사람 냄새 가득한 에코 스팟, 시장 견문록』은 이처럼 현실에 지쳐버린 당신을 위로해줄 책이다. 전국 전통시장 15곳을 선정해 시장의 일상부터 먹거리에 대한 정보까지 지역별 전통시장의 모든 것을 담은 책으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에게 완벽한 탈출 기회를 제공한다. 시장마다 맛깔스럽게 표현된 묘사는 현지를 여행하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주고, 그와 함께 수록된 방송인, 가수 등 유명인들의 추억담은 책에 한껏 몰입하게 한다. 모든 걸 잊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슈퍼 에이전트 멘데스』정가 18,000원. 판매가 7,200원 / 예스데이: 5,472원
『한국인이 좋아하는 밥상』정가 18,800원. 판매가 9,400원 / 예스데이: 7,144원
『한국의 시장』정가 15,000원. 판매가 7,500원 / 예스데이: 5,700원


합: 18,316원

 


아기자기한 게 좋아! 굿즈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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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있게 마련이다. 전자의 친구에게 서점은 그 어느 곳보다도 흥미로운 공간이 되겠지만, 후자의 친구에게 책만 있는 서점은 상대적으로 지루한 곳으로 인식될 것이다. 하지만 예스24 중고서점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스24 중고서점에는 설령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책 이외의)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음반, 인형, 학용품 등 다양한 가짓수의 제품은 책에 흥미가 없는 고객도 기분 좋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아기자기한 상품에 마음을 뺏겨 굿즈를 한가득 구매한 서포터 L양이 구매한 물건을 보도록 하자.

 

다양한 캐릭터 상품. 신학기 준비도 이곳에서 끝내자!

 

예스24 중고서점에 비치된 다양한 제품 중 L양의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닌 캐릭터 관련 기프트였다. <어드벤처 타임>, <위베어베어스>, <카카오프렌즈>, <무민>, <포켓몬스터> 등 기프트 코너에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비치돼 있었다. 인형, 담요, 학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은 캐릭터 상품을 좋아하는 젊은 학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각 캐릭터 별로 진열된 개성 있는 학용품은 숨겨왔던 ‘덕심’을 자극했다. 신학기가 시작된 만큼 학용품이 필요했던 L양은 평소 좋아했던 <어드벤처 타임> 관련 상품을 골라 담았다. 메모지, 볼펜, 필통, 메모지, 수첩, 노트 등을 담는 것만으로 벌써 신학기 준비가 끝난 기분이다. 상품이 저렴하고 예쁜 만큼 친구에게 부담 없이 선물하기 좋아 보인다. 고민 끝에 같은 상품을 한 번 더 담는다. 분명 꽤 많은 제품을 고른 것 같은데도 영수증에 찍힌 가격은 2만 원을 넘지 않는다. 유쾌한 기분이 된 L양은 다음 학기 준비도 예스24 중고서점에서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어드벤쳐 타임 미니 메모지(핀, 제이크, 비모) 각 1,000원: 3,000원
어드벤쳐 타임 슬림 볼펜(제이크, 레몬그랩) 각 1,500원: 3,000원
어드벤쳐 타임 납작 필통: 6,000원
어드벤쳐 타임 롱바디 스티키 메모(제이크, 핀) 각 2,000원: 4,000원
어드벤쳐 타임 수첩(와글와글): 2,000원
어드벤쳐 타임 기본노트(핀, 제이크) 각 1,000원: 2,000원


합: 20,000원


 

예스데이: 오는 손은 가볍게, 가는 손은 무겁게!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경험한 예스데이는 적은 돈으로도 알찬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이미 한 번 할인된 중고상품을 추가로 24% 할인해주는 만큼, 이날 예스24 중고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던 책은 그 어느 곳보다도 저렴했다. 그간 돈이 부족해 책을 장만하기 어려웠던 이라면, 매달 24일 예스24 중고서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벼운 마음으로 매장을 방문해 무거운 손으로 돌아가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알려드리는 예스데이 꿀팁!

 

- 각 지역 매장마다 비치된 상품이 다르다. 각 매장의 특색을 파악하도록 하자.
(거주민이 많은 목동점의 경우 유아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고, 직장인이 많은 강남점의 경우 2, 30대직장인을 위한 상품이 많다.)
- 예스24 회원의 경우 예스24 포인트를 매장 내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단 사용 최소 단위는 5000포인트부터다. 이를 유의해 사용하자!)
- 연말에는 일주일 동안 할인을 하는 예스 위크 행사도 진행한다고 하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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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독자] 리어 리더만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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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 신의 입자... 정말 많이 들어본 말이다. 특히 나처럼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신의 입자는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놓고 시도 때도 없이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대체 언제부터 힉스입자(Higgs particle)를 ‘신의 입자’라 부르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힉스입자를 처음으로 예견했던 피터 힉스(Peter Higgs)가 그런 별명을 붙였던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다른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 신의 입자일까? 신의 오묘한 섭리가 힉스입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뜻일까? 툭 하면 신(神)을 찾았던 아인슈타인도 후배 물리학자들에게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누가 또 진부하게 신을 들먹이는가? 아무튼 다들 신의 입자라 부르고 있으니 나도 그 대열에 끼는 수밖에 없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난 신 같은 거 전혀 안 믿는데…….

 

이 모든 의문은 이 책 한 권으로 말끔하게 풀렸다. 그러면 그렇지, 원래 제목은 신의 입자(God Particle)』가 아니라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였다. 분명히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발견되지는 않고, 끝까지 발견되지 않는다면 근 50년 동안 명목을 유지해온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폐기될 판이니 참으로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편집을 거치는 과정에서 언어순화를 한다고 damn을 빼는 바람에, 후련했던 제목이 졸지에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진부한 제목으로 바뀌어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신의 입자』보다 『빌어먹을 입자』가 훨씬 좋다. 힉스입자를 향한 물리학자들의 애증이 절절하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리언 리더만(Leon Lederman)은 1988년에 노벨상을 받은 실험물리학자이다. 그가 이론물리학자였다면 『빌어먹을…』이라는 제목을 절대로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론물리학자가 책상 앞에 앉아 우아한 자세로 스토리를 써나가는 시나리오작가라면, 실험물리학자는 그것을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세트를 세우고, 못 박고 톱질하는 노동자에 가깝다. 수십 년 동안 차가운 콘크리트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해가며 그 고생을 했는데 도통 발견되질 않으니, goddamn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힉스입자에 대하여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이론물리학자가 쓴 다른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이런 책은 위에서 말한 ‘시나리오’에 해당하여, 이론적 배경과 수학적 구조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반면에 레더먼의 책은 우아한 시나리오가 아니라, 힉스입자를 찾기 위해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모든 난관을 몸으로 극복하며 생고생을 해온 실험물리학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의 책을 번역하면서 느낀 소감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이론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깔끔한 상태로 태어났다 해도 그것을 완성시키는 최후의 장인은 실험물리학자이고,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물리학자들은 그에 합당한 명예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3) 제아무리 심오한 내용이 담긴 책도 유머가 없으면 지루하다는 것이다. 내가 결코 짧지 않은 책을 끝까지 흥미롭게 번역할 수 있었던 것은 간간이 튀어나오는 레더먼의 재기 발랄한 유머 덕분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그의 유머를 떠올리면서 혼자 킥킥거리다 보면 그 유머가 나오게 된 동기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책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었으니, 역시 웃음은 관심을 유발하는 최고의 동기인 것 같다. 독자들도 이 책을 덮고 나면 물리학적 내용보다 유머가 먼저 떠오를텐데, 그 후에 연상작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므로 유머만 기억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에 실험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2장에서 데모크리토스와 레더먼 사이에 오가는 상상 속의 대화는 원자론과 입자물리학의 역사를 개념적으로 정리하는데 더 없이 훌륭한 가이드였다. 그 뒤에도 티코 브라헤(Tycho Brahe)와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등 물리학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가들과 그들이 창안한 이론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레더먼은 이들 모두를 실험물리학자로 간주하고 있다. 어? 그런가?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했던 그들은 자신만의 이론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또는 관측)까지 직접 수행했다. 과거에는 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 사이에 뚜렷한 구별이 없었기에 팔방미인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 그러나 요즘은 두 분야가 확연하게 분리되어있으니, 묘한 열등감이 몰려온다. 고전음악도 마찬가지다. 바흐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파가니니…… 모두가 훌륭한 연주자면서 작곡가였는데, 요즘 연주자들이 작곡을 했다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물리학이건 음악이건, 각 분야들이 지나치게 특화되어 한 번에 두 가지를 할 수 없게 된 것인지, 아니면 현대인의 능력이 옛날사람들보다 떨어지는 것인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나는 지난 26년 동안 약 60권의 책을 번역했다. 이쯤 되니 통계자료가 제법 쌓였는데, 내가 봐도 신기한 현상이 하나 있다. 번역을 마친 후 책이 나왔을 때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책이 있고, 번역할 때보다 더 정이 가는 책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에 독자들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좋았다는 것이다.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그랬고,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도 그랬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신기할 것도 없다. 독자들이나 나나 느끼는 건 비슷할 테니까. 그래서 『신의 입자』는 나에게 더욱 각별하다. 책이 나온 후에도 샅샅이 읽어가며 오탈자를 찾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다. 레더먼의 재기 넘치는 글 솜씨에 반해도 단단히 반한 모양이다. 나의 번역이 완벽할 리 없지만, 부디 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져주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이 책의 초판은 1993년에 출간되었다. 힉스입자는 말할 것도 없고, 꼭대기쿼크(top quark) 조차 발견되기 전이다. 이런 답답한 시기에 힉스입자를 향한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한국에서는 1996년에 번역본이 출간되었으나, 당시에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 전이어서 원저자 및 원출판사와 계약을 맺지 않았으니 정식으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과학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실험에 수조 원의 국가예산을 쏟아 붓는 것이 왜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빌어먹을 입자가 어떤 연유로 신의 입자가 되었는지 이해한다면, 나로서는 더 없이 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신의 입자 The God Particle리언 레더먼,딕 테레시 공저/박병철 역 | 휴머니스트
2012년 그 존재를 증명한 힉스보손은 어떻게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을까? 힉스입자를 ‘빌어먹을 입자(Goddamn Particle)’에서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만든 전설적인 책, 1993년 출간되어 전 세계 과학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가 드디어 정식 번역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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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려운 책에 대한 어려운 리뷰] 『하나이지 않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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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의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

 

벨기에 출신의 여성주의 철학자 뤼스 이리가레(1930~ , Luce Irigaray) ― 이리가라이, 이리가레이 등으로 표기되기도 했으나 최근 이리가레로 통일되고 있다. ― 는 벨기에 루뱅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고, 1960년 대 프랑스로 건너가 자크 라캉의 세미나에 참가하는 등 정신분석학자로서 수련을 받았다. 그러나 1974년 철학 박사 학위논문으로 제출한 『반사경: 여성으로서의 타자에 대하여 (Speculum. De l’autre femme, 이하 『반사경』)』의 출간은 프랑스 라캉 학파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이 책으로 인해 이리가레는 라캉이 주도하는 ‘파리 프로이트 학회’에서 쫓겨나며 라캉 학파에서 축출 당했다. 대학 강사직에서도 파면됐는데 라캉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였다고 한다. 이리가레는 이후 프랑스에서는 다시 교직을 얻지 못했고, 유럽 여러 대학을 떠돌며 학문 활동을 이어나갔다.  

 

남근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반사경』은 어떤 책이기에 이리가레는 학계에서 매장 위기까지 몰리게 됐는가? 논문 심사에서부터 논란이 됐다는 『반사경』은 프로이트에서 플라톤까지 서양 철학사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철학에서 가부장제의 작동을 드러낸다. 특히 프로이트 비판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프로이트(그리고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남근중심주의 담론이라고 비판했다.

 

『하나이지 않은 성 (Ce sexe qui n’en est pas un, 1977)』은 프랑스 학계에서 추방된 이리가레가 1973년에서 1976년 사이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묶은 책이다. 체계적인 저작은 아니지만 여기 수록된 많은 글들 역시 프로이트-라캉주의를 주요한 비판대상으로 삼고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원래 여성의 신경증 연구에서 시작됐다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남성 주체성 이론으로 귀결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유아기 남성은 근친상간과 부모살해에 대한 욕망을 가진다. 그러나 남성은 자신과 성기 형태가 다른 여성을 보고 남근이 거세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는 아버지에 대한 복종을 내면화하며 주체로 성장한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떻게 주체화되는가? 프로이트는 여성 역시 남근에 대한 동일한 욕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여성은 자신에게 남근이 결핍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남근에 대한 선망을 갖고 있다. 이런 식의 여성 주체성 이론은 당연하게도 여성을 결함을 가진 존재, 이미 보편적 인간인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


여성 주체성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은 이리가레가 『하나이지 않은 성』의 수록 논문 「정신분석 이론으로의 회귀」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카렌 호나이, 멜라니 클라인 등 이후의 여성 정신분석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그런 이의 제기들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프로이트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라캉에게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리가레는 이러한 프로이트-라캉주의가 과학의 이름을 빌려 남근중심주의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남성주체성이 중성적인 인간주체, 진리의 기준을 자처하며 여성의 고유성을 억누르고 은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리가레는 성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기존의 사회?문화 질서에서 망각되고 있는 성의 차이를 전면적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 우리는 남근이 그의 특권을 질투하는 신의 실제 모습이 된다는 것을, 남근이 이러한 명목으로 담화 자체의 최종적 의미가 되고, 진실과 소유의 표준, 특히 성기의 표준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또 욕망 자체가 궁극적인 기표, (혹은) 기의라고 주장하는 것에 의혹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 이론으로의 회귀」)

 

이리가레는 또한 현존 사회와 문화가 남성들 사이에서의 여성의 보편적 교환 위에서 세워졌음에도 레비-스트로스 같은 남성 사상가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자들의 시장」, 「여자들 사이의 상품」) 이런 입장들로부터 이리가레는 여성(주의) 운동이 단순히 형식적 평등의 쟁취를 넘어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주의의 두 번째 물결

 

뤼스 이리가레는 흔히 엘렌 식수 등과 함께 프랑스 2세대 여성주의의 대표적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등장한 여성운동의 첫 번째 물결(first wave feminism), 즉 1세대 여성주의자들의 최대 목표는 여성 참정권의 쟁취였다. 하지만 1차 대전 이후 유럽과 북미 국가들 대부분에서 보통선거권이 쟁취되었는데도, 여성에 대한 사회ㆍ문화적 차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세대 여성주의 운동의 물결이 지나간 지 거의 반세기 후인 60년대 중반 여성운동의 두 번째 물결(second wave feminism)이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러한 2세대 여성주의는 정치적ㆍ경제적 평등권보다는 임신중지, 성폭행 등 그동안 사적 영역으로 은폐되던 문제들을 주로 제기했다. 베티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 (The Feminine Mystique, 1963)』, 케이트 밀레트의 『성 정치학 (Sexual Politics, 1969)』,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The Dialectic of Sex, 1970)』같은 책들에 기초한 새로운 여성운동은 60년대 대중운동의 파고와 함께 더욱 급진화 되었다. 프랑스에서도 1968년 5월 혁명 이후 여성들의 피임권과 임신중지권을 중심으로 전투적이고 대중적인 여성운동이 벌어졌다. 뤼스 이리가레 역시 이러한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70년대 프랑스의 여성주의 이론은 이리가레의 작업에서 나타나듯이 당시 지배적 이론이던 구조주의/포스트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흔히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이론가로 꼽히는 이리가레, 엘렌 식수, 쥘리아 크리스테바 등은 모두 정신분석학과 언어학 등을 베이스로 해서 여성의 고유성을 이론화하려고 노력했다. 


이리가레의 이론은 ‘성차 (la difference sexuelle)’라는 개념을 특별히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여성도 남성과 다르지 않다’라는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1세대 여성주의와 달리 2세대 여성주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와 고유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리가레의 이론이 아주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리가레의 저작들이 뒤늦게 미국에 소개되었을 때 이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리가레의 저서들이 소개된 당시, 미국의 여성주의 운동은 80년대 초 포르노 반대 운동을 둘러싼 논쟁과 레즈비언 논쟁을 거치며 70년대 경향에 대한 비판과 성찰의 분위기가 형성되던 시기였다. 또한 80년대는 70년대 여성주의 운동에서 성장해 나온 젠더(gender) 개념이 확고히 자리 잡힌 시기였다. 본래 ‘종류 (kind)’라는 의미에 가깝던 젠더는 20세기 들어 여성과 남성을 가리키는 학술용어로 쓰이기 시작했고 여성주의 운동의 물결과 함께 타고난 성(sex)과 구별되는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성이라는 개념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런 젠더 개념은 70년대 말에 들어 상식으로 자리가 잡혔고, 80년대 다양한 분야에서 젠더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성역할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젠더 개념은 여성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제약들을 자연적 본성의 한계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는 매우 유용한 근거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한 성차를 강조하는 이리가레의 주장은 젠더 개념에 대립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미국 여성주의 진영에서 이리가레의 이론이 처음에는 레즈비어니즘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되어 환영을 받다가, 곧 생물학적 본질주의라는 격렬한 비판을 받았던 것(황주영, 『뤼스 이리가레』)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본질주의 혹은 성차의 형이상학?

 

이리가레의 이론이 생물학적 본질주의라는 비판은 과도한 것이었지만, 그녀가 후기로 갈수록 성차를 모든 차이에 앞서 존재하는, 혹은 다른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론적ㆍ근본적인 차이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차의 형이상학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런 경향은 남성 중심적 사회ㆍ문화 질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균열을 내는 비판적 이론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기존의 남성중심 철학과 다른 여성주의 철학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런 이리가레의 입장은 보다 최근에 등장한 여성주의의 새로운 경향에 의해 여성 내부의 차이를 보지 않는 지나치게 양성애 중심적 이론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예컨대 90년대 들어 등장한 여성주의 운동의 세 번째 물결(third wave feminism)은 2세대 여성주의가 과도하게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이었다는 반성과 함께 여성이라는 일반성 속에서 또다시 억압받고 있는 차이와 균열을 드러내려 한다. 이런 차원에서 3세대 여성주의의 대표적인 이론가이자 퀴어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는 이리가레가 남성중심적 질서에서 배제된 외부를 여성적인 것 일반과 동일시하면서 자신 역시 여성에 속하지 않는 다른 타자들을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황주영, 같은 책)


이리가레는 프로이트를 비롯한 남성 사상가들을 격렬히 비판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부분 남성 사상가들의 개념들을 차용하고 있거나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기본 베이스로 삼고 있는 프로이트, 라캉 뿐 아니라 성차의 존재론에서는 하이데거나 들뢰즈의 영향도 보인다. 사실 양성애 중심적이라는 비판은 이리가레의 이론이 프로이트-라캉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한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학 자체가 성적 이분법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주의 형이상학을 지향하는 이리가레의 욕망 자체가 그녀가 비판하고 있는 남성적 합리주의, 즉 남근로고스주의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혀 힘을 잃지 않고 있는 남성중심 사상들에 대한 이리가레의 근본적 비판은 여전히 날카롭고 읽어볼 만하다.

 

 



 

 

하나이지 않은 성뤼스 이리가라이 저/이은민 역 | 동문선
성의 차별에 의해 채색된 담론과, 문화를 철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보다 진전된 연구의 결실인『스페쿨룸』간행 후에 저자에게 야기된 문제들을 재편성한 책이다. 정신분석의 틀을 통해 정신분석이 안고 있는 맹점을 비판하고, 소녀의 성장을 소년의 대칭으로 간주하는 헛점, 남성의 성기가 초월적인 기의(signified)로 고정되어 버린 정신분석의 담론 체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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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들이 뽑는 최고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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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장르소설 작가 지망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는데, 자연스레 작가 이야기로 이어진다. 어떤 작가가 좋으냐, 라는 우문에 대부분 히가시노 게이고를 꼽는다.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작가를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나, 몇 년 동안 지속되는 판에 박은 듯한 답변은 때때로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선호도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절대적이다. 독자의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고른 지지를 받는 그의 작품들은 십 년 가까이 국내 외국 소설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미스터리 독자 입장에서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마니아 대상이 아니라 입문반 교재나 미스터리 장르의 전도서로 잘 어울린다. ‘미스터리’의 장르적 전통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고, 흥미로운 플롯으로 풀어낼 줄 알며, 잘 읽히는데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을 생산하니, 그야말로 대중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작가인 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탁월한 대중성은 고달팠던 작가 생활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불과 세 번째 장편인 『방과 후』(1985)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고, 직장을 그만두고 집필에 몰두했지만 이후 주요 문학상에서 열다섯 번 이상 (아슬아슬하게) 낙선하는 등 암울한 시기는 십 년 넘게 계속된다. 그를 나락에서 끌어올린 작품은 다소 환상적인 설정을 소재로 한 『비밀』(1999)이었다. 『비밀』의 상업적 성공은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됐고, 『용의자 X의 헌신』(2006)에 이르러 그의 재능은 드디어 만개한다.

 

지금이야 어떤 소재에서든 절묘하게 대중성을 뽑아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출발 지점은 어디까지나 후던잇(whodunit, 누가 범인인가)에 집착하는 미스터리였다. 80권이 넘는 장편을 발표하는 동안 그의 작품 속 무게중심은 ‘범인’에서 ‘범행 방법’ 그리고 다시 ‘범행 동기’로 이동하는데, 이 흐름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주요한 길잡이가 된다. 그리고 그 변화를 최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건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이다.

 

형사 가가 교이치로는 ‘갈릴레오 시리즈’의 유가와 마나부 교수와 더불어 히가시노 게이고로서는 매우 드문 시리즈 캐릭터이다. 큰 키에 넓은 어깨,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하얀 이가 인상적인 가가 교이치로는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아베 히로시가 연기했다) 1986년에 발표된 『졸업』에서 풋풋한 대학생으로 처음 등장하는데,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친구의 죽음, 연애 감정, 진로의 선택, 가족과의 갈등 등을 겪으며 복잡한 내면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성장한다. 시리즈 후반에 이르면 원숙한 삼십 대 중반의 경부보로 활약하는데, 인간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고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끈질기게 사건을 추적하는 이 형사는 30년 가까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생활 동안 변화와 성장을 고스란히 함께해왔다.

 

5년 만에 출간된 『기린의 날개』(2011)는 시리즈 9번째 작품으로, 가가 교이치로가 니혼바시 관할서에 ‘신참’으로 부임한 이후 맞는 두 번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니혼바시 다리에서 중년 남자가 칼에 찔린 채 경찰에 발견된다. 사건 현장은 한 블록 떨어진 지하도였고, 무슨 이유에선지 남자는 중상을 입은 채 다리까지 걸어와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로 쓰러졌다. 그로부터 두 시간 후 한 청년이 경찰의 불심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가 트럭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그의 소지품에서 중년 남자의 운전면허증이 발견되면서 두 사건이 연관성이 밝혀진다. 여기 산업 재해 은폐의 가능성이 불거지고 사건의 윤곽이 계속 뒤집히는 가운데 가가 교이치로는 니혼바시 일대를 돌며 끈질긴 탐문 수사를 펼친다.

 

이야기의 공간이 옮겨진 뒤로,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는 확실히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워졌다. 전작 『신참자』(2009)에서 범죄로 상처 입은 소시민들의 속내를 따뜻한 시선으로 드러냈다면, 『기린의 날개』는 가족이라는 구체적인 관계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간다. 극단적인 물리 트릭, 청춘 로맨스, 가족 드라마, 독자에의 도전까지 시도했던 실험적인 미스터리는, 이제 에도 시대의 전통이 살아 있는 니혼바시를 배경으로, 감추어진 동기를 드러내고 그릇된 사회 시스템을 고발한다.

 

다소 고루한 시선으로 보면, 『기린의 날개』는 장르 규칙에서 벗어나 있다. 결말에 치우친 나머지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품 속 모든 요소는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소실점을 바라보고, 기어코 여운 깊은 감동을 이끌어낸다. 장르 규칙과 대중성 사이에 서서 오랜 시간 치열하게 탐구해온 거장의 새로운 선택은 또다시 상업적 성공을 만들어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제나 새로운 균형을 찾는다. 그 쉼 없는 도전은 독자를 계속 기대케 하는 매력이며, 스스로를 유지케 하는 생명력이기도 하다.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저 ㅣ 창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식적인 데뷔작.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 덕에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비정규직 교사였던 아내의 경험과 양궁부 주장이었던 스스로의 경험을 살린 본격 미스터리이다. 여고 수학교사이자 양궁부 고문인 마에시마는 정체 모를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두 건의 살인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저 ㅣ 창해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 수상작. 『방과 후』 이후 슬럼프에 시달렸던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도약의 계기가 된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는 죽고 기적적으로 딸이 살아나지만, 딸의 몸에는 아내의 영혼이 자리 잡고 있다. 환상적인 설정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솜씨와 반전이 인상적이다. 출간 직후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크게 성공했으며 프랑스에서도 리메이크됐다.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저 ㅣ 현대문학

무려 여섯 번의 도전 끝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모두가 인정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작이다. 2005년과 2006년 사이 일본 미스터리의 주요 리스트를 싹쓸이했으며,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영역돼 미국 에드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매력적인 탐정과 가슴 아픈 사연, 천재의 대결이 흥미롭게 엮이고, 절묘한 트릭이 작품 전체를 튼튼하게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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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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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이나 혼술 만큼이나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헤어나기 힘든 매력을 지닌 것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일정이나 음식, 숙소 등 일행이 있었다면 꽤나 신경 쓰였을 일들에서 벗어나니 그만큼 홀가분한 기분이 된다. 배고프면 보이는 아무 식당을 찾고, 철 지난 해변에서 반나절 동안 빈둥거려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건 홀로 떠난 사람이 갖는 특권이다. 하지만 그런 홀가분한 여행에도 곤란한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특히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잠자리를 준비할 때면 낮 동안의 자유로운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낯선 장소에 혼자 남겨졌다는 고독과 고립감에 한참이나 뒤척이게 된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장소는 자유롭지만 그만큼 외로운 곳이기도 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5년 호숫가 숲속에서 살기로 작정하고 도끼 한 자루를 빌려 월든 호수로 떠났다. 형인 존 주니어를 파상풍으로 잃은 후였다. 가진 돈은 30달러 정도. 그가 다닌 하버드 대학의 1년 치 기숙사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 돈으로 직접 다섯 평짜리 오두막을 지어 그곳에서 2년 2개월간 홀로 생활했다. 전원생활을 동경했다거나 혹은 세상살이에 지쳐 떠난 것과는 이유가 조금 달랐다. 그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한다. 이 작품에는 숲속에 홀로 남겨진 그가 맞은 수많은 아침과 저녁,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실제로 그가 보낸 호숫가의 삶은 우리 생각처럼 힘들거나 고독한 것은 아니었다. 느긋하게 집을 짓고 작은 땅을 일구어 자신이 먹을 만큼의 농사를 지었다. 나머지 시간은 산책과 독서, 하릴없이 호수의 깊이를 재거나 호수에 날아든 철새와 종일 숨바꼭질하다가 저녁에 먹을 물고기 몇 마리를 잡아 돌아오는 여유있는 시간이었다. 뼈와 살이 되는 소고기를 사기 위해 종일 열심히 일하는 농부와 평생 풀만 먹고도 힘 좋은 그 농부앞의 소를 보며 소로는 집이나 음식, 의복, 술 등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얻기 위해 하루의 행복을 희생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부조리를 발견한다. 소로의 삶은 단순했다. 유행과는 상관없는 튼튼하고 저렴한 옷을 입고, 거친 빵과 물, 숲에서 나는 채소와 과일이면 충분했다. 심지어 더러워진 커텐을 세탁하거나 마당 청소할 일도 없었다. 커텐이나 마당이 없기 때문이었다.

 

“삶이란 그처럼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고, 도저히 불가피하기 전에는 체념을 익힐 생각도 없었다. 나는 깊이 있게 살면서 인생의 모든 정수를 뽑아내고 싶었고, 강인하고 엄격하게 삶으로써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소로의 말처럼 숲에서의 삶은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기 위함이었다. 욕심을 버린다면 더 적게 일하고 남는 시간을 그만큼 더 충실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지금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대상은 주로 불만에 가득 찬 사람들, 자신의 험한 운명이나 시대에 대해 손 쓸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빈둥거리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라고 말한다. 170여 년 전의 글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긴 겨울, 그는 갓 얼음이 얼기 시작한 호수 위에 엎드려 호수 밑바닥에서 올라와 얼음 아래 갇힌 작은 공기 방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마침내 호수에 봄이 찾아오면, 개울물은 봄의 축가를 부르며 환희를 노래하고, 호수 위 얼음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진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풀은 봄의 불길처럼 언덕 비탈로 번져나간다.

 

허브는 라틴어의 푸른 풀(Herba)에서 유래된 것으로 향이 나는 식물의 잎, 꽃, 뿌리, 열매, 줄기 등을 말하는데, 소화 촉진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의 효과가 있어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이용되어 왔다. 그중에서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 로즈마리는 ‘바다의 이슬’이라는 뜻으로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잡냄새를 없애거나, 화분에 심어 관상용으로 즐기기도 하고, 샴푸, 린스, 비누의 원료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허브 중 하나다. 로즈마리를 차로 마시면 다이어트,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고, 특히 특유의 향은 피로를 풀리게 하는 신경호르몬을 자극해서 오전에는 집중력 향상에, 잠이 안 올 때는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로즈마리 꽃말은 ‘나를 생각해요’ 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희망의 계절이 찾아오면 모두의 마음속에도 설렘의 싱그러운 초록색 들불이 번져간다. 로즈마리 향 가득한 찻잔을 손에 들고,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과 기억 속 소중하게 남아있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새롭게 다가올 앞으로의 내 하루하루를 어떤 방식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갈지 호숫가의 소로처럼 여유 있게 생각해보는 것도 봄을 맞이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재료
로즈마리 티 1티스푼

 

만들기
로즈마리 티 1티스푼을 90˚C의 물에서 2분정도 우려낸다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저/한기찬 역 | 소담출판사
지친 현대인에게 삶의 기쁨과 위안을 주는 영혼의 쉼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아름다운 월든 호숫가에 살면서 진정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자신이 직접 지은 작은 오두막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우주와 신과의 합일을 이루는 진리를 추구하고 어떻게 '삶의 골수'를 빨아내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직접적인 체험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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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는 예술혼에 어울리는 책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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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원망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명으로 좁히지 못하고 최소 세 명은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질문을 조금 비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며 일말의 고민 없이 이야기할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그렇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라지만,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화가는 언제나 반 고흐였다. 입문작이라고 볼 수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는 10여 년 째 방 한 켠을 지키고 있고, 지난 5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아이리스>는 시간의 흐름을 망각할 정도로 빠져들면서 감상했던 그림이다. 10월 말에는 도쿄에 갔는데, 가장 큰 방문 이유 중 하나는 도쿄도미술관에서 열린 <반 고흐와 폴 고갱>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도에 비해 그의 삶에 대한 지식은 무지에 가까웠다.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어빙 스톤이 쓴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원제:Lust for life)』는 고증에 철저히 입각한 전기 소설이다. 어빙은 빈센트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빈센트의 곁에 있었던 인물들과의 실제 만남을 통해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파악하였다. 출간 연도가 무려 1934년이니, 아마도 고흐에 관한 최초의 책이 아니었을까. 시중에 수많은 도서들이 존재했지만, 시작은 이 책이어야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빈센트는 화가이기 이전에, 그림 소매상과 전도사를 했었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테오를 비롯하여 친척 중에 그림 소매상이 많았으니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향이었다. 하지만 27살에 이르러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따뜻하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춥고 고통스러운 삶을 선택했다. 이때부터 테오가 매달 보내주는 돈에 의지하는 삶을 살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돈을 받은 뒤 일정한 비율로 나눠서 생활하겠지만, 그는 그림 재료를 잔뜩 산 뒤 남은 돈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았다. 굶주림은 일상이었고, 테오와 주고받는 편지 외에는 철저한 고독이 시작되었다. 간간이 찾아왔던 사랑은 결국에는 상처만으로 남겨졌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역시 테오였다. 파리에 소개 시켜줄 사람들이 있단다. 그들을 지칭하는 이름은 인상주의파였다.

 

당시 인상주의파는 세간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자연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사실주의가 당대의 미술사조였는데, 인상주의파 화가들은 빛과 색에 순간적인 인상을 담아 주관적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그림은 많은 비판과 조롱을 받았고, 자연스레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다. 테오가 이들에게 빈센트를 소개하던 어느 날, 폴 고갱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압생트를 한번 마셔보쇼, 반 고흐 씨." 고갱이 끼어들었다. "예술가들이 마실 만한 술은 이것밖에 없으니까."-『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368쪽

 

술 역사상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사건은 무엇일까? 아마도 반 고흐와 압생트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반 고흐가 압생트에 중독되어 귀를 자르고 자살을 했다고 생각한다. 압생트가 어떤 술이길래, 한 사람을 파멸로 이끈 것일까.

 

압생트(Absinthe)의 원재료는 쑥과 미나릿과의 종류인 향쑥, 아니스, 회향 등이다. 향을 맡으면 익숙하지는 않아도 이내 원재료가 상상이 될 정도로 느낌이 뚜렷하다. 압생트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의약용으로 사용되다가, 1840년대에 이르러 바와 카페에서 술로 판매되었다. 그리고 넉넉한 부르주아부터 가난한 예술가와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압생트를 주로 마시는 오후 다섯 시를 일컬어 'The green hour'라고 표현했을까.

 

그러나 1915년에 이르러 그 인기가 꺾인다. 당시 벌어진 금주 운동과 와인 생산 연합의 영향으로 '중독이 심한 향정신성 약물'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압생트를 마시면 개인과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1990년대 전까지 금지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압생트가 정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다소 과장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아를은 뜨거운 태양이 내내 작열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매일 나가서 얼굴이 붉어지도록 그림을 그렸고, 끼니 대신 압생트와 담배로서 허기를 달랬다. 그를 파멸로 이끈 것은 압생트가 아니었다. 불타오를 정도로 뜨거웠던 예술혼이었다.

 

재료
압생트, 각설탕

 

만들기

1. 압생트가 채워진 잔 위에 구멍이 총총히 뚫린 스푼을 놓고, 위에 각설탕을 올려놓는다.
2. 각설탕 위로 차가운 물을 천천히 붓는다. (비율은 1:1부터 1:5까지 기호대로 선택한다)
3. 희뿌옇게 변한 압생트를 음미하며, 돈 맥클린의 Vincent를 듣는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어빙 스톤 저/최승자 역 | 청미래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린 최초의 작품이자 20세기 전기문학의 최고 걸작. 그림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가 유명해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화가가 된 데에는 이 책이 한몫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를 세상에 알린 최초의 전기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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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21세기인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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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생 시절 수학과 물리를 싫어했다. 어려웠고 재미가 없었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졌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시절에는 많은 대학이 문과 계열에서도 과학탐구와 수리탐구 성적을 봤기 때문이다. 나 말고도 많은 문과생에게 두 과목은 학업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범이었다. 이과생도 사정은 비슷해서, 자신의 두뇌에 웬만큼 자신이 있지 않는 한 물리2를 선택과목으로 택하는 학생은 드물었다. 그래서 대부분은 마지못해 공부했던 물리ㆍ수학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대기권 밖으로 보내버린다.


미국이라고 다를 게 없나 보다. 개그맨을 했어도 대성했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언 레더먼이 쓴 『신의 입자』에는 과학에 무관심한 대중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 중에서 분자의 정의를 내리거나 현재 살아 있는 과학자의 이름을 하나 이상 댈 수 있는 사람이 전체의 1/3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중략)


몇 년 전, 맨해튼 지하철에서 한 노인이 기초미적분학 문제를 풀던 중 어려운 부분에 막혀서 쩔쩔매다가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생면부지의 승객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실례지만 혹시 미적분 할 줄 아십니까?” “아, 네. 조금 할 줄 압니다.” 그 승객은 노인의 문제를 풀어주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노인이 지하철에서 미적분학 공부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었지만, 그 노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노벨상 수상자인 이론물리학자 리정다오였다.


나도 지하철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결말은 사뭇 달랐다. 어느 날 시카고에서 통근열차를 탔는데, 정신병원에서 파견된 한 간호사가 환자 여러 명을 인솔하고 나와 같은 기차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환자들이 내가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그들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오케이. 그런데 잠시 후 간호사가 다가와 환자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 다음에 나와 눈이 마주쳤고, 간호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댁은 누구세요?”


“아, 네. 저는 리언 레더먼이라고 합니다. 페르미 연구소의 소장이고 노벨상도 받았지요.”


그녀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계속 세어나갔다. “물론 그러시겠죠. 넷, 다섯, 여섯……”(663~664쪽)

 

농담 반 진담 반인 저 이야기에서 시사하는 바는 물리학계 최고 스타라고 해도 일반인에게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인물일 뿐이라는 점이다. 다른 학문이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을 테지만 물리학자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현대 문명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전기, 자동차, 화학 연료 등등은 물리학자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 물리학은 어떤 학문보다도 인간의 일상과 밀접하면서, 우주 탄생의 비밀까지 파헤친다. 입자 물리학에서 천체 물리학까지, 물리학은 처음과 끝, 최소와 최대를 모두 탐구한다. 사정이 이런데 대중은 과학적 지식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다. 레더먼은 통탄한다.

 

과학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특히 요즘은 인류의 복지가 과학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과학은 아직 완성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알면 알수록 단순하다. (664쪽)

 

무려 735쪽에 달하는 『신의 입자』를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고 물리학자로서 일반인에게 과학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은 책 집필을 이끈 힘이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이 책은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를 추적하는 인류의 노력을 다룬다. 시간적으로는 고대 그리스 문명 이후 2,500여 년의 역사를 기술했다. 탈레스가 물질의 기본 요소로 물을 꼽은 뒤, 엠페도클레스는 4원소설을 주장했고 데모크리토스는 아토모스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이어 뉴턴의 중력, 마이클 패러데이의 전기전하, 러더퍼드의 원자핵과 전자 그리고 현재 표준모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물리학 거장과 이론을 책에서 다뤘다. 그것도 쉽고 재미있게.


여기서 잠깐. ‘어려운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표현은 교양서를 표방한 책이라면 무조건 내세우는 장점 아니던가. 실제로 읽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과연 『신의 입자』는 어떨까. 난이도는 독자마다 수준이 다를 테니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겠는데, 재미만 보자면 이 책은 상당히 웃기다. 개그 욕심이 충만한 저자는 원자의 발견을 둘러싼 역사를 소개하면서 곳곳에 유머를 배치했다. 아마 개그 욕심이 없었다면 이 책의 분량은 500쪽 안이었을 것이다.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 50여 명의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감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써온 논문을 평가하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그 논문이 “이 분야는 거의 미개척 분야여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말을 들여놓은 적이 없으며……” 라는 식으로 장황하게 시작되면 지도교수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이른다. (284쪽)


과학자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실력? 배경? 연줄? 다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운’이다.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더 늦기 전에 다른 직업을 찾는 게 좋다. (285쪽)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물리학은 종교가 아니다. 만일 물리학이 종교였다면 연구비를 모금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360쪽)


나는 감지기에서 날아온 신호의 분석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두툼한 노트를 꺼내들었다. 그 노트에는 다른 사람들이 휘날겨놓은 낙서가 곳곳에 남아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젠장!”, “대체 누가 커피주전자 켜놨어?” “니 마누라한테 전화 왔음. 몹시 화났음. 나라면 전화하지 않겠음” 등이었다. (477쪽)

 

이렇듯 『신의 입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찾아가는 과정을 알아가는 지적인 쾌감과 함께 과학자로서 삶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아내가 몹시 화나서 전화로 남편을 찾은 이유는 책 속에 나온다. 과학자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실험 물리학자 말이다.

 

물리학은 크게 이론 물리학과 실험 물리학으로 나뉘는데, 책의 저자인 리언 레더먼은 실험 물리학자다. 저자의 증언대로라면 그래도 이론 물리학자는 집에 들어갈 수 있단다. 실험 물리학자는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가족도, 친구도, 돈도, 사랑도, 술도, 담배도 멀리 하고 오직 실험에만 매진하는 데는 우주의 신비를 밝히겠다는 과학자의 열망 덕분. 『신의 입자』에서 이야기한 꼭대기쿼크와 힉스입자가 실험에서 차례로 밝혀진 데는 이러한 과학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1993년에 나왔다. 20년이 넘어 한국에 번역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나온 『신의 입자』를 굳이 지금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망설이는 독자가 있다면 안심하라. 책 출판 뒤 20년 동안 이론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즉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레더먼이 표현한 것처럼 ‘과학교양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책은 실험 물리학자가 썼다. 이론 물리학자가 쓴 책에는 없는 매력이 있다. 연구소 풍경과 실험 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6장과 7장 사이에 위치한 ‘막간 C’에는 파이온 붕괴에서 반전성이 위배되는 현상을 확인하는 실험을 묘사한다. 20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밥 먹을 힘조차 없는 상황에서 새벽 세 시에 실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실로 들어서는 저자의 모습을 읽어나가자니, 물리에 무지한 나조차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재밌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신의 입자』가 쉽지는 않다. 저자가 공언한 대로, 수학 없이 물리를 설명함으로써 뇌에 쥐나는 빈도를 줄이긴 했지만, 수많은 고유명사가 등장한다. 인명, 지명, 이론명 등 수많은 고유명사를 읽다 보면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이 책은 뭐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은 교양서다. 물리학과 대학원생이 읽으면 더 많은 걸 보겠지만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고유명사를 고유명사인 체로 둔다면 말이다. 무엇보다, 앞서도 썼듯 이 책에는 복잡한 수학 방정식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레더먼의 교육 원리처럼 “처음 봤을 때 97퍼센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두 번째로 볼 때는 매우 친숙하게 느껴질(577쪽)” 테니까.

 

 

더 읽는다면…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 | 을유문화사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6개의 쿼크와 6개의 렙톤과 반입자이고 여기에 전자기력, 강력, 양력, 중력이라는 4가지 힘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1976년에 출간된 뒤 아직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에 초점을 맞춘다. 무신론자이자 진화론자인 그는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유전자에 명령에 따라 자연 진화해온 존재라고 밝힌다. 도킨스 이론의 특징이라면 진화론이 주로 집단 차원에서 논의되었다면, 그의 분석 범위는 유전자 단위라는 사실. 환원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기적 유전자』는 물질의 최소 단위를 찾기 위한 『신의 입자』와 비슷하다. 또 하나 비슷한 점은 『신의 입자』처럼 비 과학 전공자가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
이광식 저 | 들메나무

쿼크와 렙톤, 유전자 등이 극소한 존재라면 반대 편에는 광활한 우주가 있다. 『잠 안 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은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미래를 다룬 과학 교양서다. 『천문학 콘서트』로 인기 대중 저술가의 반열에 오른 이광식 저자가 쓴 책이다. 제목의 의도는 중의적인데, 잠 안 오는 밤에 읽으면 푹 잘 수 있다는 의미인지 정말 재밌어서 밤을 새고 만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후자였다. 역시나 비 과학 전공자가 읽어도 괜찮은 책. 광활한 밤 하늘을 이해한다는 의미 자체가 문학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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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배수아,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를 번역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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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내가 되기를, 나는 원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이 나를 견뎌낼 수 있기에
그토록 많은 것을 알고, 그토록 많은 것을 보았으나
그토록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말이 없음이여.
_ 로베르트 발저

 


to be small and to stay small

 

번역 작업은 나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독서이기에, 나는 내가 번역하는 책의 번역가이면서 동시에 (외국어로 읽는, 따라서 약간 서툴고 그만큼 더 진지한) 독자라는 위치를 벗어날 수가 없다. 여기서 독자란 단순히 불특정한 책을 읽는 불특정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독자란 감응되고 유도된 행위자이며, 주관적이고 적극적인 열광자로 다시 태어나는 개념이다.

 

내 번역은 대개의 경우 실시간 독서와 동시에 병행하여 유발되는 산물이다. 이 책의 거의 모든 문장은 다음에 올 문장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의 거의 모든 문장은, 자기 스스로의 육신을 놀라워하고 충격에 휩싸이고, 소스라친다. 자신의 몸이 종처럼 울리는 것을 낯설고도 황홀하게 듣고 있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읽으면서 깜짝 놀라게 될 문장들이 있다면, 그 문장들 역시 스스로 깜짝 놀라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독자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에, 마찬가지로 번역자 역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독자들이 무엇인가를 궁금해한다면, 바로 그 순간 그 지점에서 번역자도 같은 것을 궁금해하고 있다.

 

텍스트는 자신의 궁극의 지점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대본 없는 낭송, 즉흥의 산책을 이어나가는 듯하다. 이것은 내가 연구 번역자, 언어학 번역자, 텍스트와 거리를 유지하여 자기 컨트롤이 능숙한 번역자가 아님을 고백하는 서두이다. 또한 아무도 그 규칙을 파악하지 못하는 발저(Walser)의 스텝을 한 박자 한 박자 따라가는 이 번역이 믿기 힘들만큼 기묘했다고, 광적일 만큼 현란하게 아이러니하고, 달빛 비치는 차가운 밤이면 내면의 황야를 홀로 가로지르는 고독한 왈츠(Walzer)였다고 환희로 고백하는 서두이다.

 

우리가 발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미미한 정보들을 간추려보면, 자기 부정으로 점철된 비극적인 여행이 연상된다. 1878년 스위스 베른 주 비엘의 독일어 사용 가정에서 출생. 가정 형편상 14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학업을 중단함. 처음에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으나 하인 학교에 등록했고, 슐레지엔의 성에서 집사로 일하며 겨울을 보냈다. 나중에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1956년 크리스마스 날 눈 속에 얼어붙은 시신으로 쓰러진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발견되었다. 산책길에 심장발작이 왔던 것이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듯한 산문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에서처럼.

 

“눈으로 덮인 채, 눈 속에 파묻힌 채 온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자여. 비록 전망은 앙상했지만 그래도 생은 아름답지 않았는가.”

 

그의 삶에 언제나 좌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소망이던 배우의 꿈이 좌절된 그는 형 카를이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무대 화가로 성공적인 캐리어를 쌓고 있는 베를린으로 가서 행운을 찾아보려고도 했다. 은행의 견습 사무원과 고무공장 노동자 등으로 일한 이후에 말이다. 그는 1905년부터 1913년까지 베를린에 머물렀다. 초창기에 그는 작가로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 어느 정도 명성을 얻었으며, 베를린의 독일 문학인 모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성인들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소년처럼 행동거지가 악동인 데다가 기괴한 장난이 심했다. 파티에서 레슬링을 벌이는가 하면 점잖은 성인들이 당황스러워할 만한 언행을 일삼았다. 게다가 그가 사용하는 스위스 방언,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한 점 등 때문에 베를린 문학계에서 이질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는 술 몇 잔에 금세 과격할 만큼 촌스럽게 변하곤 했다. 그리하여 점차, 사람들로부터 멀어졌고 홀로 남았다.

 

형의 집을 나와 독립한 그는 가구 딸린 골방을 전전하며 이사를 다녔다. 생활은 매우 근검했다. 그는 베를린에서 장편소설 『탄너 집안의 아이들』(1906), 『조수』(1908), 『야콥 폰 군텐』(1909)을 썼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자조적 표현에 따르면, “조롱만 당하고 성공하지 못한 작가”로 고향 스위스로 되돌아갔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그는 책상 앞에서 일하거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밖에서 걸어 다니면서 보낸 듯하다. 그는 보기 드문, 특별한 수준의 기나긴 산책자였다. 그리고 바로 그 시기에, 그는 짧은 산문 쓰기에 집중했다. 그는 산문을 써서 신문사로 보냈다. 그의 산문 「최후의 산문」에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산문을 썼고 또 얼마나 참담한 좌절을 겪었는지 유머러스한 문체로 드러난다. 그가 대체로 폄하되는 형식인 산문을 주로 쓴 까닭은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가 컸겠지만, 이런 종류의 장르를 구분하기 힘든, 너무도 자유분방한 형식과 길이의 산문들에서 그의 재능은 마음껏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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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툰의 클라이스트」, 「헬블링 이야기」, 「원숭이」 등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산책」의 문장들을 접할 때면 저도 모르게 감탄과 충격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무대에서 관객에게 즉석에서 말을 걸면서, 그 말을 글로 쓰고 있는, 그러므로 작가 자신도 다음 문장의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타날지 미리 계산하고 있지 않다는, 우아하고 유쾌한 자포자기의 즉흥 댄스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까지 성공한다.

 

물론 그 이외에도 참으로 아름답고 황량하며, 어떨 때는 이빨을 드러낸 듯하고, 방치되고 산만한 언어, 끝을 모르는 풍자와 비꼼, 이 모든 것을 이끄는 무의미함과 무의도성, 그리고 마침내는 인과성과 연속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돌연하고 뜻밖인 결말들.

 

이런 것은 한 번도 읽은 적이 없어.
나는 매혹되었다. 나는 펄쩍 뛰어오를 만큼 매혹되었다.
태연을 가장한, 뼛속 깊이 스며드는 시니컬함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둘 다 의미심장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간혹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최대한 아무 목적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철학자가 하품을 했다. 나는 그에게 매우 어울리는 그 행위의 공공연한 무신경함에 감탄했다. 사회적 업적이 큰 남자에게는 완벽하게 적절한 태도보다는 도리어 그 반대가 더 적절하게 어울리는 법이다. 침묵을 지키면서 서로가 서로를 대담하게 관찰했다. 아마도 그는 혓바닥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했고, 내 혓바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의 문장은 의도적인 과장과 왜곡, 방어를 위한 냉소의 포즈, 기괴함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특징은 그가 쓰지 않은 것, 빈 자리, 일부러 생략한 어휘, 다른 것으로 대치된 감정들, 입 다묾, 돌연한 마침이다. 그의 모든 것은 의외이다. 그의 글에서 아름다움이 넘실대는 것은 의외이다. 나는 이 책을 번역한 후에 공교롭게도 바로 헤르만 헤세의 글을 번역했다. 그 둘은 문체의 스타일에서 매우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한 사람은 차분하게 설득하고 논리적으로 감동시키며, 다른 사람은 스스로의 흔적을 끊임없이 지우며 모퉁이를 돌아버린다.

 

그는 돌연하고 불연속적이다. 그는 스스로를 작게 여기고,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카프카도 어느 편지에서 쓰지 않았던가, “Indeed I am a chinese”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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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산책이 곧 그의 글이 되었다. 걷기는 그의 스타일을 구축한 육체였다. 걷기를 통해서 “그는 어디서나 살았고, 그 어디에서도 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글 안에서 “하나의 내면이 되었고, 그렇게 내면을 산책했다.” 그의 산문 <산책>을 읽어보라. 그것은 하루 온종일에 걸친 산책이다. 그는 화창한 아침에 집을 나서서, “시간이 늦었고, 어둠이 세상에 깔”린 다음에야 집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그는 언제 집에 도착하게 될까? 때로 그는 밤중에도 산책을 했다. 그는 기나긴 산책자이자 홀로인 산책자였다.

 

매우 열심히 산문을 발표했지만, 그는 다른 직업 없이는 살 수 없었다. 그는 거주지와 일자리를 자주 바꾸었다. 어느 곳에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그는 두 편의 소설 『테오도르』와 『토볼트』를 썼다. 『테오도르』는 그의 편집자가 분실해버렸고, 『토볼트』는 발저 스스로 없애버렸다.

 

 비록 헤르만 헤세와 카프카로 대표되는 동시대의 뛰어난 작가들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으나, 그것이 그의 작가적 자립을 보장해주지는 못했다. 1905년 막 베를린에 온 스물일곱 살의 그는, “헤르만 헤세가 겁먹을 만큼 훌륭한 작품을 쓰겠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은 헤르만 헤세는 바로 한 해 전에 『페터 카멘친트』를 발표했고 즉시 독자와 비평가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작가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터 카멘친트』는 그와 유사하게 스위스의 시골 출신인 주인공이 대도시로 나와 문화적 경험과 교양을 쌓는 줄거리였으므로 그가 자신의 모습을 대입해볼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헤세가 이후 계속해서 성공적인 작가로 도약한 것에 비해, 그는 소설을 발표하면 할수록 내리막을 걷게 되었다.

 

Indeed I am a chinese.
그런데 헤세는 그의 열렬한 독자이자 옹호자가 되었다. 헤세는 그를 동시대의 가장 의미 있는 스위스 작가로 인정했다. 수많은 편지와 신문 칼럼에서 그의 작품을 칭송하고 더 많이 읽히기를 촉구하는 글을 남겼으며, 그가 정신병원에 들어간 뒤로는 경제적으로 돕기도 했다.

 

“발저와 같은 작가가 지성을 주도한다면 이 세상에는 전쟁이란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작가가 수십만의 독자를 갖는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로베르트 발저와 같이 훌륭한 독일어 문장을 단 한 마디도 쓸 줄을 모르는 스위스의 그 많은 교수들과 라디오 방송 감독들은, 발저가 굶어 죽을 때까지 신경도 쓰지 않고 내버려두었을 것이다. 발저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 생계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았다면 말이다.” (헤르만 헤세의 말)


하지만 그는 이것을 그다지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는 1943년 한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작품에 약간의 사랑과 슬픔을, 약간의 진지함과 동조를 섞어 넣었어야 한 것 같아. 거기다 귀족적인 낭만주의도 잊지 말고 함께, 헤르만 헤세가 『페터 카멘친트』와 『크눌프』에서 했던 대로 말이야.”

 

귀족적인 낭만주의.
약간의 추리력을 발휘해보면, 흥미로운 연관을 떠올릴 수 있다. 또 다른 동시대의 뛰어난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1919년 에세이 <모던 픽션>에서, 인상은 더욱 강하고 면밀한 실증은 덜한 현대소설, 고정된 캐릭터보다는 부유하는 감성으로 이루어진 현대소설을 욕망했는데, 그것이 이미 십여 년도 전에 베를린에 살고 있는 스위스 작가에 의해서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 실행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울프의 다음 표현은 마치 그의 글을 그대로 가리키는 듯한 뉘앙스이다.


“작가가 노예가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면, 써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것을 쓴다면, 인습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감정에 기반을 두고 쓴다면, 그러면 그의 글 스타일은 플롯도 없고 희극도 없고 비극도 없고 연애담도 없고 파국도 없을 것이다.”

 

전쟁이 터졌다. 1차 대전이다. 그의 처지는 더욱 곤란해졌다. 그의 빈약한 수입의 원천이 되어주던 독자들은 그의 글이 너무 이상하다고, 혹은 반대로 너무 순문학적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독자들의 절대수가 너무 적었고, 그는 경제적인 궁핍과 함께 빠른 속도로 독일과 스위스 문학계에서 잊혀져갔다.

 

그는 가구 딸린 작은 셋방에서 셋방으로 끊임없이 이사를 다녔다. 이미 오래전부터 문학 살롱은 더 이상 그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는 폭음했다. 불면증을 앓았고, 환청을 들었으며, 악몽과 불안 발작에 시달렸다.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그 자신의 해명에 따르자면, “나는 심지어 올가미조차 제대로 맬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1929년 그는 베른의 발다우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그의 어머니는 만성우울증 환자였으며, 그의 형제 중 한 명은 18년 동안 정신병원에 있다가 죽었고 다른 한 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 역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정신질환보다 더 큰 비중으로 불행을, 고립을, 그리고 가난을 앓았다. 그는 규칙적인 일상 패턴을 제공하는 병원 생활을 받아들이고 적응했으며, 퇴원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거부하기도 했다. 적어도 병원에 있으면 그는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걱정 없이 글을 쓸 수 있었고 고독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1933년 헤리자우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종이봉투를 붙이거나 콩을 분류하는 등의 단순 노동으로 보냈다. 1933년 이후, 그는 단 한 자도 더 글을 쓰지 않았다.

 

“나는 여기 글 쓰러 들어온 것이 아니고 미치기 위해 들어온 것이니까요.” 하고 그는 헤리자우를 찾아온 카를 젤리히에게 말했다.

 

오랜 세월의 절필과 정신병원 입원으로 그는 문학에서 실종된 이름이 되었다. 그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과의 교유를 끊었다. 그는 존재를 소멸시키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자매들 모두는, 대가족이 일반적인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후세를 남기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그의 실종이 동시대의 위대한 작가 카프카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5살 연하인 카프카는 그의 열렬한 독자였지만 그는 카프카를 몰랐다. 『성』에 등장하는 두 명의 조수 바르나바스와 예레미아스는 그의 소설 『야콥 폰 군텐』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도 있다. 조수 혹은 시종으로 표상되는, 유래를 찾기 힘든 어떤 종류의 문학적인 주체. 카프카의 작품에서 그의 영향을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무목적적이고 어린아이같이 순진하고 계산이나 궤도가 없는 그의 즉흥적인 코드들이 카프카로 옮겨지면서 전체 안에 치밀한 우화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카프카의 산문을 읽은 뒤 로베르트 무질이 “발저 유형의 독특한 예”라고 평한 것처럼.

 

그는 유머와 아이러니 넘치는 문체 속에서도 자연과 어린아이, 소박한 삶과 소박한 사람들을 칭송했다. 음식과 날씨, 술과 의복, 건축 담배 등을 묘사하고 노래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함으로써 비극을 그린 것일까?

 

“내가 아는 건 단지, 모든 가난한 자들은 공장에서 일한다는 거지요. 아마도 가난에 대한 벌을 받느라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얼핏 보아서 그는 특별히 정치적인 작가인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기에도 그의 글에는 전쟁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다. 그는 인위적인 거대한 세계의 외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아꼈고, 무관심과 거리를 유지한 듯하다. 그가 애정을 기울여 관찰하고 주목한 자연과 인간 본성의 천진난만함, 둔감한 이기주의에 대한 분노, 가난한 이들에 대한 깊은 연민은 정치적이라기보다는 유토피아를 몽상하는 세계관에 더 가깝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피 속에 흐르고 있는 어떤 요소 때문일 것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유토피아적 사회개혁가에 적극적인 행동가였고, 그 덕분에 목사 직위를 잃었다. 반동주의자 한 명의 총탄이 창으로 날아온 적도 있었다. 그 총탄을 기념으로 보관한 할아버지는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 일부를 손자에게 물려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글 속에서 여러 번이나 자유와 평등의 세계를 꿈꾸었지만, 그것은 혁명으로 도달하는 세계가 아닌 보편적 관용과 배려심으로 이룩되는 세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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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타이프라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드문 작가였다. 그는 타이프라이터라는 물건을 갖고 있지 않았다. 타이프라이터뿐 아니라 그에게는 작가라면 작업을 위해서 의당 소지했으리라 생각되는 물건들이 없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고, 거주지가 없으며, 단 한 점의 가구도 소유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마도 추측건대, 그 자신이 쓴 책조차 한 권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빌려서 읽었다. 심지어는 그가 글을 쓴 종이도 새것이 아니었다. 또한 우리에게 알려진 바로는, 여자들도 그에게는 머나먼 불가능한 존재였다. 마치 그의 글 속, 멀리 어렴풋하게 드러나는 어여쁜 소녀, 하지만 도달할 수 없었던 슬픈 소녀들처럼. 그의 삶은 계속해서, 물건과 마찬가지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도 일관되게 점차 멀어지는 과정이었다.

 

나는 집을 가졌던 많은 작가들을 알고 있다. 그들의 사후에 집은 박물관으로 남아 보존되고, 그들의 작가적 필수품들, 책상과 서재, 펜과 안경, 수많은 책들, 우아한 거실, 멋스럽거나 소박한 가구들, 각양각색의 수집품, 먼 외국이나 식민지에서 가져온 기념품들, 산책용 지팡이와 장화 등이 그대로 남아 아직도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유럽인들은 작가의 집과 문학의 공간을 보존하는 전통이 강하다. 거의 모든 도시와 작은 마을에서도,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공간도 고스란히 보존되고 연구자들을 위한 자료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방문했던 독일의 마을과 도시들에 그런 작가 박물관이 전혀 없었던 곳은 도리어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별히 열광적인 독자가 아니라 해도 그런 식으로 괴테 하우스와 헤세 하우스, 포크너 하우스를 방문해본 적이 있으리라. 그들은 대개 별도의 주택을 소유할 여력이 있었던 작가들, 중산층이거나 시민계급의 작가들이다. 집이 없었던 작가들, 공동주택에 살았던 작가들의 경우, 시에서는 공동주택 건물 입구에 기념패를 붙여두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베를린에는 그가 한때 형 카를과 함께 거주했던 주택 건물 입구에 기념패가 붙어 있다.

 

마지막 날까지도 집 없이 셋방을 전전하며 떠돌았던 작가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작가들은, 당연한 일이지만, 오직 책으로만 남는다. 하지만 만약 이미 완전히 잊힌 작가에 속하던 그의 작품 재출간을 염두에 두고 1936년 헤리자우 병원으로 찾아간 출판인 카를 젤리히가 아니었더라면, 그의 글과 문학을 끊임없이 언급해준 동시대의 작가 헤세, 그리고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호출해준 다른 많은 문학가들이 아니었더라면, 그의 책 또한 영영 망각 속으로 사라져버렸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사라져갔을 것이다.

 

(카를 젤리히가 헤리자우 병원을 방문하여 그와 함께 산책을 나가려고 허락을 구하는 모습에서 나는 W. G. 제발트의 작품 『현기증. 감정들』에서 제발트가 오스트리아 빈 인근의 소도시 클로스터노이부르크에 살고 있는 에른스트 헤르베크를 방문하여 그와 함께 당일로 짧은 소풍을 다녀오는, 독자들로서는 좀 돌연한, 배경이 모두 삭제된 기이한 에피소드로 들리는 장면을 떠올렸다. 헤르베크 역시 34년 동안을 정신병원에서 살았던 시인이다.)

 

타이프라이터는 없었지만 그는 필체가 좋았다. 캘리그래피처럼 멋진 필체는 그의 자랑이기도 했다. 그러나 손으로 쓰기는 그에게 오른손의 심신성경련을 가져왔고, 이후 그는 펜을 포기하고 연필로 쓰기 시작했다. 그의 사후 발견된 500여 장의 종이에는, 크기가 최대 3밀리 정도인, 해독 불가능할 만큼 깨알처럼 작은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사람들은 비밀암호로 기록한 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기가 아니었고, 암호도 아니었다. 그의 최후의 작품에 해당하는 그 미세 필체의 원고 『마이크로그램』 중에는 그의 마지막 소설인 『도둑』도 포함된다. 그것은 평생 동안 자기 자신과 자신의 글을 최대한 작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의. to be small and to stay small(『야콥 폰 군텐』중에서). 상징적인 흔적이었다.

 

* 위 글은 <산책자> 속 옮긴이의 말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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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미각의 비밀』의 저자 ‘존 매퀘이드’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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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왼)과 존 매퀘이드

 

맛을 가르는 방법은 대단히 다양하다. 우선 감정의 카테고리가 있다. 어머니의 손맛, 늙은 주방장의 신뢰 있는 맛, 첫사랑과 나눴던 음식들, 친구들과 신나는 간식. 여기에 인문과 정치의 영역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맛은 실증적인 과학의 세계다. 맛을 과학의 영역으로 다룬 책은 꽤 있었다. 그것들은 텍스트로서 훌륭했다. 『미각의 비밀』은 두어 걸음 더 나아간다. 심지어 백만 년 전 현생 인류의 먼 조상의 ‘미각’까지 파고든다. 고고학에서도 맛을 추출해낸다. 화학과 물리학이라는 맛의 본질적 과학을 먹기 좋게 만들어서 입에 쏙쏙 넣어준다. 읽는 내내 지적 충만감으로 가득 차게 만든다.

 

저자 존 매퀘이드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그가 쓴 글은 잡지 <스미스소니언> <와이어드> <이팅 웰>과 워싱턴 포스트, 포브스닷컴 등에 실렸다. 퓰리처상을 비롯해 미국과학진흥협회, 미국생물과학협회, 국제요리전문가협회로부터 상을 받았고 저서로는 『파괴 경로: 뉴올리언스의 파괴와 다가오는 초폭풍 시대』(공저)가 있다.

 

정서적 부분에서의 맛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박찬일: 당신은 『미각의 비밀』에서 “맛은 진화를 위한 추진력을, 그리고 최근에는 인간 문화와 사회를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추진력을 제공했다. 그것은 인간의 투쟁과 갈망과 실패가 써졌다 지워졌다 다시 써지길 반복하는 일종의 서판이었다. 우리의 존재 자체와 인간성도 맛에 큰 빚을 졌으며, 맛은 많은 점에서 우리의 미래도 좌우한다.”(20~21쪽)라고 썼습니다. 당신이 보기에 인간 진화의 전체 과정에서 미각이 추진력을 제공한 가장 드라마틱한 국면 혹은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존 매퀘이드: 인류의 미각 이야기에서 일어난 가장 큰 혁명적인 변화를 한 가지만 꼽으라면, 불을 다스리게 된 사건과 그와 함께 일어난 조리의 발명을 들 수 있습니다. 조리된 음식, 그중에서도 특히 고기는 날것보다 실질적인 이득이 있었거든요. 씹기도 쉽고 소화하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부패하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과학자들은 조리된 고기가 우리의 음식에 추가된 사건(약 200만~250만 년 전에 일어난)이 우리 뇌를 더 크게 만든 영양학적 요인이라고 믿습니다. 과학자들은 대체로 조리한 음식이 날것보다 맛이 아주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을 간과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가 더 커지고, 인간 문화가 사냥과 축제 의식을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자, 음식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은 점점 더 강렬하고 복잡해지면서 크게 발전했지요.

 

박찬일: 맛은 원래 전통적으로 네 개(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에서 감칠맛, 즉 우마미가 추가되어 이제는 다섯 개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학계에서는 지방맛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시 추가될 맛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실제 우리가 소화시키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 ‘금속’ 맛도 맛의 영역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존 매퀘이드: 계속 진행되는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미각 체계는 우리가 불과 10년 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혀는 불과 몇 가지가 아니라 많은 것을 감지하고 많은 감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방도 하나의 맛(단지 부드러운 질감이나 입에 닿는 촉감이 아니라)이라는 증거가 일부 있고, 한때 대개 아무 맛이 없다고 간주된 녹말(밥, 국수, 빵에 포함된) 역시 독특한 맛 지문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탄산음료에 포함된 것과 같은 이산화탄소입니다. 금속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금속’ 맛 중 일부 요소는 전기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짠맛과 신맛은 미각 세포들에서 분자적 전기 회로를 통해 탐지됩니다. 그런데 금속도 이것을 활성화시킵니다.

 

박찬일: 당신은 이 책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미각 중 짠맛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짠맛을 내게 하는 원료인 소금은, 인간 진화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체로써 인간의 생존에 관련된 맛이기에 그럴 것이라 짐작합니다(물론 다른 나라나 문화권도 해당하는 사항일 수 있지만). 한국 음식 문화의 기본은 염장 문화라고 할 수 있고 한국에서는 지역마다 ‘짠맛’ 혹은 ‘짠 정도’에 대한 선호도가 다릅니다. 즉 맛있다고 느끼는 짠 정도에 지역차, 개인차가 존재하는 것이고, 한편으론 그것이 음식 문화의 발달을 이끌어옴으로써 한국인에게는 다른 미각의 특이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인간 진화사에 있어서 ‘짠맛’의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것일지요?

 

존 매퀘이드: 소금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참 흥미로운 맛입니다. 당신이 언급한 것처럼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죽을 수도 있죠. 따라서 인간은 소금에 대해 두 가지 ‘대응 방안’을 마련했지요. 적은 양은 맛있게 느끼지만, 많은 양은 끔찍하게 느끼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작동합니다. 만약 몸에 염분이 부족하면, 갑자기 소금을 강렬하게 욕구하면서 많은 양이라도 맛있게 느끼는 거지요. 소금이 아주 맛있게 느껴지는 한 가지 이유는 다른 향미들을 높이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소금을 첨가하면 거의 어떤 것이라도 향미가 더 높아집니다. 소금이 누구나 찾는 그토록 보편적인 양념이 된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박찬일: 맛은 정서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합니다. 이를 테면, 일본에서 유명한 작가 후지와라 신야는 티베트의 곰파(사찰)에서 ‘파파’라고 부르는 보리떡을 먹고 구토를 합니다. 그러나 며칠을 그 수행공간에서 지낸 후 그 음식이 ‘맛이 있다’는 걸 알아냅니다. 단지 결핍에서 오는 허기뿐 아니라 정서적 이유도 작용했다고 봅니다만, 당신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존 매퀘이드: 음식과 맛은 우리의 가장 깊은 기억과 감정과 연결돼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자궁 속에서 지내던 시절, 그러니까 우리가 어머니가 먹고 마시던 것의 맛을 느끼던 시절까지 되돌아가지요. 그리고 살아온 경험은 우리의 호불호를 결정하는 데 막대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한 문화에 사는 사람이 맛있게 느끼는 것을 다른 나라 사람은 역겹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력이 아주 뛰어난 동물인데, 그 능력의 일부는 거의 어떤 것이라도 그 맛을 좋아하도록(훈련을 통해) 길들여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맛은 또한 사회적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즐기는 특정 음식이나 음료를 먹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을 좋아하게 됩니다.

 

박찬일: 맛에 있어서 정서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을 하나 더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홈메이드’ ‘엄마 손 맛’ 같은 말들을 마케팅에 이용하는 식으로 맛에 있어서 정서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합니다. 이런 정서적 부분에서의 맛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존 매퀘이드: 물론이지요. 감정, 편견, 사회적 불안, 향수, 이 모든 것은 음식을 맛보는 우리의 경험에 영향을 미칩니다(그리고 마케터들은 이것을 아주 능숙하게 활용하지요!). 잘 알려진 실험이 있는데요, 사람들은 같은 와인이라도 더 높은 가격이 붙은 병에 든 것을 더 맛있게 느낀다는 겁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에게 콜라를 마시게 하면서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들을 촬영했습니다. 만약 그 음료에 코카콜라 캔 이미지를 동반할 경우, 사람들은 뇌가 평생 동안 경험한 콜라 상표와 광고에 접속할 때 그 경험을 더 즐겁게 느꼈습니다. 우리는 매우 유연한 동물입니다.


박찬일: 당신이 이 책에서 쓴 음식의 맛은 혀뿐 아니라 장에서도 분별한다는 말에 대한 과학적 검증 단계가 어디까지 이르렀습니까?

존 매퀘이드: 이 부문의 연구는 현재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약 15년 전에 맛 유전자를 해독하는 방법을 발견하자마자, 몸의 다른 부분들에서도 미각 수용기―혀에서 특정 맛이 존재한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는 특별한 단백질―를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미각 수용기를 창자뿐만 아니라, 뇌와 생식계, 근육, 콧구멍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많은 장소에서 미각 수용기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직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창자에 있는 미각 수용기의 한 가지 기능은 특정 영양물을 탐지해 뇌에 신호를 보냄으로써 식욕과 배부른 느낌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찬일: 어떤 기생충은 물고기에 기생하며 그 물고기의 혀를 먹어치우고는 그 혀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혀를 과연 외부 생물이 대신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장차 우리가 어떤 ‘외부 혀’를 장착한 상태에서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우리의 미각을 ‘속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더 조악한 음식을 먹고도 인류가 살아갈 수 있게 되고, 쾌락을 더 얻어서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존 매퀘이드: 맛과 냄새, 향미(즉, 맛과 냄새의 결합)를 나타내는 일종의 가상현실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은 시각을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적 도전이 되겠지요. 음식이 아닌 것(대표적으로는 일종의 전극을 사용해)으로 혀를 자극하거나 뇌에 직접 맛 감각을 환기시키는 방법(그 방법은 아직 아무도 고안하지 못했지요)을 찾든가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설사 뇌를 자극해 예컨대 구운 스테이크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 되지 못하리란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음식을 경험하는 데에는 창자와 몸 전체가 관여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여전히 동물이고, 음식을 먹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경험입니다.

 

박찬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유럽에 매운맛의 원료인 고추가 전해져 유럽인들이 매운맛이라는 새로운 미각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앞으로 인간의 미각을 변화 혹은 진화시킬 새로운 사건이 생긴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이 되리라 예상하는지요?

 

존 매퀘이드: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삼차신경 맛―매운 고추와 생강, 서양고추냉이 같은(삼차신경을 통해 뇌에 도달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음)―은 완전히 다른 범주의 감각입니다. 이것은 엄밀하게는 맛이 아니라, 촉각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계에는 예기치 못한 감각을 일으키는 양념이 분명히 더 많이 있습니다. 나는 장과에서 추출한 미라쿨린 (miraculin)이라는 물질을 소량 먹을 때 신맛이 단맛처럼 느껴지는 ‘향미 트리핑(flavor tripping)’에 대해 쓴 적이 있지요. 이것은 맛 경험을 거꾸로 뒤집습니다.

 

박찬일: 앞으로 미각에 대한 과학 연구가 새롭게 밝혀낼 내용이나 핵심 테마는 무엇이라 예측하는지요?

 

존 매퀘이드: 나는 우리가 음식과 맛에 관한 한 아주 흥미진진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와 인터넷 덕분에 더 많은 문화적 교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셰프들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있고, 과학자와 셰프 들은 복잡한 새 향미들을 만들어내는 발효의 잠재력을 막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과학은 우리가 향미를 겨우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아직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채 탐구되길 기다리고 있는 맛들의 조합은 문자 그대로 수천조 가지에 이르니까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사계절 출판사 ‘성장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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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어느 날,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9기가 파주 출판도시에 위치한 사계절 출판사에 방문했다. 사계절 출판사는 0세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와 부모를 위한 자녀교육, 어른을 대상으로 한 도서 등을 출간하고 있다. 1992년, 『논리야 놀자』가 출간되고 사계절 출판사는 큰 성장을 이루었다. 이후 ‘1318문고’라는 개념이 탄생했으며, 지금도 대표적인 도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마당을 나온 암탉』등으로 사랑 받고 있다.

 

사계절 출판사에 도착하니 ‘사계절, 책 향기가 나는 집’이라는 녹색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 날은 양현범 차장이 출판사를 대표해 사내를 소개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양현범 차장은 “사계절의 상징적인 색깔은 녹색”이라고 말하며 1층에 위치한 북카페 간판뿐만 아니라 서류 봉투도 녹색이라고 소개했다.

 

1층에서는 액자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계절 출판사는 공공도서관과 연계하여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그림책 전시회에 힘쓰고 있다. 양현범 차장은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2층은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는 정숙한 분위기의 사무실이었다. 편집과 디자인은 다른 일보다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층에 비해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였다. 3층은 경영팀과 마케팅팀이 근무하는 곳이었다. 양현범 차장은 “3층은 2층에 비해 활력이 넘치는 사무실”이라고 말했다.

 

그림이 많이 사용되는 어린이 도서를 출간하는 출판사 사계절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인쇄지가 다양하게 구비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판화를 만드는 방이 있다는 것이다. 인쇄지는 보통 화가와 상의를 하고 물감이 잘 흡수되는지, 번지지 않는지 고려를 한다고 한다. 또한 판화를 만드는 방은 어두웠고, 빛이 나오는 테이블에서 필름을 확인하며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림책을 출간하는 출판사인 만큼 회사 곳곳에 그림책 원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4층에는 숙직실과 ‘건짱 만드는 방’이 있었다. 서포터즈는 ‘건짱’에 대해 궁금해했고, 양현범 차장은 운동기구가 있는 방을 소개하며 ‘건짱 만드는 방’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옥상에서는 날이 좋은 날 함께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건강과 휴식을 생각하는 강맑실 대표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사옥 탐방 후, 예스24 서포터즈 9기가 준비해온 사계절 출판사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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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꾸준함

 

강맑실 대표님께서 지난 2월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 자랑 좀 해주세요.

 

대표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이에요. 저희 회사는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굉장히 길어요. 저도 2004년에 입사를 했는데, 아직도 저보다 오래 일하신 분들이 회사에 많아요. 이직률이 낮다는 것은 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경영 방식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람을 키워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보통 ‘사장’이나 ‘회장’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외제차가 생각이 나잖아요. 대표님은 그런 게 없으세요. 소탈하시고,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내십니다.

 

이번에 한국출판회의 회장이 되셨잖아요. 부드러움을 가지고 힘있게 일을 추진하시기 때문에 다들 기뻐했어요. 저희 회사에 『한국생활사 박물관』이라는 열두 권짜리 책이 있어요. 굉장히 많은 상을 받은 책이죠. 우리나라의 생활사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책인데요. 대표님은 역사 중에 ‘생활사’에 집중하셨어요. 책을 편찬하는데 많은 인력을 투자했고, 한 권에 2억 정도 들었어요. 총 12권이니 24억이죠. 그렇게 큰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으십니다.


사계절 출판사 이름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사실 정확한 유래는 알지 못해요. 이름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소개해드릴게요. 프랑스 레지스탕스에서 ‘사계절’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왔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을 상징하기보다는 ‘항상’을 의미해요. 사계절 내내, 항상 변하지 않는 꾸준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계절’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알고 있어요.

 

사계절 출판사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진득함’이나 ‘단단함’이라는 단어가 저희 출판사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완성도가 높은 책들이 많죠. 가볍고 경쾌한 느낌보다는 녹차를 우려낸 듯한 깊은 맛이 나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 책 중에 『짜장면 더 주세요!』라는 책이 있어요. 제목은 경쾌하고 가벼워 보일지도 몰라도, 아이들이 ‘직업’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은 중국집 요리사에 대해 설명하는 책인데요. ‘직업’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고, 막연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개념을 그림책으로 표현하면서 장을 보러 가고, 재료를 다듬고, 가게 문을 여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되 경쾌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책이죠. 본인과 적성에 맞는 직업에 대해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리즈 도서예요.

 

양현범 차장은 그림책을 직접 보여주며 사계절 출판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짜장면 더 주세요!』에서는 중국집 요리사가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는 과정이 그림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사회과학 분야로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데요. 지금은 아동 청소년 도서가 주를 이루고 있잖아요. 이러한 변화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저희 회사 책인 『논리야 놀자』가 등장했었어요. 지금은 어린이책이지만 그때는 중학생도 함께 읽는 책이었어요. 200만부가 넘게 팔린 책이에요. 그 책이 나오면서 사계절이라는 출판사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그 책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했는데, 2년 후에 매출이 뚝 떨어지게 됐죠. 구조조정을 하는 등 뼈아픈 시기를 보냈어요.

 

사계절 출판사는 10년이 넘게 사랑 받는 책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초등학교 권장도서이자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양현범 차장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보다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책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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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아이템을 통해 책이 팔릴 때

 

사계절 출판사가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이 있나요?

 

저희가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이 ‘사계절 통신’이라는 잡지예요.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사서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어요. 사계절 통신은 공공도서관 사서 선생님, 초등학교 사서 선생님, 중고등학교 사서 선생님 대상으로 총 세 가지가 있어요. 선생님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아침독서신문이나 학교 도서관 저널을 통해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에요.

 

또 교육정책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요. 그것을 높이 생각해주셔서 사계절 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있고요. 3월이 어린이 도서 관련 출판사가 가장 바쁜 시기예요. 3월에서 5월까지는 도서관과 연계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져요.

 

부모님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독후 감상문 대회’를 열었는데 아이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 부문도 있었어요. 대부분 참가자는 부모님들이었고요. 단순히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고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책을 읽은 후에 아이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는지 볼 수 있어요.

 

도서관들과 협력하여 ‘작가와의 만남’, ‘그림책 토크쇼’ 등 사회적 기업으로 많은 활동을 기여하는 것으로 보여요. 2017년에 어떤 사회적 활동을 기획하고 계신가요?

 

최근에 큰글씨 그림책, ‘빅북’을 기획하고 있어요. 어린이에게 구연동화를 할 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들어하시는 어르신분께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어 양현범 차장은 ‘책과 썸타기’,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볼 수 있는 전시회 ‘취향존중 프로젝트’ 등 단순히 책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캠페인을 가미해서 독자들을 유입시키려고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직접 마케팅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마케터다 보니까 책이 많이 팔렸을 때가 가장 뿌듯하죠. (웃음) 사실 책도 운명을 타고난다는 말이 있어요. 물론 노력에 의해서 판매가 많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연극놀이 지도안을 만들어서 유치원에 배포한 적이 있어요. 이렇게 제가 생각한 아이템을 통해 책이 팔릴 때 가장 기쁘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16개월 된 아이가 있어요. 『두드려 보아요』라는 그림책에 반응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정말 뿌듯해요. 평소 다른 부모님들을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직접 경험하니까 소소한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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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사계절 출판사만의 편집 노하우가 있나요?

 

어떤 분이 어떤 책을 만드냐에 따라 각양각색이에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저희 회사에서는 한 편집자가 생산하는 책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다른 출판사들은 한 편집자가 일 년에 12권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 출판사는 한 책에 공을 많이 들여서 교양서적을 출판하시는 분들은 일 년에 세 권 정도 작업해요. 교양서적 같은 경우는 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단순히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출판업계의 현재와 앞으로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동 서적의 트렌드도 궁금합니다.

 

각 출판사마다 상황이 비관적이라도, 의지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상황인 것 같아요. 조금 거시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잖아요. 10년 전에 비해 초등학생들이 4분의 3으로 줄어들고 있어요. 중고등학교에도 이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요. 절대인구가 감소하다 보니 그에 속해 있는 독서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죠. 이 사회가 ‘책의 가치’를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에요. 단순한 정보들은 모바일과 웹을 통해 충분히 습득하고 익혀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정서라든지, 정보의 체계는 책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세대에 맞게 정보를 포장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아동 서적의 트렌드는 좀 어려운데요. 교과 연계된 책들을 제작하는 것은 유지해야 해요.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이 읽어야 하는, 재미있어하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꽃할머니』라는 책이 있어요.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지만,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출간되었죠. 저희 출판사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교과 관련 책을 고루고루 출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0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사계절 출판사의 책이 있나요?

 

『청춘의 가격』이라는 책이 있어요. 지금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어렵잖아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되나, 통계만 내놓으면 딱딱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뷰로 풀어낸 책이에요. 싱어송라이터를 인터뷰해서 그들의 생각을 전하고, 관련된 급여라든지 청년과 노인의 인구 등 통계자료를 덧붙였어요.

 

『여우와 별』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표지가 천으로 만들어진 책이고, 주인공인 여우의 감정에 따라 색감이 변하는 책이에요. 여우가 외로울 땐 어두워지고, 하늘에 떠있는 별을 담았을 땐 화사해져요. 스토리와 감성, 디자인과 색감이 모두 아름다운 책이에요.

 

출판사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대학생들하고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요. 20년 사이에 환경의 변화, 세대 차이가 분명히 커요. 그래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그런데 확실한 건 ‘취향’의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취향은 굉장히 중요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가,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 이것을 고민하고 생각하기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는 것을 알아요.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이 그것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생각하는 취향과 일치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죠. 상황이 안되더라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잖아요. 취향과 너무 반대되지 않는 직종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나의 취향을 간직하고 있다면,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될 수 있거든요. 물론 나이가 들어서도 무언가 시도할 수 있지만, ‘지금’이 조금 더 무언가 많이 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것을 지켜 나가세요. 그것이 유익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체험기] 주머니 속 도서관, 크레마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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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 사운드, ‘책=종이’의 공식을 깨다

 

처음 전자책 리더기 '크레마 사운드'의 존재를 알았을 때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어도 책은 종이로만 존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함께 스마트폰의 무한한 활용도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책 읽는 기능만 지원하는 '크레마 사운드'를 세상 또한 이내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틀렸다.


읽어야 할 책은 많았고 종이책은 휴대성이 적고 무거웠다. 지하철과 도서관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크레마 사운드를 비롯한 전자책 리더기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내 구매 욕구를 자극했고 어느새 예스24 사이트에서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기계치인 나는 크레마를 사용하기 전, 기계가 종이를 대체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오래 기계에 거부감을 가져왔던 터라 이미 결제 버튼을 누른 후에도 내 마음에는 여러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겁진 않을까’, ‘조작법이 어렵지 않을까’, ‘전자 텍스트는 책 특유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지는 않을까’, ‘기계를 오래 보면 눈이 아프지 않을까’. 예스24의 빠른 배송 덕에 더 많은 걱정이 떠오르기 전에 크레마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기계를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걱정은 사라졌다.


182g밖에 되지 않는 크레마 사운드는 오래 들고 있어도 전혀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고 6인치의 넓은 화면은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을 때의 답답함을 해소한다. 조작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거의 동일한 구조로 구성된 기기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조작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기기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문서함에 초보 이용자들을 위해 내장된 조작법도 크레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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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쇄 품질과 비슷한 수준의 고해상도와 잔상 제거 기술을 사용해 최대한 종이책 같은 느낌을 구현했다는 크레마 사운드는 역시 전자 텍스트로서의 단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오랜 시간 기기를 사용해도 눈이 아프지 않았고, 전자 텍스트에 익숙해지니 오히려 눈이 더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조명 밝기 조절 기능을 이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자 종이책을 찾는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동안 독서 행위의 가장 불편한 점이었던 ‘불 끄고 누워 책이 읽고 싶을 때’ 책을 읽기 힘든 제약을 해소했다.


크레마 사운드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서든’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루 두 번 만원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는 것도 고역이지만, 사람들 틈에서 책을 펼치는 것은 더욱 고된 일이다. 책을 펼쳐 읽기 위해선 최소한 두 손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공간이 필요한데, 만원 지하철에서 한 손도 아닌 두 손을 이용하는 일은 사치이자 민폐이다. 이럴 때 한 손에 가볍게 들어오는 기기로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 않고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도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크레마 사운드의 장점은 만원 지하철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 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수업 시작 10분 전, 횡단보도의 빨간 불, 크레마 사운드는 우리 생활의 모든 기다림을 독서의 순간으로 바꿔준다.

 

내 손 안의 작은 도서관

 

크레마 사운드에 적응한 후 얼마나 많은 양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기기 자체로는 도서를 내장하고 있지 않지만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다양한 서점, 도서관의 전자책 연동이 가능하다. '열린서재' 기능으로는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리디북스 등 사용자가 원하는 뷰어를 설치해 다른 서점에서 구매한 책 등 다양한 도서를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공 도서관이나 대학 도서관,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공급하고 있는 예스24, 알라딘의 전자도서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지역별로 있는 인터넷 도서관에서 언제든 무료로 책을 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크레마 사운드를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도서관을 들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니 말이다. 또한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3-40% 정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도서 구입의 부담을 줄여준다.

 

책 읽어주는 남자는 필요없다, 책 읽어주는 ‘크레마 사운드’

 

기능적 측면에서도 곳곳에서 친절을 베푸는 크레마 사운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크레마 ‘사운드’는 말 그대로 ‘읽어주는’ 기능을 탑재한 E-Book이다. 언제든 이어폰만 연결하면 읽고 싶던 책을 원하는 성별의 음성, 높낮이로 들을 수 있다. 이는 작은 글자를 읽기 어려운 노인이나 시각 장애인,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 운전자 등에게 유용하다. 또한 본체에 ‘이전, 다음 페이지 버튼’을 외부로 노출해 책장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이는 터치감이 떨어지고 잔흔이 남는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장갑을 낀 겨울철에도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손에서 한 시도 놓지 않게 아낌없는 배려를 선사하는 크레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용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손에서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평균 독서량은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고 기계치였던 나를 테크노필리아로 만들었다. ‘대체 네가 요즘 손에서 놓지 못하는 그 기계가 뭐냐’고 관심을 갖는 이들에겐 망설임 없이 작지만 강한 크레마를 추천해 벌써 여러 지인의 장바구니에 담게 했으니, 말 다했다.


아직 종이책만을 선호하며 자신의 어깨를 혹사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히 크레마를 사기를 바란다. 종이책으로는 경험해볼 수 없었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만우절 특집] 나에게 인세 1억 원이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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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농담 하나 던지기 어려운 요즘, 독자님들은 안녕하신가요? 곧 4월 1일, 만우절입니다. <채널예스>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자들은 어떤 거짓말을 듣고 싶을까? 그러다 저희 멋대로 상상했습니다. 우리가 만약 책을 내고 인세, 1억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분기별로 찍히는 통장 속 인세. 언젠가 ‘0’ 아니, ‘00’, ‘000’’이 더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곧장 작가 10인에게 메일을 띄었습니다. “인세 1억 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이야기도 좋습니다.” 필자는 10인의 원고를 받고, 책을 두 권 샀습니다. 이 짧은 글도 이렇게 재밌는데, 책은 얼마나 재밌을지 궁금해서요.

 

 

 

권용득(만화가)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권용득

어느 날 갑자기 인세 1억 원이 생긴다고? 말도 안 된다. 나는 그와 같은 ‘기적’을 꿈꿔본 적이 없다. 오죽하면 그 흔한 로또도 한 번 안 샀을까. 혹시나 당첨되면 심장마비가 걸릴까봐 안 샀다. 내가 그만큼 심약하다. 그런데 만약 초판도 다 안 팔린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와 간신히 3쇄는 찍은 『예쁜 여자』로 인세 1억 원을 받으려면, 대체 얼마나 더 팔려야 하는 걸까. 책 두 권의 권당 인세를 합하면 2,580원이니까 약 38,760권만 더 팔리면 되네? 예스24 이용자들이여, 조금만 더 분발해 주십시오! 저에게 인세 1억 원의 기적을 보여 주십시오! 그런데 인세 1억 원이 생기면 정말 뭐할 거냐고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요. 깜짝 놀라는 바람에 심장마비로 안 죽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죠.





서유미(소설가)
『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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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내 책 중 『끝의 시작』을 좋아하지만 인세로 1억을 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다.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까. 슬프게도 그 일은 영원히 나와 먼 곳에서 반짝일 거 같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로망인 인세 1억이 삶을 바꾸기에는 부족한 돈이라는 점이다. 만약에 비현실적인 금액의 인세가 생긴다면 현실의 빚을 갚고 싶다. 좀 더 가벼워진 어깨로 계속 써 나갈 수 있게.





이라영(예술사회학 연구자)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이라영

나는 상상 속의 컵’애자’다. 컵이나 잔은 내 입과 직접 접촉하는 식기이고 손으로 감싸 쥘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집에 있는 컵들은 대부분 1달러샵에서 사왔지만 머릿속에는 은, 유리, 주석 등으로 만든 별별 모양과 온갖 색깔의 잔들이 서로 공중에서 부딪치며 스타일을 뽐낸다. 상상이야 뭔들 못하리. 심한 거짓말이지만,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로 인세 1억이 들어온다? 일단 러시아 미술관에서 나를 사로잡은 로마노프 스타일의 잔을 골라볼 테다. 각종 컵을 여섯 세트씩 사서 네 명 이내의 사람들을 종종 초대하여 술과 차를 즐겨야지.





장강명(소설가)
『호모도미난스』


장강명(소설가)

3년 전에 펴낸 SF 스릴러 『호모도미난스』로 인세 1억 원을 벌게 되면, 무료 전자책을 한 권 발간하겠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국내 대중소설, 장르소설 단편 10편을 모아 재수록료를 제대로 지불하고 e북을 만드는 거다. 조건은 잘 안 알려진 요즘 작가의 작품일 것. ‘작가의 말’도 한 페이지씩 부탁하련다. 한국소설을 읽고 응원하려는 예비독자는 결코 적지 않은데, 적절한 소개와 추천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중소설과 장르소설 영역에서. 인세 1억 원은 상금이나 판권 수입과 전혀 다른 의미의 성취다. 그 중 일부는 뜻있게 쓰고 싶다.





이승한(칼럼니스트)
『예능, 유혹의 기술』


이승한(칼럼니스트)

1억, 참 애매한 액수다. 자잘하게 쓰기엔 너무 크고, 전세를 얻기엔 작은 돈 아닌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절반쯤은 비싼 운동화나 화장품 같은 사치품을 사서 보육원에 보내면 어떨까? 어떤 이들은 아이들이 나이키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로 속았다고 화를 내며 후원을 중단한다더라. 그럼 애들이 거적대기만 걸치고 있었으면 좋겠나? 소소한 사치의 경험은 생의 감각을 일깨우고 자존을 높여준다. 난 후원을 받는 이들에게 "불쌍한 모습"을 강요해 후원자의 우월감과 시혜의식을 충족시키는 이 거래가 신물이 난다. 그들이 조던을 신고 립스틱을 바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니까 여러분 『예능, 유혹의 기술』을 많이 사주세요. 인세 1억 벌어서 애들 조던 한번 신겨봅시다.





최정화(소설가)
『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소설가)

인세 1억 원이 생긴다면, 공부를 더 하고 싶다. 한국사회의 조금 이상한 방식의 교육열 때문에 공부라는 단어가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것 같은데, 사실 공부는 엄청 재밌다. 나는 지금도 바이올린과 카포에이라와 빤데이루를 배우고 있고 내 나이의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배우는 것이 많은 편이지만, 배우고 배워도 또 배우고 싶은 게 자꾸만 더 생긴다. 얼마 전에 이슬람 문화원에서 에브루라는 미술 체험 수업을 진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물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그 미술수업이 자꾸 아른거린다. 1억 원이 생긴다면 난 공부를 하겠다. 미술과 음악, 그리고 많은 세상에 있는 운동 종목들을 모조리 배우고 싶다.





장세이(작가)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장세이(작가)

최근에 제 전작 『서울 사는 나무』『엄마는 숲해설가』를 펴낸 1인 출판사 목수책방과 함께 옥수동에 생태공간 목수木水라는 공간을 열었습니다. 책방만 해서는 먹고 살기는커녕 전기세도 못 낼 게 뻔해 목수다방(오색 빛깔의 우리 차를 우리는 찻집)과 목-수다방(생태 교실)도 함께 마련했지요. 세 개의 공간이 모였지만 크기는 열다섯 평 정도로 아담한 공간인데 막상 내부공사를 시작하니 통장에 밑이 빠졌나 싶게 돈이 삽시간에 술술 빠져나가더라고요. 꼭 필요한 데만 고쳤는데도 주거래 통장의 잔고가 638원이 될 때까지 말이죠. 값비싼 재료로 으리으리하게 꾸민다면 1억 원도 부족하겠더군요. 만약 지난해 10월 출간된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으로 1억 원의 인세가 들어왔다면 분명 생태공간 목수가 후 불어 꿀떡 먹고는 꺽! 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다행스럽게(?) 아직 1억 원까지는 못 받았네요. 이 참에 깨달은 사실은 1억 원을 버는 데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겠지만 쓰려 데는 일주일도 길다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이 제게는 1억 원보다 더 귀했고, 앞으로 새 공간에서 많은 이들과 책과 차를 사이에 두고 천금보다 귀한 생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느 날에는 세 들어 사는 건물을 통째 사서 온통 생태빌딩의 (건물)주님이 될래요~





실키(만화가)
『나 안 괜찮아』


실키(만화가)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며 내려놓았던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대게 내게 정말 필요한 것들이었고, 긴 고민 끝에 특별한 날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큰 결심해야 했다. 그 와중에 또 마음에 드는 것과 딱히 나쁘지 않은 것 사이에서 고민해야 했지만. 내게 1억이 생긴다면? 망설였던 그 모든 일들을 주저 없이 할 것이다. 실행하지 못해 계획에서만 그치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고, 욕심을 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에 눈독 들일 여유가 생기겠지. 사실은 내가 작게 꿈꿔왔던 계획이 하나 있는데,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외출한 차림 그대로 공항으로 가는 것. 그 날 가고 싶은 곳의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끊고 떠나는 여행. 자리가 없으면 퍼스트 클래스를 주저 없이 고르면서 말이다. 여행지에서 가격비교 없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며, 큰 캐리어를 낑낑 끌고 다닐 필요 없이 필요한 건 그때그때 사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서야 끝나는 여행. 그 여행이 나의 버킷리스트는 아니지만, 난 언제든지 여권만 챙겨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생각과 여유를 가진 채 연어를 한번 더 추가한 연어덮밥을. 아니, 쌀 한 톨 없이 연어회를 먹을 것이다. 물 대신 콜라를 마셔가면서! 그나저나 『나 안 괜찮아』의 인세가 1억이라니! 대체 몇 권의 책일까, 얼마나 많은 독자 분들이 계신 걸까. 작가로서 큰 기쁨이다.





전승환(작가)
『100 나에게 건네는 말』


전승환(작가)

1억 원이라니! 먼저, 인세가 들어올 수 있게 글을 쓴 나에게 고맙다고 표현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대견할 것 같으니까요. 치열하게 살아오며 남들을 걱정하기에 급급했지 나를 위한 위로의 말과 칭찬의 말을 많이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나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에 그 돈을 사용하고 싶어요. 기부를 처음에 하겠고 부모님께 못다 한 효도도 해야 하겠죠. 그리고 나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네요. 여행을 가거나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말이죠.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항해사처럼 글감을 찾으러 떠나는 작가.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부담감 없이 다양한 추억들을 만들다 보면 1억 원은 없겠지만 더 큰 무언가가 생길 것 같아요. 그 무언가의 힘으로 또다시 누군가를 위한 행복의 글을 써 내려가겠죠. 그럼 스스로에게 내내 고마워하지 않을까요?! 그 고마움을 이번 책 『100 나에게 건네는 말』에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김은덕(작가)
없어도 괜찮아』


김은덕(작가)

없어도 괜찮아』의 공동 저자이자 부부인 나와 백종민씨는 ‘돈’에 관해서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낙관적이다. 적어도 5년 안에 인세로 1억 원을 벌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이미 구체적인 사용처까지 계획해 놓았다. 4권의 책이 나왔고 현실은 점점 시궁창이지만 당연히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돈을 많이 벌어도 지금과 같은 삶을 유지할 것이냐’이다. 그러니까 부부의 최소 생활비인 한 달에 100만 원으로 적게 소비하고 원하는 글을 쓰며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삶 말이다. 고백하건대 돈이 많든 적든 우리는 이 삶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돈을 불리기 위해 어디에 투자하고 집을 넓히기 위해 애를 쓰는 대신 우리 자신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하겠다. 1억 원의 인세를 우리 부부의 한 달 생활비인 100만 원으로 나누면 총 8년하고 4개월의 시간 동안 ‘기본소득’이 보장된다. 애마모리 도루(기본소득일본네트워크 사무국장)는 노동을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보수를 받으며 사회에도 필요한 노동, 보수를 받으며 사회에는 필요하지 않은 노동, 보수를 받지 않지만 사회에 필요한 노동, 보수를 받지 않으며 사회에도 불필요한 노동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보수를 받으며 사회에도 필요한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이들에게 엄격하고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노동’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라도 인세 1억 원을 ‘기본소득’으로 정해 적어도 8년 4개월의 시간 동안은 ‘세차 알바’와 원치 않는 자리에 나선다거나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원하는 글을 쓰고 싶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금주의 책] 얜 도대체 왜 이렇게 예민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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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시점은 3월. 성인에게 3월은 열두 달 중 세 번째 달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아이에게 3월은 전환기다. 신학기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만 신학기가 있는 게 아니다. 유치원에도, 어린이집에도 신학기가 있다. 첫째 아이는 한국 나이로는 4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다소 예민한 편이라 처음엔 적응하느라 힘들었다. 세월이 흘러 조금 괜찮아졌다 싶을 즈음, 또 3월이 되고 말았다. 따르던 담임 선생님이 바뀌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보다. 다시 힘들어 한다. 요즘 우리 가족의 일과는 아래와 같이 흘러간다.

 

아이는 늘 떼를 쓰며 일어난다. 듣기 싫은 음역대로 더 자겠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신기하게도 주말에는 훨씬 일찍 기분 좋게 일어나면서 말이다. 여하튼 어르고 달래서 식탁에 앉힌다. 빵과 요구르트를 내놓으면 어김 없이 먹지 않고 초콜렛을 찾는다. 정신 없이 등원 준비를 마치고 첫째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어린이집 앞에서 운다. 어린이집 들어가기 싫다고. 다행히도 정작 어린이집 안에 들어가면 잘 지내는 듯하다. 하원 시간이 다가온다.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며 떼 쓰는 그 아이는 어디 갔을까.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더 놀다 가겠다고, 집에 가기 싫다고 우긴다.

 

집에 온 뒤도 문제다. 역시 저녁 식사는 편식으로 시작. 가끔은 충분하게 먹지만 대개 한두 숟가락,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먹고는 그만 먹겠다며 안방으로 간다. 안방에는 TV가 있다. TV는 볼 수 없다고 말하면 조건반사로 울며 떼 쓰기 신공을 발휘한다. 어쩔 수 없이 TV를 틀어준다. TV를 충분히 봤다 싶을 때쯤 아이에게 몸 씻기를 권한다. 아이는 씻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머리 감을 때는 늘 운다. 양치도 마찬가지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대신 칫솔을 집어 넣고는 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불을 끈다. 아이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간간이 잠투정도 한다.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된다.

 

다소 과장이 섞인 묘사지만, 위에서 열거한 장면 중 단 하나도 겪지 않은 엄마 아빠는 없을 테다. 저 중에서 공감하는 장면이 많은 엄마 아빠라면 내 아이가 유독 예민한 게 아닐까 슬며시 걱정이 될 것이다. 『부모의 육아 습관이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는 이런 고민을 하는 엄마 아빠에게 유용한 책이다. 저자인 나타샤 대니얼스는 아동 상담 치료사로 15년 이상 직접 아이와 부모를 상담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외국 사례라 한국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아닐까, 하는 우려는 완전히 접어 두셔도 좋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만다와 존, 애슐리 등의 영어 이름을 영희와 철수, 도연 등으로 바꾸면 한국 저자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책에 나오는 사례는 내 이야기 혹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육아 이야기와 닮아 있다. 지구촌 어느 나라에서든 아이는 대체로 예민하고 그들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아기 아동의 마음은 그 방향을 읽기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시간 개념도 없고,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한 이해도 없다. 유아기 아동은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낮잠을 자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지 몰라도 항상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아이는 대부분 자기 활동에만 열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새로운 활동으로 이행해야 할 때가 되면 충격을 받는다. (64쪽)


위에서 설명한 대로 유아기 아동은 변화를 싫어한다. 미국 아이도 한국 아이도 똑같다. 아이만이겠는가. 성인 중에서도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어쩌나. 세상은 변화무쌍하고 인간은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저자는 아이가 변화에 조금이라도 덜 두려워하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예측 가능한 일상을 꾸며 주고, 이를 기회가 날 때마다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직감적으로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일상을 전혀 아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사는 부모는 아이의 불안을 악화시키기 쉽다. 대부분의 아이는 정해진 일상을 즐기며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썼듯, 아이가 예민한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감 말이다.

 

『부모의 예민한 습관이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는 아이가 불안을 느끼는 대표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책에 실린 장면은 식사 시간, 취침 시간, 배변 훈련, 목욕 시간, 놀이 시간 등등이다. 성인에게야 너무나 익숙한 활동이나 이 모든 게 아이에게는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한 미래다. 각 장면마다 저자는 부모의 심리와 아이의 심리를 차례대로 묘사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실었다. 다른 육아서도 많이 취하는 구성인데, 이런 식의 기술을 읽음으로써 부모는 행동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아이의 심리도 함께 알 수 있어 답답함이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다. 특정한 상황에서만 예민한 아이라면, 발췌 독서를 함으로써 독서의 효율도 높일 수 있겠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부모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처방을 내린다는 의미다. 가령 이런 대목이다.

 

식사 시간에 TV를 켜놓는 일은 ‘완벽한 부모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교과서 상에서는 절대적인 금기사항이다. 안타깝게도 보통 아이에게는 좋은 방법이 당신 아이에게는 좋은 방법이 아닐 때도 있다. 식사할 때 TV나 음악, 게임 등을 틀어준다면 불안한 생각에 집중되어 있는 주의를 분산시켜줄 수 있으므로, 아이는 식사를 더 잘할 수 있다. 일단 계속해서 식사를 성공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이후에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소를 점점 줄여갈 수 있다. (99쪽)

 

결론 부분에서 저자가 강조하듯, 아이에게는 회복력과 적응력이 있다. 식사 시간에 TV를 틀어주면 안 된다는 원칙만을 고수하기보다는 아이의 능력을 믿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원칙에서 살짝 비껴나갈 필요도 있다. 어쩌면 문제는 예민한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 책 제목이 시사하듯 예민한 부모가 원인일지 모른다. 책에서도 “성공적인 양육을 저해하는 또 다른 잠재적 장벽은 바로 부모 스스로가 느끼는 불안이다. (중략) 일부 극심한 불안을 보이는 부모의 경우 아이의 불안에 같이 휩싸여 불안해하는 아이를 키우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힘들어 한다(55쪽)”라고 쓴다. 만약 당신이 이런 부모라면? 『부모의 예민한 습관이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 읽는다면…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오은영 저 | 코리아닷컴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가 쓴 책. 육아서가 취하는 일반적인 구성처럼 이 책도 장면을 묘사하고, 아이의 심리를 설명해주며, 상황에 맞게 부모가 대처할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가 울며 떼를 쓸 때 부모도 화가 난다. 머리로는 화내지 말아야지, 조근조근 타일러야지,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표현이 과격해진다. 이런 순간을 몇 번 겪은 엄마나 아빠는 앞으로는 욱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음에 또 욱하고 만다. 저자는 이런 '욱'이 육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라고 말한다. 욱하는 환경에 노출된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스레 욱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박미라 저 | 휴(休)

여성과 남자 간 육아 분담이 상식인 시대다. 그러나 상식과 현실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맞벌이 부부에서조차 여성이 육아의 많은 몫을 담당한다. 요즘 시대 여성은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완벽하게 행동해야 한다. 선배 엄마가 후배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인 이 책은 아이가 생긴 뒤 모든 것이 달라져 당황스러운 엄마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저자는 후배 엄마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담담한 어조로 전한다. 서툴고 부족해도 괜찮다고.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맨 처음 독자] 가장 많은 인세를 받는 중국 작가, 장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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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 너!


무려 중국 소설이라니. 우리나라 독자들이 아는 중국 소설이라야 기본적으로는 『삼국지』『서유기』, 멀게는 『영웅문』, 교양 있게는 위화(余華)의 소설 정도가 전부 아니던가. 그런데 뜻밖에도 중국의 젊은 삼십대 작가와 그의 대표작을 소개하게 됐다. 장자자(張嘉佳), 그의 단편소설집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이었다. 중국에서 출간된 지 6개월 만에 판매량 200만 권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이 넘는다지만 그 짧은 기간 안에 그토록 엄청난 판매 기록을 세웠다니 호기심이 동했다.

 

뭐니 뭐니 해도 번역을 할 때의 가장 큰 즐거움은 내가 그 책을 맨 처음 읽는 독자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 보는 표지에 처음 보는 목차, 처음 보는 첫 문장, 처음 보는 끝 문장까지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이 작가의 글을 제대로 전해줄 수 있을지 짜릿한 기대감과 묵직한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특히나 소설은 장르의 특성상 작가의 주제의식은 물론이고 사소한 표현까지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때문에 좋은 문학 번역을 위해서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솔직히 내게도 작가 장자자는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를 접하기 전까지 매우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국 내에서는 꽤나 의미 있는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괴짜였다. 소설에서 언급했다시피 알파벳도 잘 모르는 중학생이었던 그는 난징대학(南京大學)에 들어간 뒤 2학년 때부터 다양한 학생극을 집필하는 한편 방송국에서 글을 쓰고 연출하는 일을 하며 난징대학 최고의 재주꾼으로 유명세를 탔다. 또한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난징 방송국을 비롯한 몇몇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러다 스물다섯 살이 되던 2005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 『거의 영웅이 됐어(幾乎成了英雄)』를 내놓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 뒤로 두 편의 소설을 더 집필한 그는 2011년 영화 〈푸주한, 요리사, 그리고 검객(刀見笑)〉으로 타이완 영화제인 금마장 최우수각색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2013년에는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마이크로 블로그 웨이보(微博)에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무려 4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그의 이야기들은 같은 해에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란 제목의 단편소설집으로 출간됐다. SNS상의 인기만큼이나 큰 호응을 받은 이 작품은 출간 6개월 만에 200만 부, 1년 만에 400만 부를 판매하는 놀랄 만한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자자는 이 작품으로 2014년과 2015년에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이자 중국 출판업 올해의 작가, 올해의 좋은 중국 도서 등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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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베스트셀러라기에는 무슨 스펙터클한 사건을 다룬 것이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들이었기에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목차의 첫째 날 밤부터 여덟째 날 밤까지 장자자 작가는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조명하듯 짧지만 곱씹어볼 만한 47편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 속에 담아냈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유머 감각의 소유자인 그는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글을 풀어가지만 다소 거칠다 해도 솔직한 진심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혹자는 그의 작품의 문학성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사랑과 우정, 가족애는 독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굳이 누구를 가르치려 하지 않으며 어떤 교훈도 남기지 않는다. 다만 작품 속 그의 말처럼 눈물범벅이 되더라도, 꼭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낼 아름답고 희망이 있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속살거리듯 건네고 있다. 우리는 모두 약한 존재지만 스스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하기에.

 

특히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는 다양한 모양의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작가 스스로 각 이야기의 주연이 되고 조연이 되며 그의 주변 사람들 역시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소설이 아닌 수필을 읽고 있는 듯한 감정적 친근함과 형식적 파격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어느 한 구절 버릴 것 없는 세심하고 서정적인 글귀들은 중국에서도 ‘장자자 어록’이란 말을 탄생시킬 만큼 아름답고 공감이 간다. 또한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의 글들은 대부분 길이가 짧은 편이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한 서사 구조를 취하고 있어 이 한 권의 책에서만 10편의 영화가 제작됐거나 제작 예정이라고 한다.

 

장자자 작가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세를 벌어들이는 작가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2015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왕가위 감독이 제작하고 양조위, 금성무 등의 배우를 앞세운 영화 <파도인(擺渡人, 소설 속 〈뱃사공〉 편에 해당)>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고 감독하기로 한 것이다. 이 영화는 2016년 12월 23일에 개봉했으며,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도 꾸준한 사랑을 받아 출간된 지 3년 만에 700만 권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게 됐다. 눈에 띄는 베스트셀러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는 거리감 없는 인물들이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사랑과 인생, 유머러스한 문체와 섬세한 감성으로 완성한 글귀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었다.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를 번역하며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차이였다. 미국과 일본에서 히트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영어, 일어 소설들과 달리 중국어 소설은 존재 자체가 낯설다. 메이드인차이나의 제품은 많이 쓰지만 중국 작가가 쓴 소설은 전혀 익숙하지 않다. 더군다나 SNS로 연재되던 젊고 감각적인 작품이 아닌가. 나는 이 간극을 좁히고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작가의 친근한 문체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번역에 반영했다. 또한 소설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주석을 달아줬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정서나 문화적 차이가 분명히 있겠지만 사랑을 바탕으로 희망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장자자 작가의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눈물을 닦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리라 생각한다.

 

장자자 작가는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의 출간으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고 여러 영화 작업에 참여하면서도 2014년 새로운 소설 『네 곁에 머물게 해줘』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에 등장하는 장자자 작가의 반려견 메시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개가 화자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웃기고 울리는 37편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장자자 작가의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가 많은 독자들의 세계를 지나친다면 중국 최초 개 작가의 작품도 조만간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14년, 장자자 작가는 갑작스러운 심장병 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2016년에도 심장병이 재발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작품 속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모습처럼 꾸준한 창작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장자자 저/정세경 역 | 은행나무
대륙 700만 독자들의 마음을 녹이고 심금을 울린 단편집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가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철들기 전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 있다면 그것은 궈징밍의 『소시대』이고, 철든 후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 있다면 바로 장자자의 『너의 세계를 지나칠 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 출판계에서는 화제가 된 밀리언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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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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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떠들썩하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반화되고 실재와 가상이 통합된 사회. 사라질 직업에 순위를 매기고 로봇에 세금을 매길 준비가 한창이라니, 혁명은 금방이라도 다가올 듯 생생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바뀔 미래를 생각하자니, 평범한 미스터리 장르의 팬으로서 소박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과학 기술은 미스터리 장르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미스터리 장르는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 과정의 산물이어서, 그 미학은 ‘합리적인 이성’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초기 미스터리의 과학 기술은 합리적인 이성을 돋보이게 하고, 경이로운 반전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지문은 영국에서는 1900년경 실제 범죄 수사에 적용됐는데, 그보다 이른 시점에 발표된 셜록 홈즈 이야기에 이미 중요한 증거로 부각된다.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유명한 오스틴 프리먼의 데뷔작 『붉은 엄지손가락 지문』(1907)에 등장한 지문 감식법은 그 시대 경찰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이후 과학 기술은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교묘한 물리 트릭의 요건으로 자주 활용됐으나,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점점 작가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족쇄가 됐다. 통신과 교통, 법과학 등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면서 빛나는 이성을 지닌 탐정이라는 설정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CCTV가 일반화되면서 알리바이 트릭이 더는 환영 받지 못하는 것처럼, 과학 기술의 발전은 고전 형식 미스터리의 쇠락을 앞당겼다. 이제 고전 미스터리 구조를 선호하는 작가들은 오히려 과학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들은 종종 휴대폰 전파가 닿지 않는 공간과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한다.

 

물론, 과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고전 미스터리 작가들도 있다. 시마다 소지 같은 작가는 최첨단 과학을 논리적 해결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 21세기 본격 미스터리의 조건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실제로 그가 발굴한 중국 미스터리 작가들은 이를 실현해내고 있다. 『13.67』로 국내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한 찬호께이나 최근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국내에 소개된 미스터 펫 등은 모두 이공계 DNA를 지닌 이들로, 본격 미스터리의 경이로움을 첨단 과학에서 추출하려 한다.

 

‘고전’이라는 수식어와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과학 기술은 범죄 소설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또 그 과정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 마이클 크라이튼을 중심으로, 과학적 상상력을 적용한 작품들이 활발하게 등장한다. 하버드 의대를 졸업했지만 ‘상상력이 결핍된 분야’라며 의사를 포기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첨단 과학과 스릴러를 접목시킨 매력적인 소설 속 허구를 숱하게 탄생시켰다. 훗날 ‘테크노 스릴러’라 불리게 될 이런 흐름은 미스터리 장르에서 범죄를 말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장르 간 경계마저 흐릿하게 만들었다.

 

『다크 사이드』는 매력적인 설정을 지닌 작품이다. 우주 생활이 인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현명하게 파악하고 싶은 강대국들은 달의 뒷면에 장기수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그로부터 25년 뒤 지구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달의 뒷면 파사이드에서 시작된다. 파사이드에는 쾌락을 좇는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찾아가는 지역 퍼거토리(연옥)가 있다. 그리고 달의 뒷면 저편에서 정장을 빼입고 정신이 반쯤 나간 듯한 안드로이드가 정처 없이 퍼거토리로 향하는 중이다. 안드로이드는 자신을 막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 이들을 무참히 학살하며 계속 나아간다.

 

모종의 이유로 지구에서 추방당해 퍼거토리에 부임한 형사 유스터스(정의)는 한없이 강직하고 또 유능한 인물이다. 유스터스가 퍼거토리 경찰서 부서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연속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일련의 사건이 퍼거토리 최상위에 존재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플레처 브라스와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조직 내 누구도 유스터스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플레처 브라스에게는 쉽게 다다를 수 없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크 사이드』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 누아르 같은 느낌이다. 깊이와 방향은 다르겠지만 아수라장 속에서 뿌리 깊은 범죄의 근원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제임스 엘로이의 『LA 컨피덴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SF소설로도 읽히겠지만, 『다크 사이드』는 결국 범죄 소설이다. “지구에서든 달에서든 폭행은 폭행이고, 강도는 강도고, 살인은 살인입니다. 중력이 다르다고 그게 바뀌지는 않죠.” 유스터스의 말은 하드보일드의 탐정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크 사이드』는 국제 도서전 공개 당시 영화 판권 계약을 마쳤다고 한다. 범죄 소설로서는 단선적인 플롯을 지닌 이 작품이 영화 관계자들이 주목을 끈 이유는 달이라는 공간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과감한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범죄와 어둠이 깃든 달의 황량한 이면과 언젠가 현실이 될 것 같은 미래의 모습들, 기묘한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시각적인 흥분을 만들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과학 기술과 이리저리 부딪히며 형태를 달리해왔지만, 미스터리 장르는 여전히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세상이 뒤집혀도 솜씨 좋은 작가들이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술술 뽑아내지 않을까. 범죄를 다루지만 미스터리 장르는 결국 인간 본성을 이야기한다. 이는 이 장르가 변화하는 사회 구조와 함께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저 ㅣ 북로드

미식축구 선수였던 에이머스 데커는 경기 중 사고를 잃고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능력(혹은 저주)을 얻게 된다. 그는 이 능력을 살려 뛰어난 경찰이 되었지만, 잠복근무 이후 돌아와 가족이 처참히 살해된 현장을 목격하고 실의에 빠져 노숙자로 전락했다. 그러던 중 자신을 무시해서 에이머스 데커의 가족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경찰서로 걸어 들어온다.

 

 

 

S.T.E.P. 스텝
찬호께이 / 미스터 펫 저 ㅣ 알마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 제1회 수상자인 미스터 펫과 제2회 수상자인 찬호께이가 범죄 예측 시스템이라는 주제를 두고 각각 두 편의 이야기를 집필한 후 세부를 연결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최첨단 IT 기술 같은 현란한 설정 아래 탐정, 음모론, 타임 슬립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 기법이 뒤얽힌 독특한 작품이다.

 

 

 

 

프래그먼트
워렌 페이 저 ㅣ 비채

리얼리티 TV쇼의 촬영이 진행되는 남태평양의 외딴 섬에서 지금껏 존재한 적 없는 생명체들이 속속 발견된다. 알 수 없는 종들은 엄청난 공격성을 보이며 출연자들을 학살하고, 이 영상은 전 세계로 방영된다. 충격에 빠진 과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NASA와 미 국방부는 비밀리에 특별 조사단을 파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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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책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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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취업, 아픈 단어

 

취업 준비를 하며 얻게 된 이름이 몇 개 있다. 청춘, 미생, 취준생, 백수. 그중에서도 내 가슴을 가장 후벼 파는 단어는 다름 아닌 ‘죄인’이라는 단어다. 무엇 하나 잘못한 것 없건만, 아니 성실하게 살려 노력해왔건만 세상은 내가 취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을 한다.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집에 돌아온 나를 맞는 건 어머니의 동정 어린 시선뿐이다. 고작 취업이라는 단어 두 글자가 사람을 이토록 아프게 만들 수 있는 걸까. 식사를 할 때도 내 눈치를 보는 가족의 모습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 취업 소식은 들려오기만 하는데, 과연 내 취업의 여정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취업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일자리는 늘기는커녕 줄고만 있고, 사상 최악이라던 취업률은 매일 같이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금수저도 아니오, 대한민국에서 벗어날 길이 조금도 없는 이(=평범한 이)에게 취업은 바늘구멍에 낙타를 넣기보다 힘든 일이 돼버렸다. 올해만큼은 꼭 취업하겠다고 다짐한 새해도 어느새 4월. 다음 추석이 왠지 멀지 않은 것만 같이 느껴지는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터닝포인트다.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취업에 관한 알찬 정보를 획득하는 것. 해답은 ‘책’에 있다.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취업 도서에 한 번쯤 관심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처음 보인 관심에 비해, 막상 실제로 그것을 읽은 이는 많지 않다. 과연 그것이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괜히 시간 낭비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마음에 서려있기 때문이다. 숨쉬는 시간조차 아쉬울 취준생의 마음에는 백 번 공감하는 바이지만, 여유를 갖고 반대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잠시 동안의 시간을 투자해 취업과 관련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취업 관련 터닝포인트를 찾는 당신을 위해,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취업 관련 도서를 모아왔다. 취업을 함께 고민하는 입장에서 (슬프게도 금수저가 하나도 없다!) 고민 끝에 엄선한 책들이니, 한 번쯤 믿어보고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서포터즈 본인의 경험담까지 적어놨으니, 아래의 책들에 대해선 예스 24 대학생 서포터즈가 확실한 보증을 하는 바다. 취업 도서와 함께 삭막한 일상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힐링 도서와, 창업을 꿈꾸는 이를 위한 창업 도서를 함께 모아놨다.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와 함께, 취업을 위한 터닝포인트를 찾아보자.

 

터닝포인트! 취업 도서

 

▶ 사람 앞에서 말하기가 두렵다면

 

우지은의 스피치 시크릿 21
우지은 저 | 퍼플카우

『우지은의 스피치 시크릿 21 : 낭독으로 연습하는 말하기책』은 국내 최고 스피치 교육브랜드인 W스피치커뮤니케이션 우지은 대표가 꼽은 21가지의 스피치 핵심 원칙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꼽은 21개의 낭독 노하우 훈련을 통해 체계적인 일정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독자가 스피치의 탄탄한 기본기를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자신만의 스피치를 작성하고 완성해 나갈 수 있는 실전 트레이닝을 할 수 있어 초보자들도 어려움 없이 스피치를 연습해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던 나. 서포터즈 J양이 추천합니다!


평소 말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할 때도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면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전하지 못하고 내려오기 일쑤였다. 논리 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이를 보면 부럽고 질투심이 나기도 했지만, 막상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나서서 말을 해야 할 공적인 자리가 없는 동안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만, 대외활동 면접이라는 일정이 잡히자 이런 내 결점은 큰 문제가 됐다. 대외활동 합격을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면접에서 미흡한 내 말솜씨는 발목을 잡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자소서 등의 서류전형은 이미 여러 번 써온 탓에 자신이 있었지만, 면접 자리에 나갈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백지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더라도 올바른 구조의 문장으로 잘 전달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위기감을 느낀 나는 체계적으로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스피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책을 나섰다. 간절한 마음에 여러 책을 뒤졌지만,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와 닿은 책은 『우지은의 스피치 시크릿 21 : 낭독으로 연습하는 말하기책』이었다. 책에 상세히 적힌 이론 아래, 명문장과 예문을 활용한 스피치 연습을 하다 보니 내 말솜씨는 이전보다 훨씬 나아져 있었다. 반복된 연습을 하다 보니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 역시 점차 붙었고, 면접 당일에도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떨지 않고 말을 잘 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대외활동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날 면접 때 당황하지 않고 대답을 잘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일은 취업활동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도움이 될 일 아닐까. 예전의 나와 같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두려운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실질적 조언이 필요하다면

 

이기는 취업
김나이 저 | 매일경제신문사

『이기는 취업』은 여느 취업 도서와 같이 스펙 관련 정보를 구구절절 나열해 놓은 따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금융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에 관한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실제 저자에게 상담받은 많은 인원이 대기업, 외국계 회사, 금융권 등으로 활발히 진출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왜 취준생들에게 있어 ‘취업계의 바이블’로 불리는지 잘 설명해준다. 이 책은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을 크게 네 단계로 나눠 제시하며 ( (1) 나를 분석하고 강점을 뽑아내라 (2) 회사의 욕구를 파악하라 (3) 읽고 싶은 서류를 작성하라 (4) 회사와 제대로 소통하라 ) 취업을 위한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막연하기만 하다면, 『이기는 취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취업을 위한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스펙이 부족해 한숨을 쉬던 나. 서포터즈 C군이 추천합니다!


취업 얘기만 나오면 한숨이 나오는 사람이 바로 나다. 국가 경제의 침체로 안 그래도 적었던 일자리가 최근에는 더 적어졌다고 한다. 당장 내년이면 4학년이 되건만, 아직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한 것 하나 없는 스스로가 한심하기만 하다. 솔직히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물에 빠진 지푸라기를 잡겠다는 심정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지금 가진 스펙으로 승부를 걸어라!’나 ‘내 인생 마지막 취업 책’이라는 책의 문구를 보고 나니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내게 훨씬 더 많은 도움을 줬다. 기존 취업 도서들이 그저 당연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면, 이 책은 그들과는 다르게 취업과 관련된 실질적 정보를 줬다. 취업에 관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취준생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저자의 조언은 내게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된다’는 저자의 말이었다. 저자는 독자에게 더 이상 새로운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경험을 직무와 연결해 회사의 구미에 맞게 (그것을) 포장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는 학교 취업센터나 취업학원에서 가르쳐주는 획일적인 자기소개서 양식과 다른 것으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다른 자기소개서를 적을 수 있는 저자만의 특별한 방법이다. 나 자신이 이 책을 통해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만큼, 나와 같이 스펙이 충분하지 않은 청춘이라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인터뷰 역시 책 여러 곳에 담겨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4학년 선배가 이 책을 빌려 가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취준생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잘 보여준다.

 

해외 취업을 꿈꾼다면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
서은진 저 | 위즈덤하우스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는 ‘작은’ 시작을 인정한 순간 특별한 커리어를 쌓게 된 작가의 경험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여느 청춘과 다를 바 없이 매번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평범한 이 중 하였다. 연이은 탈락을 맛본 그녀는 새로운 길을 찾으려 시도했고, 노력 끝에 마침내 ‘해외 취업’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데 성공한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마침내 골드먼삭스에 계약직 비서로 취직하는 데 성공한다. 해외에 첫 취직을 하는데 성공한 그녀는 이후에도 골드만삭스 정규직 트레이더, 골드만삭스 정규직 트레이더, KB투자 증권, 블룸버그 홍콩지사 등에서 활동을 이어갔고, 새로운 꿈을 위해 지금도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이 같은 성공담을 말하는 동시에, 독자에게 ‘무엇이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 자신 역시 숱한 실패를 겪은 만큼, 실패는 넘어서지 못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취업 준비로 지쳤거나, ‘해외취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꿈꾸는 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 해외취업을 꿈꾸던 나. 서포터즈 D양이 추천합니다!

 

전공 공부를 하며 해외 취업을 준비하려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주변엔 해외취업에 관해 아는 사람이 전무했고, 물어볼 곳 역시 마땅치 않아 마음과 다르게 별다른 준비를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막연하게만 정보를 찾자니 불안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간절한 마음과 달리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으니 이보다 답답할 수 없었다. 이런 내 답답함을 해결해준 건,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였다. 여느 책들과 같이 해외 취업에 관한 포괄적 이야기가 아닌, 작가가 홍콩에서 직접 겪은 경험담을 서술한 이 책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책이 무엇보다도 특별한 것은 친근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편안함’이었다. 옆집 동생에게 말하듯 기분 좋게 다가오는 작가의 접근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꼼꼼히 해외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준다. 이 책 덕분에 나는 현지에 대한 정보와 함께, 내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방향 설정을 뚜렷이 할 수 있었다.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해외취업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작가의 따뜻한 다독임까지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힐링이 필요해! 힐링 도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

 

위대한 멈춤
박승오,홍승완 공저 | 열린책들

취준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외활동, 토익점수, 학점 등 여러 답이 떠오르지만, 이들은 모두 자기소개서에 한 줄 적기 위한 스펙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보다 취준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본인의 삶에 대한 준비다. 본인의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스펙은 아무리 쌓여도 진실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스스로의 삶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위대한 멈춤』은 그런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방법을 친절히 설명하며, 이를 통해 독자가 ‘주체적 개인’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주체성 획득의 방법을 크게 3단계인 ‘부름, 방법, 귀환’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각 단계는 독자로 하여금 조금씩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도록 돕고, 나아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존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된 사회에 회의감이 든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진정한 준비는 나를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하니 말이다.

 

- 늦은 사춘기를 겪었던 나. 서포터즈 T양이 추천합니다!


주변의 취업 이야기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이곳, ‘헬조선’에서 여자 나이 26살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닌 만큼, 내 주위에는 언제나 취업에 관한 이야기가 맴돌고 있다. 주변의 압박이 닥쳐오자 무작정 취업 준비를 시작했지만, 그렇게 시작한 토익과 자격증은 신물이 날 정도로 지겨웠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와 거울을 볼 때면 내 얼굴은 언제나 지쳐 있었다. 이젠 일상생활이 재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에 회의감이 들어가던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큰 관심 없이 읽었던 이 책은, 그날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내 삶에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스펙을 쌓기보다, 나 자신을 쌓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내 삶의 주체성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믿게 되니 더 이상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좋아하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그와 함께 취업 준비를 하니 내 삶은 더 이상 이전처럼 푸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취업 준비를 하기 전보다도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았다. 이 책이 내게 준 선물은 비단 즐거움만이 아니었다. 스스로에 대해 보다 잘 알게 되고 나니 이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구체적인 삶의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됐고, 그것의 실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세부 계획 역시 세울 수 있게 됐다. 스펙을 쌓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을 쌓기 전에 먼저 질문해보자. 과연 스펙은 내 삶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일까.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곧장 할 수 없었다면, 아직 당신은 스스로의 삶을 살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따뜻한 말 한 그릇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저 | 한겨레출판

힘들고 지칠 때면 어떠한 말을 들어도 기운이 나질 않는다. 백 마디 허황된 위로보다 따뜻한 한 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이처럼 지치고 힘든 당신을 위해 따뜻한 말 한 그릇을 차려줄 책이다. 영화 <심야식당>에서 많은 이가 늦은 시간에 음식점을 찾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이들이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굳이 허름한 식당에 찾는 이유는, 음식이라는 것에 단순히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애정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 한 그릇은 배뿐만 아니라 마음을 덥혀주고, 얼음장같이 응어리진 슬픔 역시 녹여준다. 이 책은 이와 같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영혼’을 위로해주는 음식의 조리법을 담은 책이다. 작가는 딸을 위해 힘이 날 만한 음식의 레시피를 적은 동시에,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짧은 조언을 적어놓았다. 딸에게 직접 건네는 듯한 작가의 목소리를 천천히 읽어나가면 내 마음 역시 따뜻해진다.

 

- 밥에서 위로를 찾은 나. 서포터즈 J양이 추천합니다!

 

학교에 통학을 하고 있는 내겐 익숙지 않은 이야기지만,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는 친구들은 집밥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들이 집밥을 먹고 싶어 하는 건 매일 먹는 인스턴트식품에 질린 까닭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밥으로 느끼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어머니와,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있는 집밥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며 힘든 일을 계속해서 겪을 때면, 익숙함에 떠올리지 못했던 그 같은 일상의 소중함은 더욱 절실해진다. 자격증, 토익, 면접, 아르바이트 등 바쁜 일상 속에서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때면, 왜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고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이와 같이 따뜻함이 절실한 청춘에게 어머니의 따뜻함을 대신 전해주는 책이다. 간단한 레시피와 함께 함께 적힌 작가의 따뜻한 말은, 자식에게 좋은 것만 전하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재료가 구하기 어렵지 않을뿐더러 요리법이 상세히 나와 있는 만큼, 요리에 익숙지 않은 독자도 책을 보고 쉽게 요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 책을 함께 보고 요리를 만들었던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의 요리는 그녀에게 진정한 ‘힐링푸드’였다고 한다. 불안함과 조급함에 쫓겨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머니의 따뜻한 집밥을 그리워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보는 건 어떨까. 한 끼의 정성스러운 식사는 지친 하루를 위로하기에 충분한 것이니 말이다.


천천히 가도 좋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저/이영철 그림 | 수오서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시대의 멘토로 불리는 혜민스님이 트위터에 올린 글귀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인생의 여러 질문(고민)에 대한 작가의 의견과 함께, 그가 다른 이들을 위해 직접 생각해낸 위로의 말이 담겨있다. 작가는 매일 같이 지치고 힘든 일만 생겨나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모든 것을 천천히 바라볼 것을 권한다. 일에만 매여 하루를 보내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여유롭게 보는 이 같은 태도를 통해 많은 이가 어려워하는 고민거리들을 가볍게 풀어낸다. 현실감 없는 말이나 와 닿지 않는 말들을 모아놓은 여느 에세이들과 다르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저자의 태도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위로를 줄 것이다. 모든 게 지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으며 숨을 돌려보자.

 

- 매일이 불안했던 나. 서포터즈 H군이 추천합니다!


불안함에 매일 떨었던 시기가 있었다. 여유를 가지려 노력해봐도 잘 되지 않았고,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조금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그때 나는 긴장을 풀면 다른 누군가가 나를 앞지를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나는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을 보면 불안함에 잠에 들 수 없었고, 내가 그보다 더 나은 점을 하나 찾아야 안심할 수 있었다. 뜬눈으로 매일 같이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거실에 있는 책 한 권을 펼쳐 들었다. 어머니가 내게 주셨지만 괜한 거부감에 읽지 않았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이런 유의 에세이는 조금도 공감이 가지 않는 허황된 위로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은 내게 (그런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 책에는 독자를 생각한 저자의 진심이 느껴졌던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담긴 문장은 하나같이 내 가슴에 스며들었고, 덕분에 나는 한결 더 나은 기분이 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는 이 책을 꺼내 읽는다. 저자의 따뜻한 말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내 안의 불안감은 차츰 사라지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저자가 말하는 ‘여유’를 조금은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힘들고 아픈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테지만, 조금의 여유를 가지면 이 모든 것들을 결국엔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


남 눈치는 이제 그만! 창업 도서

 

창업을 꿈꾼다면

 

나는 1인 기업가다
홍순성 저 | 세종서적

모든 이가 같은 성향을 가질 수 없듯, 모든 이가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이와 같이 일하는 게 싫거나, 자신이 리더가 되어야만 하는 사람에게 다른 이와 함께 일하는 회사생활을 한다는 건 지옥 같은 일이 될 수 있다. 이런 이들은 모두 소박하게나마 자신의 회사를 가꾸는 걸 꿈꾸지만,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생각에 그치고만 만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나는 1인 기업가다』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는 1인 기업가다』는 창업에 관심이 많지만 자본이 부족해 시작하지 못하는 이를 위해 소규모로 창업을 할 수 있는 ‘1인 기업’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1인 기업을 위해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밀히 소개하며, 나아가 1인 기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관리법 등을 설명해준다. 1인 기업 전반에 대한 소개는 물론 1인 기업을 오랫동안 운영해온 작가의 노하우까지 담겨 있으니, 창업을 꿈꾸는 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서포터즈 L군이 추천합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 때문이었다. 창업을 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파악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나는 『나는 1인 기업가다』를 친구에게 선물해주었다. 나 역시 창업에 대해 잘 몰라 창업 도서 중 고른 끝에 친구에게 선물해준 것이었지만, 다행히 친구는 책을 통해 큰 도움을 받은 모양이었다. 왜 창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설정과 준비과정, 그리고 1인 기업의 운영 방법까지 모두 실린 책을 통해 친구는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작년 말 창업을 하는 데 성공했다. 우려와 달리 친구는 점포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 몇 개의 체인점을 세우는 성과까지 이룩해냈다. 이 모든 것이 책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창업이 어렵다며 헤매던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면 책의 효과가 적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 당장 창업을 하고 싶은 게 아니더라도, 창업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만의 기업을 만든다는 꿈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나는 1인 기업가다』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9대 대선주자,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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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후보자는 현재 총 15명으로, 이제까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많은 후보자가 등록했다.


15명 중 국회 의석을 확보한 정당에서 출마한 후보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으로 5명이다. 나머지 10명의 후보는 무소속이거나 국회 의석이 없는 정당의 후보로, 정당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기호를 배정한다.


후보자들은 4월 16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4월 17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앞서 벌어졌던 토론회에서는 안보와 교육, 정치 관점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http://policy.nec.go.kr)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공약과 가치관을 설명하다 보니 토론회만으로는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의 가치관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은 어떨까? 후보자가 직접 쓴 책은 무엇보다 후보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선거와 관련한 책을 보면서 이번 대선의 의미와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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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문재인 저 | 가교

이명박 정부가 끝나갈 무렵 쓰인 책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비사를 비롯해 처음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 함께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는 물론 서거 이후 30여 년 세월 동안의 인연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노무현 시대를 넘어선 다음 시대를 준비하면서 노무현을 '시대의 짐'으로부터 놓아주고 그의 짐을 떠안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저 | 퍼플카우

전주의 한 시장에서 만난 초등학생과의 짧은 인터뷰로 시작한 내용은 정치참여를 결심한 이유와 18대 대통령선거 출마선언문을 통해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혁명 등 18대 대선 당시 주요 공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 타 정당 후보들과 다른 발언 등도 담았다. 후반부에는 18대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을 위해 국민에게 받은 메시지와 저자가 직접 올린 트윗을 담아 문재인이 어떻게 소통했는지, 어떤 말들에 귀 기울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 저/문형렬 편 | 21세기북스

'기억', '동행', '광장', '약속', '행복', '새로운 대한민국' 등 6개 주제로 구성, 평범한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던 가난한 어린 시절부터, 문재인이 만나고 겪어온 사람들, 현재 대한민국이 겪는 진통의 시작과 해결책, 그가 설계하고 다시 세우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까지 살폈다. '문재인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 25'에서는 '개헌', '국민성장론', '사드 배치', '섀도 캐비닛', '호남 민심' 등 첨예한 주제들을 물어 답변을 수록했다.

 

 

운명에서 희망으로
문재인,이나미 공저 | 다산북스

한국인의 집단 심리와 사회현상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온 이나미 박사가 문재인과 심층 대담을 진행하고 문재인의 삶과 생각을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묻고 분석했다. 심리학자의 관점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환경과 집단 심리가 어떻게 문재인에게 작용하는지 짚는다. 문재인을 향한 '프레임'과 '신드롬', 모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한국의 정치 환경, 정치판의 부성 콤플렉스, 영웅 콤플렉스 등의 진단은 객관적으로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와 문재인을 동시에 읽어볼 기회를 제공한다.

 

 

 

나 돌아가고 싶다
홍준표 저 | 행복한집

현재 절판인 책으로 2005년 출간됐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물로 채워야 했고, 홍수로 인해 집이 잠긴 적도 많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해 대통령의 측근과 연루된 슬롯머신 게이트를 파헤치면서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실제 검사로 알려진 홍준표의 일생을 담아 정치 역정보다는 살아온 체험을 이야기한다. 최근 책에 실렸던 성범죄 모의 내용으로 논란이 되었다.

 

 

 

변방
홍준표 저 | 형설라이프

검사 시절, 홍준표는 정의에 대한 강한 목마름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신은 곧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으로 치부되어 권력의 억압을 받기도 했다. 또한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정치권에서 겪었던 여러 사건에는 파란의 시대 한가운데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고군분투했던 홍준표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정치에 대한 고찰과 신념은 변방의 삶을 살았지만 언제나 정의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준 정신적 보루였다.

 

 

홍준표가 답하다
홍준표 저/김대식 편 | 봄봄스토리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홍준표는 서민 대통령, 정의로운 대통령, 당당한 대통령을 키워드로 들었다. '물로 배를 채웠던 지난날의 제 경험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믿습니다. (중략) 무엇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국민의 대다수가 서민층이기에 유년 시절에 겪은 제 가난이 큰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가난을 살아봤기에 피상적인 정책을 써서 예산만 낭비하는 일은 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라는 책 속 말처럼, 대권 주자로 나온 홍준표의 뜻을 헤아려볼 수 있다. 책을 엮은 김대식은 동서대학교 교수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차관) 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소신이 있으면 두려움이 없다
홍준표 저 | 실크로드

초판을 발행한 지 20여 년이 지난 『홍 검사 당신 실수하는 거요』의 개정판이다. 본문을 읽기 편하게 바꾸고 제목을 바꾸었다. 처음 이 책을 펴낼 때 홍준표는 막 검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설 준비를 하던 시점이었다. 당시 저자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던 '소신'과 '정의'는 그 후 국회에서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 또는 경상남도에서 도지사로 일할 때도 동일했다.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시점에 20여 년 전 홍준표를 다시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안철수 저 | 김영사

2005년 출간된 책으로, 서초동 뒷골목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3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한 때부터 누구나 알 만한 기업을 만들기까지 6년에 걸친 안철수의 삶과 기업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기업 세계에서 원칙으로 승부한 안철수의 기업 철학이 드러나 있다.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전 안철수의 모습을 엿보는 책.

 

 

 

 

안철수
안철수 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대학교 교수와 학생들,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관악초청강연'에서 안철수가 직접 강연한 내용과 질문 ? 답변을 담았다. 안철수가 생각하는 '경영'이란 어떤 것이며, 또 어떠해야 하는지 당위를 설명한다. 안철수의 경영은 단순한 의미의 '기업 경영'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인생경영'이나 '기업경영,' '국가경영'의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인간 행위다. 책의 백미는 우리가 항상 안철수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을 안철수가 특유의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해 주는 부분이다. 어떤 학생은 "피라미드의 우두머리 역할을 할 생각이 없는가?" 라는 당찬 질문을 하고, 어떤 학생은 "죽어도 이제까지의 삶을 후회하지 않으시겠는가"라고 묻는다.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 저/제정임 편 | 김영사

2012년 출간되어 누적 판매량 70만 부를 기록해 역대 대선주자 책으로는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책이다.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에서 인간 안철수에 대한 궁금증,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ㆍ공교육의 붕괴와 학교폭력ㆍ언론사 파업과 강정마을 사태 등 사회 쟁점에 대한 견해, 복지와 정의와 평화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비전과 통찰, 그리고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 대해 이야기를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와 엮었다.

 

 

 

 

한국 기업의 운명을 바꿀 21세기 미래경영
유승민 등저 | 김영사

2000년 출간되어 지금은 절판되었다. 21세기를 맞아 정보통신의 발달로 변화되어야 할 기업구조의 방향은 어떠한 것인지 나라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디지털경영, 가치중심경영, 네트워크경영, 지식경영, 브랜드 전략의 개념과 적용을 분석해 한국 기업이 풀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선진국과 국내 기업의 사례와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분석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으로 경제정책을 연구한 유승민의 경제상이 두드러진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유승민 저 | 봄빛서원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그 흔한 출판기념회를 한 번 하지 않은 유승민이 그동안 살아온 날들과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정치를 해왔는지, 왜 정치를 하고 있는지, 꿈꾸는 정치는 무엇인지, 함께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것인지, 가슴속에 눌러 담았던 말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고 난 후 IMF 위기에서 정치를 시작한 정치 이력과 함께 국가와 정의, 정치관을 피력한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박노자,김규항,홍세화,심상정,진중권,한홍구,손석춘 저 | 시대의창

2007년 출간된 지승호의 인터뷰집으로 박노자, 김규항, 진중권 등과 함께 심상정의 인터뷰가 실렸다. 대한민국을 '삼성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말하며 신자유주의에 대한 찬반, 기득권을 위한 정치, 노무현의 비극, 남북경협, 미국의 태도 등 첨예한 주제를 말한다. 한미FTA 졸속 타결을 강하게 질타했고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 및 기득권 세력의 개혁을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
심상정,임순례 등저 | 행복한책읽기

2010년 출간된 책이다. 심상정이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22명의 필자가 스물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통해 심상정이라는 인물을 읽을 수 있다. 임순례 영화감독과 가진 인터뷰, 친언니 심상임이 말하는 동생 심상정 등 인간 심상정을 들여다보고,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정태인 정치바로 연구소장 등의 시선으로 정치인 심상정을 살펴본다. '나는 정치인 심상정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한다. 그 성패는 한 진보정치인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나라 진보진영 전체의 성패,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패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는 윤여준의 말이 인상 깊다.

 

 

 

대통령의 조건
최명기 저 | 지음미디어

저자는 먼저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했던 1987년부터 2012년까지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동안 대중의 선택이 어떤 방향성을 보여왔는지 진단한다. 그리고 2017년 대권 레이스에 나선 대선후보군의 면면을 세심하게 검증함으로써 우리의 선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한다. 그들의 자라온 환경, 과거의 정치적 행보, 심리 상태와 성격 유형, 행동 패턴 등을 살펴보는 총체적 탐구를 통해 역사적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답을 찾게 될 것이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심모리치오 비롤리 저/김재중 역 | 안티고네

대한민국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자유로운 사람들'이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내면서 새 나라를 세우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끝은 또다시 선거이다. 선거 때만 되면 사람들은 늘 고민한다. 어느 후보를 뽑아야 하는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투표는 우리가 민주공화국을 선호하며, 다른 대안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마키아벨리는 만약 정치 지도자가 스스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지도자를 바꿔야 하며, 어떤 대통령이 시대와 가장 어울리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현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연혁 저 | 시공사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스웨덴에서 좋은 국가, 좋은 정부를 연구한 한국인 정치학자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책. 저자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국가를 개조해 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역사를 지배해온 강대국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흥망성쇠를 거듭했는지 세밀하게 짚어주며, 좋은 국가란 무엇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힌트를 제공한다. 결국 사회의 각 분야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관된 다른 분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 없이 등장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근시안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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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려운 책에 대한 어려운 리뷰] 『오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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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와디 사이드(Edward Wadie Said) - 널리 알려진 대로 영미권 이름과 아랍권 성(姓)의 결합이다. -는 1935년 당시 영국령 예루살렘에서 부유한 팔레스타인인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빚어진 1차 중동전쟁을 피해 이집트로 건너갔다가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 대학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가 되었다. 젊은 나이에 명문대 교수로 자리 잡아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미국 지식인으로 살 것 같던 사이드는 1967년 3차 중동 전쟁을 계기로 인생행로를 크게 바꾼다. 이 전쟁을 통해 그는 미국 사회가 팔레스타인과 아랍인에 대해 극히 적대적인 사회라는 것을 명확히 깨닫고 팔레스타인 사람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각성을 통해 사이드는 촉망받지만 평범한 아카데믹한 제도 영문학 연구자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활동가이자 향후 탈식민주의 연구라는 방대한 분야로 발전해나갈 새로운 학문 영역의 개척자로 변신한다. 1978년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는데, 스스로도 출판이 가능할까 의심했던 이 책은 20세기에 나온 책들 중 단일저작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의 하나가 되었다.

 

동양이라는 이름의 이데올로기

 

1970년대 말은 전통적인 민족주의나 민족주의화된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민족해방투쟁으로 정치적 독립을 쟁취한 많은 나라에서 독재와 정치적 혼란이 나타나 실망감을 불러일으킨 시기였다. 이런 시점에 『오리엔탈리즘』의 등장은 제국주의와 식민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오리엔탈리즘』에서 사이드는 먼저 유럽의 역사 속에서 “동양적 전제, 동양적 관능, 동양적 신비” 등 동양 일반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시켜 온 오리엔탈리즘적인 사유방식이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를 검토하고, 그것이 19세기 유럽의 학자와 작가들을 통해 재구성되어 식민지 경영에 기여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이 이슬람에 중세적 이미지를 덮어씌우며 악마화 하는 현대 제국 미국의 외교 정책 속에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 드러낸다.

 

이 책에서 다루는 “동양(오리엔트)”이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유럽의 타자로 등장한 현재의 중동지역을 가리키는데, 사이드는 “동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유럽인들에 의해 허구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동양”이라고 불리는 것 내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질성과 차이들을 무시하고 하나의 범주로 일반화 하는 태도는 (마치 여성 일반을 “성녀”와 “창녀”로 단순화 시켜 바라보는 이분법처럼) “동양”과 “동양인”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동시에 찬양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귀결된다. 본래 예술에서 나타난 동양풍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됐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은 19세기를 거치며 “동양”에 대한 연구 일반을 아우르는 말로 확장되었는데, 사이드에 따르면 이러한 학문적 탐구는 오히려 유럽인들이 가진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시켜 서구 열강의 식민지 경영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사이드는 푸코의 권력-지식 이론에 기대어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을 지배하려는 권력의지와 결합하여 생산된 유럽의 총체적인 담론체계로 재규정한다.

 

『오리엔탈리즘』은 출간되자마자 영미학계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른바 “동양”에 관련한 서구의 학문제도 전반을 비판한 사이드의 이론은 기존 관련 학계로부터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 책에 고무 받은 후속 연구들이 쏟아지며 미국 학계에 탈식민주의 연구라는 새로운 전통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짧은 시간 내에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오리엔탈리즘』은 그 단어의 의미를 영구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전까지 가치중립적이거나 동양친화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지던 오리엔탈리즘은 이 책을 통해 서구의 동양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획일적이고 신비한 동양이라는 개념을 창출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은 더 이상 동양 관련 연구에만 쓰이는 말이 아닌 타자의 문화들이 취급되고 재현되는 방식 일반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이미 1977년부터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의 성공 이후 미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대변자 역할을 하며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많은 글을 썼다. 이 때문에 과격한 유대인들로부터 테러 협박을 받았고, 그 자신이 테러 교수라는 악명을 얻기도 했다. 1991년 백혈병 선고를 받은 사이드는 병마에도 불구하고 93년 『오리엔탈리즘』의 문제의식을 중동을 넘어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한 또 하나의 대작 『문화와 제국주의』를 발표했으며 99년에는 자서전(『Out of Place』)을 발간했다.

 

사이드는 일찍부터 전통적인 민족주의와 테러리즘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허구적인 민족 대립을 넘어 평화적으로 상호공존을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러나 1993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자 진정한 화해라고 볼 수 없는 굴욕적인 협정이라고 비판하여 오히려 팔레스타인에서 그의 책들이 금서가 되었다. 2000년 7월 레바논 국경지역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되며 또 다시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켰던 사이드는 2003년 죽기 직전까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의 부당성을 설파하는 순회강연에 나서는 등 변함없는 실천적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다 운명했다.

 

에드워드 사이드와 포스트주의


탈식민주의의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근원적 비판은 포스트구조주의 같은 서구 근대성에 대한 급진적 비판 이론과 조우한다. 예컨대 대표적인 탈식민주의 이론가로 꼽히는 호미 바바나 가야트리 스피박은 포스트구조주의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반면 사이드의 경우 푸코의 담론 개념을 쓰긴 하지만 일정정도 거리를 취한다. 그는 종종 실제의 세계를 텍스트로 환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구조주의/포스트구조주의 이론가들과 달리 텍스트 역시 물질적 세계의 한 구성부분일 뿐이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데, 이러한 생각은 다른 탈식민주의 학자들과 달리 적극적인 참여 행위로 나서게 하는 바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텍스트 중심 담론들에 비해 유물론적 관점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드 역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오리엔탈리즘』이나 『문화와 제국주의』는 주로 텍스트, 그것도 문학적 텍스트에 대한 분석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물론 사이드의 전공이 비교문학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면이 있겠지만, 『오리엔탈리즘』과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실제 역사에 대한 분석이 취약하거나 오류가 있다는 지적은 자주 제기된 비판이다. 『오리엔탈리즘』에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스트로 격렬히 비판받은 영미권의 가장 권위 있는 중동 역사가 버나드 루이스는 사이드가 중동의 역사 뿐 아니라 유럽의 역사에도 무지한데 놀랐다고 비판한 바 있으며, 이런 약점은 『오리엔탈리즘, 예술과 역사』를 쓴 존 맥켄지처럼 사이드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역사학자들도 지적한 바 있다.

 

과도하게 텍스트 중심적이라든가 추상적이라는 비판은 탈식민주의 계열 학자들에도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이다. 문화주의로 경도되어 있는 탈식민주의 이론이 실제 정치적 태도와 실천에서는 매우 모호하다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사이드에게 기원하는 면이 있는데, 적극적인 정치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주로 개인의 윤리에 호소하며 특정한 정파나 정치 이념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사이드가 스스로를 권력의 손길에서 벗어난 진리를 추구하는 망명 학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권력과 진리의 복잡한 연계관계를 연구한 푸코의 개념을 연구한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소박한 태도가 아닌가 한다.

 

탈식민주의 연구들이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학문 제도 내에 안주하며 현실의 전지구적 자본주의 착취체계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 역시 귀담아 들을 만한 비판이다. 실제로 『오리엔탈리즘』이후의 탈식민주의 연구들은 8, 90년대 마르크스주의적 식민지 이론 및 실천의 공백기에 번성했고, 프란츠 파농과 같이 그에 영향 받은 이전의 반식민 담론들과 단절한 것처럼 자신들의 이론을 구성하는 면이 있다.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넘어


사이드가 “동양”의 개념을 해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동양과 서양의 이분법에 기대어 내부의 차이와 위계를 무시하고 다는 여성주의자들의 비판도 있다. 사이드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오리엔탈리즘』의 1995년판 서문에서 부분적으로 긍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리엔탈리즘』은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던지는 책이다. 인도 학자 파사 차터지는 “오리엔탈리즘은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명료하게 표현할 언어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관해 말한 책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식민의 경험이 있는 우리에게 일본 제국주의가 보인 오리엔탈리즘적인 모습은 상당히 익숙하다. 또 한국 같이 어느 정도 근대화가 성공했다는 나라에서는 특히 그것이 스스로 오리엔탈리즘을 내면화해온 과정이 아니었는가라는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처럼 스스로 지배적인 민족의 위치로 자국사를 재구성하려고 하는 유사 역사학적 경향이나 더 가난한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멸시가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오리엔탈리즘Edward W. said 저/박홍규 역 | 교보문고
『에드워드 W. 사이드(Edward Wadi Said)는 1935년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 컬럼비아 대학교 영문학, 비교문학 교수와 하버드 대학교 비교문학 객원교수로 지내며 이론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했다. 서구인들이 말하는 동양의 이미지가 서구의 편견과 왜곡에서 비롯된 허상임을 체계적으로 비판한 『오리엔탈리즘』을 1978년 출간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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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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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부족하다. 피곤이 풀릴 사이도 없이 끝나버리는 주말은 늘 아쉽기만 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영혼 없는 월급 중독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처럼 바쁜 현대인들에게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그의 에세이에서 심장처럼 휴식할 것을 권한다. 평생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박동을 계속하는 심장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두 번의 박동 사이 아주 짧은 한 순간 휴식한다는 것이다. 투르니에는 심장의 휴식처럼 삶 속에 너무나도 잘 편입되어 있어 그 자체가 휴식과 바캉스를 내포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일상생활에 잘 녹아있는 휴식이라면 커피를 빼놓을 수 없다. 커피가 아무리 저렴하고 간편한 것이 되어도, 바쁜 인생에 잠시 동안의 휴식과 여유를 제공하는 커피만의 낭만이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손수 내려 마시는 한 잔의 커피라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짧고 강렬한 쉼이 될 것이다.

 

핸드 드립에 쓰이는 드리퍼는 150여 년 전 독일의 메리타 여사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동양의 다도 문화와 결합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커피를 즐기기 더욱 간편해진 요즘 원두를 분쇄하고 드리퍼에 가지런히 담은 후 먼저 물길이 잘 열릴 수 있도록 뜸 들이고, 정성껏 한 방울의 커피를 내리는 것이 어쩌면 매우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번거로움이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이들에게 짧지만 깊은 휴식이 된다. 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가늘고 균일하게 유지하며 천천히 원을 그리는 몇 분 동안 우리 영혼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앞으로도 지독한 슬픔이 혹은 더없는 행복이 찾아올 수 있겠지만, 그것이 그저 사는 것임을, 누구의 삶이든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앨리스 먼로는 1931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 캐나다 소도시와 주변 농장을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시골 소도시에서 보내는 평범해 보이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주제가 진부하다는 이유로 20여 년간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녀는 아이들이 낮잠을 자거나 학교에 간 시간을 이용해 계속해서 글을 썼다. 2013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 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앨리스 먼로를 지명하며 매우 간단한 선정 이유를 밝혔다.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

 

감상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문장 때문에 얼핏 놓칠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자존심」이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언청이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평생 사람들의 차별적인 시선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부모를 잃고 외롭게 살고 있는 오나이다가 그의 집으로 이사 오겠다고 했을 때, 그는 매우 놀랐고 화가 났다. 그녀와 그가 한집에 살더라도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 또한 그런 이유로 그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것일 테니까.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둘 사이가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맺어질 수 없다면 그저 현재의 상태를 견디며 살아가겠다고.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생각한다. ‘어떤 장애를 가지고 살았건 어떤 시기에 이르면 많은 문제들이 상당수 해결된다. 당신의 얼굴만이 아닌 모두의 얼굴이 고통을 경험했다.’

 

『디어 라이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어떤 종류의 결함을 가지고 있다. 관계 불능의 남자와 밤마다 동생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소녀, 남편과의 평범한 관계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시인 등. 그녀의 작품을 천천히 읽다 보면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들에게도 남들에게는 터놓고 말할 수 없는 각자의 결함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은 곧이어 그녀의 작품을 읽는 독자, 바로 나 자신도 그러한 결함과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초보자가 핸드 드립 커피에 도전하는 경우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첫 번째는 물의 온도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불쾌한 쓴맛이 추출되니 끓인 물을 바로 사용하지 말고 꼭 온도계를 이용해 90?C가 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리고 가늘고 균일한 물줄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물을 붓는다’는 느낌보다는 커피에 물줄기를 ‘얹어준다’는 생각으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커피를 내리는 몇 분의 시간이 매우 특별해짐을 느낄 수 있다. 행복한 순간보다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더 많았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것이 내 삶임을, 영혼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만 그냥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긍정하고 얼마쯤은 받아들이게 된다.

 

핸드 드립

 

재료

커피 원두 12~ 15g, 드리퍼, 서버, 필터, 전용 주전자, 핸드밀

 

만들기

1. 드리퍼에 필터를 장착한 후 분쇄한 원두 12~15g을 넣고 살짝 흔들어 수평을 맞춘다.
2. 중간 지점부터 바깥 방향으로 천천히 나선형을 그리며 물을 부어 뜸을 들인다.
3. 원두가 더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으면 서버에 150mL의 커피가 담길 때까지 나선형을 왕복으로 그리며 물을 부어준다.

 


 

 

디어 라이프앨리스 먼로 저/정연희 역 | 문학동네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걸작.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쓴 표제작 「디어 라이프」를 포함하여, 2012년 오헨리상 수상작 「코리」 등 총 열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섬세한 통찰력과 빼어난 구성으로 짧은 이야기 속에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한순간을 그려내 "우리 시대의 체호프"라 불리는 앨리스 먼로. 그녀가 구축해낸 "단편 미학의 정수"가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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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취향을 추측할 수 있는 책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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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편에서 7년 만에 소설 한 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인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다. 아마도 이런 두근거림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특히 그는 나에게 은인이나 다름없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에세이의 서문을 읽고 저 멀리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으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고, 그때의 경험은 책바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소설마다 각종 술을 유의미한 존재로 만들어내니,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다. 아쉽게도, 난 일본어를 ‘오겡끼 데스까’ 정도밖에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신간에 관한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신간에 대한 소식으로 한동안 주목받지 못할 것 같은 전작 1Q84』다.

 

살다 보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지금 여기가 현실임을 증명시켜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맨살을 손으로 꼬집어서 고통을 통해 현실을 자각했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인셉션>에서는 각자의 토템을 통해 현실과 꿈의 세계를 구분했다. 어둑어둑한 밤, 밖에 나가서 하늘을 보면 환한 달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넨다. 우리의 시야에서 달은 종종 모습을 바꾸곤 하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개수는 하나다. 즉, 달이 하나라는 것은 현실을 의미한다. 그런데 달이 두 개인 세계가 있다. 바로 1Q84』의 세계이다. 2009년에 발간된 이 책은 1Q84란 세계 속에 우연히 들어간 여자 주인공 아오마메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문학소녀 후카에리를 만나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남자 주인공 덴고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다.

 

아오마메는 청탁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킬러다. 물론 아무나 죽이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 폭력을 가했거나 큰 상처를 입혔던 남성들이 대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평소처럼 청탁을 받고 한 사람을 죽인다. 그녀에게는 사람을 죽인 뒤에 실천하는 일종의 ‘의식’이 있다. 집에 들어가서 잠들기 전에, 고조된 신경을 풀기 위해 알코올을 섭취해야만 한다. 더불어 함께 밤을 지새울 남자를 발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녀는 어느 호텔의 바에 들어간 뒤 주위를 둘러보며 잠자리를 함께할 남자를 물색한다. 이들은 중년의 나이에 머리카락이 약간 남아 있고, 두상이 숀 코네리와 같이 아름답고 섹시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같이 잘 때 성적으로 덤덤하지 않아 보여야 한다. 그녀는 자신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남자들이 마시는 칵테일을 지긋이 살펴본다. 어느 사람의 칵테일 취향은 성적 취향을 알아내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텐더가 메뉴와 물수건을 들고 오자 남자는 메뉴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스카치 하이볼을 주문했다. “원하시는 브랜드가 있습니까?” 바텐더가 물었다. “딱히 원하는 건 없어. 아무거나 괜찮아요.” 남자는 말했다.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였다. 간사이 사투리가 슬쩍 잡힌다. 그러더니 남자는 문득 생각난 듯 커티삭이 있느냐고 물었다. 있다고 바텐더는 말했다. 나쁘지 않아, 아오마메는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게 시바스 리걸이나 까다로운 싱글몰트가 아닌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바에서 필요 이상으로 술의 종류에 집착하는 인간은 대개의 경우 성적으로 덤덤하다는 게 아오마메의 개인적인 견해였다. -1권, 123쪽

 

아오마메는 하룻밤 상대로 ‘커티삭 하이볼’을 주문하는 이 중년 남성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남자의 주목을 받기 위해 동일한 위스키 브랜드인 ‘커티삭’을 온더록스 스타일로 따라 주문한다. 커티삭Cutty sark은 스코틀랜드의 블렌디드 위스키 중 하나로,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술이다. 19세기 영국의 초고속 범선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최초 유래는 로버트 번스의 시에서 마녀가 입고 있던 짧은 속옷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위스키와 범선 그리고 속옷을 가리키는 단어가 동일하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커티삭 하이볼은 커티삭을 베이스로 하여 얼음과 함께 소다수(또는 토닉워터, 진저에일)를 채운 칵테일이다. 보통 1:3정도의 비율로 섞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약 10도 정도로 맥주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앞서 그녀의 생각에도 나왔듯이, 커티삭은 매우 보편적인 위스키라고 볼 수 있다. 가격이 부담 없을 뿐 아니라, 정말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다수로 채워진 커티삭 하이볼은 가볍게 첫 잔으로 시작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마시기에 모두 적절한 선택이다. 만약 내가 무인도에서 매일 마실 수 있는 술을 하나만 선택하게 된다면, 수많은 걸출한 후보들 중에서 커티삭 하이볼이 단연 유력한 선택으로 떠오를 것 같다. 맛을 떠나 그만큼 질리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오마메가 보기에도 보편적인 위스키를 선택한 사람은 역설적으로 성적으로 무언가 기대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실제로도, 그녀의 가설은 적중했다. 그 남자는 아오마메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커티삭 하이볼

 

재료
커티삭 위스키, 소다수(혹은 진저에일, 토닉워터), 레몬 혹은 라임

 

만들기
1. 기다란 하이볼 글라스에 잘 얼려진 얼음을 넣는다.
2. 커티삭을 1.5oz(45mL) 따르고, 3~4배의 비율로 소다수(혹은 진저에일, 토닉워터)를 채운다.
3. 느끼고 싶은 풍미에 따라 레몬 혹은 라임을 얇게 썰어 넣는다.


 

 

1Q84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 문학동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시작하여 『노르웨이의 숲』으로 마무리되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에,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로,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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