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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채널예스 : 특집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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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플레이리스트] 친구와 다투고 너무 말을 심하게 했다고 후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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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으로


식칼을 던진다. 식칼을 던진다. 식칼 두 자루가 공중을


통과하고.


모든 빛이 식칼에게 쏟아진다.


반사합니다. 눈동자 위로 태양. 눈동자 위로 태양이 지나가고. 태양 두 개가


새의 두 눈에 떠 있으면.


이제 너의 차례입니다. 태양이 태양에게.

이제 나의 차례입니까. 태양이 태양에게.


식칼이


추락합니다. 그리고 또다른 추락입니다. 식칼 두 자루가 공중을 통과한다. 새가 그 자리를 지나가면.


잘린 손목을 두고 가겠습니다.


그러면 나를 용서해줄 줄 알았어.

- 양안다 「저글링」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문학동네)


후회는 언제 하나요? 주워 담을 수 있는 결정이었다면 후회가 적습니다. 얼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주워 담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미 나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입을 떠난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된 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표정을 보는 낭패감이란. 설상가상으로 상대방도 날 선 말이 준비되어 있다면? 상처뿐인 대화 릴레이가 시작되는 거죠. 더 다치기 전에 저글링을 끝내고 싶지만, 돌아가는 칼의 관성은 손쉽게 한 번에 정리되지 않아요. 손목을 내놓고 용서를 빌어도 이미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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