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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채널예스 : 특집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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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플레이리스트]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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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뭔가요?

전공은 뭐였지요?

고향에서 죽 자라났나요?


여기에 쓰여 있는 게 전부 사실입니까?


질문만 있고 답이 없는 곳에 다녀왔다


서있어도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 작았다


가장 많이 떠들었는데도

듣는 사람들보다 귀가 아팠다


눈사람처럼 하나의 표정만 짓고 있었다

낙엽처럼 하나의 방향만 갖고 있었다


삼십여 년 뒤,

답이 안 나오는 공간에서

정확히 똑같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녹지 않았다

순순히 떨어지지 않았다

- 오은 「면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몇천 자의 글자로, 몇 분의 말하기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 설명할 수 있나요? 아마 어렵겠지요. 합격의 공식에 맞춰 지나온 시간을 다듬어가다 보면 진짜 내 모습은 깎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불쑥 듭니다. 나는 과연 일할 만한 충분한 사람인지, 이 이력서에 정말 나의 정수를 담아냈는지 몇 번을 확인해도 의심을 버리기 힘듭니다. 그래도 우리 자괴감에 빠지지는 말기로 해요. 우리가 함께 좋은 팀이 되어 일할 수 있을지는 나도,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 내가 잘 다듬어온 지금 나의 가능성을 누군가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우린 지금까지 잘 해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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